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다시 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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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다시 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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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신는다. 다시 길에 서기 위해

신발을 신는다. 다시 길에 나서기 위함이다. 무엇인가 마음을 밀어내고 있다. 지금 있는 자리에 더 이상 머물지 말라고 한다. 않아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더 이상 눌러 않아 있기가 힘들어진다. 사실 나 자신도 슬슬 지루함이 느껴져 온다. 내 몸의 피로는 아직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그런저런 이유로 길에 선다. 길은 어디론가 끝없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갈래길이 나타난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길을 나섰으면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 아직은 좀 더 쉬고 싶지만, 나그네에겐 그리 긴 휴식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걸어본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목적이 없는 걸음, 무엇을 행한 뜨거운 마음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 걸음. 무언가에 대해 영롱하게 반짝이는 기쁨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 단지 걷기위한 걸음은 참으로 피곤한 것이다. 그래도 걸어본다. 그렇다고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걷는 것은 아니다. 나그네에겐 걷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이다. 이런 식으로 얼마를 걷다보면, 내 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아직은 귀찮은 발길에 어느 듯 나도 모르게 다시 빠른 속도가 붙어오를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나는 다시 뜨거움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길목에서 문득 한 이정표를 보는 순간 나는 다시 열정에 휩싸여 힘을 내어 달려갈 것이다. 새로운 피로가 다가오기까지. 새로운 안식처를 발견하기까지.

그러나 이제 막 길을 나선 나로서는 그것이 언제일지, 그 길이 어디일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아직은 순례자 아니라, 그저 방랑자일 뿐이다. 여러 곳으로 갈려져 있는 길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한다. 모진 바람이나 불어주었으면, 그래서 바람에 떠밀려 이리저리 세상을 스쳐 다니다 보면, 내 스스로 발길을 정하여야 하는 힘든 고통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바램을 잠깐 가져본다. 물론 분수에 넘는 바램이다.

그런 행운이 나에게 과연 나타나 주기나 할까. 새로운 걸음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내 발걸음이 전보다 한결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방랑이란 이젠 내가 하기엔 너무 힘든 무엇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한곳에 진득하니 붙어있지 못하는 내 마음의 정처 없음은, 오늘도 나를 길에 나서게 한다. 도무지 한곳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

오늘도 또 어디론가 길을 가야한다. 도대체 오늘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기만 한 이 세상의 어디로 가야하나. 예전엔 그토록 가고 싶은 곳이 많았었고, 그저 길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쁨에 충만했었다. 그러나 이젠 나는 그저 춥고 외롭고 지쳤을 뿐이다. 아직 길 위에 있으므로 방랑자일 뿐, 예전의 그 뜨거움은 어느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갈 곳이 없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어릴 적부터 뜻도 모르고 불러오던 그 노래가, 이제 서서히 황혼기를 향해 다가가는 내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저 나그네의 영혼을 타고 났으니 나그네의 운명에 순종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다음 여정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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