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의 물에 찬 도시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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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의 물에 찬 도시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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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세계의 도시를 가다[22]

^^^▲ 물속의 도시 베네치아
ⓒ 박선협^^^
물 속의 도시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는 또 물의 도시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리 잦은 일은 아니지만, 간혹 고조高潮와 기상조건이 맞아떨어져 해수면이 올라가게 되면, 광대한 산 마르코 광장에도 지상 1미터 위까지 물이 차게 된다.

이와 같은 신기한 현상을 목격한 최초의 충격에 이어, 곧 평소 잿빛이던 광장의 표면이 다양한 물빛으로 빛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에 자연의 신비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물밑으로 내비치는 보도의 무늬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뚜렷하고 신선하게 보인다.

여행자들은 물에 찬 도시의, 이세상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매력에 무의식중 숨을 죽이겠지만, 베네치아 인들은 그 불편함에 신경을 쓰고 있다.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것을 서술함에 있어 기자는 걱정이 앞선다. 독자가 따분해 하지나 않을까 해서이다.

베네치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따분하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물론 베네치아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베네치아로 가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들기도 하거니와, 누구도 따분해지려고 일부러 돈을 버리러 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주민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머무르는 방문객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님과 생선은 사흘을 넘기면 냄세가 난다"는 명언을 만든 것은 어쩌면 베테치 아 인이었을 는지도 모른다.

기자는 이 어려움을 소피아로렌을 만났을 대의 일을 서술함으로써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1960년대, 소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점에 있어서는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기자는 소피아가 로케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오지로 찾아갔다. 기자는 그녀가 묵고있는 호텔에서 지내며 그녀를 여러 번 만났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의 작업을 견학하며 그녀의 차에 함께 탔다. 그녀는 기자가 상상했던 그대로 아름다웠다. 사흘째의 일이다.

그녀는 마치 탐색이라도 하는 듯한 시선으로 기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단 두 사람만의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우리는 그녀가 로케에서 사용하는 포장이 씌워진 운반차 안으로 들어가서 좁은 테이불 너머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은 나를 보고 나서 무척 따분해하고 계세요." 기자가 이의를 제기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제 얼굴의 결점을 모조리 보여 드릴께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시중드는 사람에게 메이크업용구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작은 테이블 저편에서 자기 얼굴의 결점을 하나씩 들어가면서 차례로 설명했다.

기자가 마지막에 과연 그렇군요, 하고 결점을 시인하자 그제서야 얼굴에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였다.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기자는 그녀에게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던 터였다.

'존 키츠'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영원한 기쁨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절대로 틀린 말이다. 타지마할이 그 적절한 예일 터인데, 그것도 두 번째로 거기를 다시 찾아가노라면 반드시 실망하고 만다. 그것은 너무도 완벽하기 때문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지상에 떼지어 있는 원숭이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기자는 뉴욕의 성 페트릭 대성당에는 몇 번이고 찾아간다. 여러 가지 결점이 있지만, 갈 때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성당에 대해서는 전보다 한층 더 애착을 느낀다. 방금 전에 TV에서 그때 찍었던 소피아로렌의 영화가 재방송되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전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말하는데 있어서도 칭찬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흉도 곁들이기로 하겠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이 도시를 덜 따분하게 느끼는 방법을 여러 가지 결점을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도제궁전은 여러 세기에 걸쳐 그 뛰어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놀라게 해 왔다.

그러나 궁전 정면의 창문들이 동일 평면상에 있지 않고 불규칙하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해서 즐거움이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소피아의 눈도 역시 그러하니까 말이다.

베네치아의 접근법

^^^^^^▲ 물속의 도시 베네치아
ⓒ 박선협^^^^^^
실제는 군도 群島이지만, 작은 섬들은 그 중에서도 큰 리알토 섬에 종속된 형태로 되어있고, 이 리알토 섬도 그다지 크지 않다. 섬 주위는 약14킬로미터이고, 면적은 고작 6.5평방 킬로미터이다. 실제는 직 사격형이 아니라 돌고래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주둥이는 이탈리아 본토로, 꼬리는 바다 쪽을 향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로는 돌고래의 식도처럼 구불구불한 운하가 달리고, 꼬리지느러미에는 작은 섬이 두 개있다. 주위를 일주하는 데는 하루면 족하고 횡단만 하는 것이라면 오전이면 충분한 이 작은 섬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주 간단할 듯이 보인다. 아무 데서나 마음 내키는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여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쉬운 일로 생각된다.

그런데 베네치아에서 그런 짓을 하다가는 영락없이 미아신세가 되고 만다. 기자는 로마의 옛 중심지나 알제리의 시장에서조차도 방향을 틀리지 않고 걸어다닐 수가 있지만, 이 베네치아에서는 자주 길을 잃고 방황한다.

