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밥그릇들, 참으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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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밥그릇들, 참으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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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 일 잘하고, 할 일 못하는 국회를 보고

귀소본능(homing instinct)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동물이 자신의 서식 장소나 산란, 육아 등을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말한다.

연어나 송어는 자기가 태어난 가까운 곳 해변으로 오게 되면, 강물에 포함된 물질을 통해서 후각이 자극되고, 또 그 기억에 의하여 태어난 곳뿐 아니라 부화지까지도 찾을 수가 있다고 해서 귀소성(歸巢性) 또는 회귀성(回歸性)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고 멀어져 갈 듯한 자기 밥그릇은 귀신같이 잘도 찾아낸다. 마치 연어나 송어 떼들이 귀소본능으로 자기 태어난 곳을 찾아가듯이. 한국 정치인을 연어나 송어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연어나 송어에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아마 귀신도 한국 정치인들의 행태를 전혀 흉내내지 못할 것 같다.

2월9일 국회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자기 밥그릇 찾는 게임을 벌여 완승을 거둔 것이다. 국가 대사라 할 수 있는 한국-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또다시 무위로 돌리고, 이라크 파병 동의안은 상정조차도 되지 않았다.

반면에 여의도 연어떼들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의 석방요구와 노무현 대통령 및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선후보, 경선자금 수사촉구결의안은 마치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이나 나는 양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가결시켜 버렸다.

한마디로 국회는 이제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도대체 국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지도 않다. 보도의 전가처럼 애용하던 의원 나리들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말조차 뒤로 한 채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저 밥그릇 찾는 장소인 총선의 표에만 온통 그리고 자신들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밥그릇 챙기던 동료 챙기기 이외에는 그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나 보다.

이번 국회는 FTA와 파병안의 3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없었던 일인 양 내동댕이 처졌다. FTA와 이라크 파병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 문제보다도 조금만 복잡하다 던가 아니면 자기 밥그릇 챙기는 일에 보탬이 안되는 일은 아랑곳하지 않은 행태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신인도 면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든 말든 그들에겐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각 당의 지도부와 경제전문가들은 농촌출신 의원과 일부 도시출신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에 의한 2번의 처리무산으로 다시 절차상의 문제로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가위상과 경쟁력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엉뚱한 일에 매달려 있다.

한 마디로 우리 나라 국회는 해야 할 일, 해서는 안될 일을 구분도 하지 못한 채 2월9일을 허송시켰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왜 국회가 필요한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는 그들 스스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선연대에서 낙천자 발표를 했을 때에 나는 억울하다며 하소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무대응을 하던 나리들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해서는 안될 것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오죽하면 시중에 이런 말이 떠돌겠는가? 광어회는 먹어도 '국회'는 먹지 말 것이며, 멸치, 갈치는 먹어도 '정치'는 먹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난무하다. 국민은 다 안다. 아니 국회의원보다는 많이 안다. 그런 국민들을 두고 자기 밥그릇 찾는 일에서만 국민이 눈에 보이고 나머지 일은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나라가 망하든 말든 도대체 지구상에 이런 국회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2월30일, 올 1월8일에 이은 세번째 무산된 칠레와의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농촌의원들은 표결이 아니라 그 방식을 두고 기명투표를 고집하다가 정작 기명투표로 정해지자 전자투표로 또 돌아섰다고 한다. 오죽하면 박관용 국회의장의 “기명투표란 투표함에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듣고서야 다시 번복할 만큼 무식하기 짝이 없는 나리들도 있었다니 이 무슨 꼴인가?

우리나라는 천연자원보다는 우수한 인력 자원으로, 창조적 두뇌로, 무역을 통해 먹고 살아가야 할 나라이다. 그런데 순수 국내문제가 아닌 대외 문제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니 해외에서 대한민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욕한다고 해도 대꾸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FTA 경우 우리 나라 농촌이 망하든 말든 기업체와 무역업체들만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국회, 정부, 관련 이익단체끼리 얼마든지 머리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할 시간과 전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송세월 끝에 또 허송세월을 하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국회는 직무유기는 물론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파기한 처사를 해버렸다.

파병안도 FTA와 그 처리 과정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국회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파병 찬성을 표명했으며, 민주당은 반대를, 열린우리당은 유보 성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열린 우리당도 역시 밥그릇만 찾는 국회의원이라는 기존의 인식의 틀에서 조금도 열려있지 않았다. 파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외적인 문제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냈어야 했다. 질질 끌 일이 아닌 것이다. 지연되면 될수록 국론 분열의 단초만 제공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번 국회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검은 고양이 흰고양이 나무라는 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야당, 여당을 막론하고 자기들의 소아병적인 아집에 매몰되어 국사를 그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 나라 정치를 보고 있는 국민들이 서글플 뿐이다.

2월9일은 "야만과 허영, 수치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국회에 반성을 요구하고 싶지만 반성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성해보라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국민들의 처지를 쥐꼬리만큼 만이라도 정치인들이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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