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그런 건 없다
광복절 특사? 그런 건 없다
  • 홍경석
  • 승인 2004.03.2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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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이젠 그만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아는 선배님이 몇 달 전에 그만 음주운전에 단속되었다.

평소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불행을 간혹 보았던 터였다. 그럴 때마다 그 선배님도 평소 술을 좋아는 하지만 '만인의 공적'인 음주운전만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항상 마음 속 깊이에 저장하곤 했었단다. 하지만 그랬던 그 선배님이 결국은 사단을 일으키고야 말았으니 이 어찌 후회막급이 아니었겠는가.

음주단속 당시 경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술을 이렇게나 마시고도 운전을 했단 말요? 사고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다"며 혀를 찼단다. 결국 만취상태로 적발이 되는 관계로 <운전면허 취소처분 사전통지서>와 <주취운전자 적발내용 사실신고서>, 그리고 <40일간의 임시운전증명서>를 받고 겨우 풀려 나왔는데 하지만 하늘이 노랬단다.

음주운전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던 선배님은 하지만 그처럼 커다란 실수를 하였다는 사실의 천착에 금방이라도 두 손을 칼로 잘라내고만 싶었다며 때늦은 후회막급의 변을 토로하였다.

며칠 전에 선배님의 재판이 있대서 법원에 따라 갔다. 그런데 그 법정에는 선배님 말고도 어쩌면 그리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지 깜짝 놀랐다. 여하튼 선배님의 재판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사건으로 인해 선배님보다 먼저 재판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방청객들은 웃음을 참느라 모진 고생을 해야만 했는데... (엄숙한 법정에서 함부로 웃었다가는 법정모독죄로 혹여 처벌될 수도 있음으로!) 선배님처럼 불구속 재판을 받는 50대 초반의 남자 셋이 나가 판사 앞에 섰다.

판사는 출석자의 일일이 호명을 하더니만 "왜 아무개 씨는 안 나왔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일행중의 한 사람이 "그 사람은 며칠 전에 또 도박을 하다가 00 경찰서에 잡혀 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사람들은 도박혐의로 재판중인 사람들이었다. 헌데 도박 당시의 액수가 애매하여 상습도박인지 단순오락인지의 파악이 어려워서 그처럼 불구속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피의자의 답변에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던 판사는 "그 새를 못 참고 또 도박을 하다 잡혀갔어요?"라고 했고 방청객들은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그처럼 고통(?)을 겪었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술은 해장에 망하고 노름은 본전에 망한다'는 속담이 교훈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선배님에게는 자그마치 3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는 재판 결과가 도출되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왔지만 낙감천만의 표정이 되신 선배님은 다시금 "내가 참으로 비싼 술을 마셨다. 소주 세 병 마시고 300만원의 벌금을 내게 생겼으니 그렇다면 이는 소주 한 병에 자그마치 1백만원씩을 주고 마신 셈"이라며 더욱 의기소침하여 얼굴을 아래로 묻는 것이었다. 순간 재판이 모두 끝나자 법정을 빠져 나온 사람들 중의 하나가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광복절까지만 어찌어찌 버티면 '광복절 특사'로 벌금은 물론이요, 벌점까지도 일거에 사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아무리 지난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의 교통법규 위반자들을 대거 사면해 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음주운전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차대한 위반행위이기에 말이다. 언젠가 '광복절 특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도 황당무계하여 그저 웃기만 했었는데 정작 그 말을 신성한 법정 앞에서 듣자니 배를 잡고 구르고만 싶었다.

이제 선배님은 항소를 하지 않는 이상엔 부과된 거액의 범칙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헌데 문제는 그 선배님이 사는 게 영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선배님은 면허가 취소되자마자 승용차도 처분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살기도 어려운 처지에 거액을 납부해야 하는 관계로 속은 이미 썩을대로 다 썩었다며 또 깊은 한숨을 지었다.

설상가상으로 선배님은 자신의 아내로부터도 "평소 그렇게나 술을 퍼 마시고 다니기에 그예 일을 낼 줄 알았다. 이젠 더는 못 살겠다!"며 모진 핍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가히 사면초가요, 고립무원의 처지일 터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 이미 '기차는 떠났고' 물은 엎질러진 것을.

돌아오면서 선배님은 "푸훗~(웃음) 광복절 특사? 그런 건 없다. 그리고 이같은 결과의 도출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자승자박이요, 인과응보이기에 감내하겠지만 너만은 기필코(!) 음주운전을 하지 말거라!"는 경종의 메시지를 남기심을 잊지 않았다. 순간의 실수로 인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과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여정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일 것이다.

선배님의 음주운전은 나로 하여금 절대로(!) 음주운전만큼은 하지 않겠노라는 확약의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화두였다. 끊임없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고있지 않은 사회병리현상 중의 하나인 음주운전, 이젠 그만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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