지도를 보아도 헛수고다. 어쩔 수없이 베네치아인에게 길을 물으면 전혀 정반대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데려다 준다. 기자가 미아가 되는 것은 베네치아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연방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까닭이다. 역시 아름다운 여성과 마찬가지로 베네치아에도 결점은 있으며, 여성과는 달라서 치부를 감추지도 못한다.

베네치아에 오는 관광객은 밴 처음에 도시 주변의 빈민가를 통과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태를 먼저 보게 된다. 낡아빠진 허름한 잠옷바람에 머리에 클립을 감은 여성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몇몇 부자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베네치아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호화로운 요트로 바다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한번 요트의 손님이 되어서 베네치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주 최상 금상첨화의 방법이었다. 베네치아는 마치 비너스처럼 바다로부터 떠오른다. 저녁이면 우리는 요트의 속력을 낮추라고 신호를 보낸다.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이다. 곤돌라와 같이 수면을 미끄러져 가면 탑, 돔 같은 것들이 눈앞에 다가선다. 그 꼭대기는 하늘 높이 치솟아 있고 기초는 물 속에 잠겨 있다. 모스크처럼 끝이 뾰족한 아치를 가진, 옆으로 길고 키가 낮은 궁전 모양의 건물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도 한층 높은 탑 하나가 주변의 돔 위로 치솟아 있는데, 이것 역시 회교도들을 기도로 이끌어들이는 사원의 뾰족탑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는 석호潟湖에 닻을 내리고 환영하는 손을 내미는 듯한 선창에다 보트를 비끌어 맨다. 그리고 보트에서 내려 몇 발짝 결으면 우리는 갑자기 베네치아로 빨려들게 된다.

그러면 이변에는 다른 방법으로, 즉 돌고래의 주중이쪽에서부터 베네치아로 접근하기로 하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데 이 때문에 베네치아는 소피아로렌과는 달리 일부러 나쁜 곳부터 먼저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본토로부터 불과 4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고 거기로 가기 위해서는 육교를 건넌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육교이다. 짐꾼이나 안내자는 당장에라도 온 시가 물결 속에 잠겨버리기나 할 것처럼 다급하게 우리를 선창으로 몰아 세운다.

곤돌라를 발견해서 시를 일주하는 뱃삸을 묻는 순간, 미 美에 대한 베네치아의 교훈을 배우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비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대운하의 모퉁이를 돌면 갑자기 월트디즈니가 협조하지나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의 광경이 펼쳐진다. 만일 그에게 일찍이 베네치아로 흘러드는 부 富를 잡게 했더라면, 베네치아는 그의 불멸의 걸작으로 남았을 것이다.

잔물결 위에 선명하게 서 있는 궁전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는데, 어느 궁전에나 정교한 아치형의 트레이서리Tracery 장식이 달려 있다. 그 중에는 화초가 무성한 작은 정원이 딸린 것도 있다.

무척이나 수줍음을 타는 공주 님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서 남몰래 바깥을 엿보기에 알맞을 듯한 소규모의 발코니도 붙어 있다. 우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소음 따위는 말끔히 잊어버린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경치가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란다. 또 실제로 언제까지고 계속된다.

베네치아인의 재능

어느새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뒤안길인 레트로 베네치아로 흘러든다. 말하하면 빈민가다. 그러나 여기에도 손에 넣기 힘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길 모틍이에 서 있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성당과 수도원이다. 언젠가 도무지 제자리로 찾아갈 수 없을 만큼 길을 잃어버린 기자는 문득 정신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높은 받침대 위에 있는 기마상 앞에 서 있었다

바로 클레오니라고 불리는 용병대장의 조각상이다. 또 한가지는 궁핍함을 상쇄하는 베네치아인의 긍지다. 불경기가 되면 런던은 우울해지고, 뉴욕은 신경과민이 된다. 파리는 <르 피가로>지의 표제대로 시무룩해지거나, 눈부시게 화사해지거나, 성미가 까다로워지거나, 무관심해지거나 한다. 그러나 베네치아 인은 자기들끼리는 매우 점잖다.

그들이 싫어하는 침울을 재담으로 떨쳐버리는데 때로는 이쪽이 당황할 정도로 천박한 농담을 하는 일도 있다. 베네치아 인은 관광객이 길을 잃고 헤매는 몇 세기동안 보아 왔기 때문에 대처방법에 익숙하다. 숫제 목적지까지 함께 데려다 준다.

어떤 일이든지 돈을 요구하지만 이 일만은 예외이다. 우리는 이 최초의 탐험을 개인의 요트로 시작했었지만 다시 한번 운하 변의 향취로 돌아와 끝을 맺자, 음악이 흐르고 작은 등불이 켜진 화려한 색깔의 유람선이 있는 유람선 위에서는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한 남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훌륭한 연출효과다. 노래는 대개가 나폴리의 민요이다. 이것은 관광객을 위한 쇼로서, 베네치아 인은 우리가 이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흔히들 우리는 그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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