“공정위는 ‘공정’의 간판을 떼어내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공정위는 ‘공정’의 간판을 떼어내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인대책위, 스크린쿼터 개선안 마련 방침에 공정위 규탄성명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과도한 정부 규제는 시장의 자유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창업과 고용, 기술혁신에 장애를 주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조만간 스크린쿼터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임을 밝혔다. 현재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이상 국산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는 현재 영화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에 스크린쿼터 문화연대가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공정’의 간판을 떼어내라"는 규탄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스크린쿼터 개선안 마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성명에서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자국시장을 정글의 강자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세계화란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이들에게 공정이란 이름이 걸맞기나 하단 말인가"며 공정위의 개선안 마련을 규탄했다.

다음은 스크린쿼터 문화연대가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영화인대책위 명의로 발표한 '규탄 성명서' 전문이다.

<공정위 규탄 성명서> 공정거래위원회는‘공정’의 간판을 떼어내라

10월 13일(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거래위)는 “현행 독점 체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에서 방송광고의 경쟁 체제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스크린쿼터제에 대해서도 영화인 단체와 논의해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문화관광부와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비스 분야 43개 규제의 폐지, 개선안에 대해 소관부처별로 입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수년 동안 되풀이 되어온 공정거래위의 ‘자유로운 경쟁을 빙자한 개악 정책’이 모습을 바꿔 또 다시 언급되고 있는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서비스 분야 43개 규제의 폐지, 개선 대책안에 포함된 문화 시장의 개방방침을 ‘공정’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제1조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도 자신들의 준사법적 지위가 이러한 원칙에 근거한 것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의 최근 행보는 ‘자유로운 경쟁’을 빌미로 국제사회도 인정하고 있는 정당한 보호법안 조차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규제로 매도하고, 무한 경쟁만이 자유시장경쟁을 지키는 정당한 정책인 양 생떼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들이 내세우는 수치와 논리 그 어느 곳에서도 세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독점적 지위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공정거래위의 주장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시장을 초토화하고 세계 방송프로그램 수출시장의 70%, 영화시장의 85%, 음반시장의 80%를 점유한 미국 미디어 그룹의 자유경쟁을 빙자한 ‘정글의 법칙’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에서 발표한 외국방송 재송신 비율을 현 채널수의 10% 이내에서 20%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은 코끼리 발을 방안에 들여놓는 꼴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장을 차츰 차츰 개방함으로써 자국 산업이 무너져 내린 사례를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유경쟁만을 내세우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의 규제폐지 원칙과 달리 유럽 각국은 다양한 규제법안을 통해 자국의 방송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방송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경우 유럽연합 국가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방송 비율, 프랑스어로 제작된 영화의 방송 비율을 각각 60%, 40%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미국의 독점적 지위로부터 자국의 방송시장을 보호하고 있으며, 여타의 국가들도 국가적 차원과 범유럽적 차원에서 국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규제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에게 규제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악법이 아니라 일국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란 점에서 주목할만한 노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스크린쿼터제의 경우에 대해서도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스크린쿼터제 운운”하는 내용만 언급되어 있을 뿐 미국의 시장지배적 지위나 미국영화협회(MPA)의 끈질긴 시장 개방 압력 등은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GATT 제4조와 OECD 규약 등 국제법에서도 인정한 제도를, 문화적 예외라곤 인정조차 하려들지 않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이란 이름을 빌어 축소, 폐지하고 개선의 명찰을 붙이려 하는 공정거래위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공정거래위란 말인가.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의 이번 발표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공정한 경쟁, 창의적인 기업활동, 소비자 보호 등의 기본원칙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또한 국내산업의 보호를 위한 장치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오로지 무한한 자유 경쟁만이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하물며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한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탄받는 “파견근로 허용업종 제한 폐지 법안‘을 개선안에 은근슬쩍 끼워 넣는 상황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랴.

우리는 이번 기회의 ‘공정거래위원회’란 간판에서 ‘공정’의 이름을 떼어내고 ‘무한 경쟁’이나 ‘무한 자유’의 이름을 내걸 것을 진심으로 권고한다. 자국시장을 정글의 강자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세계화란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이들에게 공정이란 이름이 걸맞기나 하단 말인가.

2004년 10월 13일 (수)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영화인대책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