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김용옥의 충고와 클린턴의 힌트를 새겨야
노 대통령, 김용옥의 충고와 클린턴의 힌트를 새겨야
  • 황선주 기자
  • 승인 2003.08.1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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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마라”

이 말은 클린턴 전 미대통령 자신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주민소환을 받을 뻔한 경험을 살려 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데이비드에게 준 힌트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슈워제네거와 싸워서는 손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자신의 현 주지사 업무에 충실하라는 충고였다.

곤경에 처할수록 경박하게 나서서 따지거나 변명을 늘어놓지 말라는 지적이어서 수구언론사를 상대로 격한 감정적 대립을 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최근 조중동이라는 수구언론사와의 갈등 양상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만 하나 국내적 국제적으로 극한 위험에 처한 와중에 너무 한가하고 경박한 쌈박질이 아니냐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라는 것이다.

대내적으로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 있으며 교육 및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대북 경협문제와 6자회담 등 산적한 문제들이 태산을 이루고 있는데 고작 언론사에 대해 일일이 맞대응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수구언론사들의 왜곡보도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 보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원수라는 위치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공사(公私) 따져야 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체면과 권위도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도 많다는 것을 도외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6개월이 지나도록 조중동이라는 무소불위의 수구거대언론사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움쭉달싹도 못했었다. 말실수 침소봉대하기와 말 끝 물고늘어지기로 “미숙하다”느니 “말이 경박하다”, “불안하다”느니 하며 못살게 군 것도 사실이다. 수구언론들이 눈만 뜨면 사설로 칼럼으로 기자의 취재 담(談)으로 노무현 죽이기에 매진해 왔었기에 말이다.

그렇지만 언론사에 대응하는 열의만큼 서민생활을 위해 무슨 노력했으며 공약했던 개혁을 위해 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지지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아 자중지란이요, 그 반대쪽의 국민들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 아니냐'는 반응이라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에 있다.

오히려 이라크 파병 결정과 방미에서의 ‘북 수용소 발언’ 등으로 조중동의 기조에 근접하는 행태들을 많이 보여 왔지만 쪼잔하리만큼 씹어댔으니 화 날만도 하고 푸념도 널어놓을 만 했다.

수구언론사들의 노무현 길들이기는 그들의 사설에서 노골적이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노 정부가 “정치판세 면에서 보면 변방세력의 중앙 진출”이어서 “정책의 완급에서도 미숙"하였고 경륜도 없어 보였다.

노 대통령은 민생을 챙겨야

그러기에 “5월 방미 때 보인 변화(동아 ‘최규철 칼럼’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8. 13일 자)”처럼 수구 보수세력들의 구미에 맞게 ‘친미’하고 ‘반북’을 확실히 천명하라는 것이며 결국 수구주류의 입맛도 생각하라는 것일 게다.

이제까지 이런 맥락의 보도로 인해 노 대통령을 적당히 길들였을 뿐 아니라 수구 종이신문 독자들을 결집시켰고 한나라당 지지층을 확고히 붙들어 주는 일석삼조의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을 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완전히 밑진 장사였다. 논 팔아 남 장사시켜 준 꼴이다. 이러다간 잡은 고기가 다 죽게 생겼다는 절박감을 느낀 나머지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신호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김문수 의원과 4개 신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은 결국 내년 총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표현일 가능성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70% 전후의 네티즌들이 “노 대통령이 잘 한다”고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구경꾼의 심리란 누가 잘했는가 보다는 얼마나 눈요기 거리가 되는가에 관심이 많아 방관자와도 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이 잘 하고 있어 지지한다는 입장이기보다는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소송을 제기하랴는 동정적인 입장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에 권위를 벗어 던진 것에 대한 박수와 찬사가 아닌, 선이든 악이든 다 볼거리로만 여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될 수밖에 없어 비웃음을 살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

일국의 대통령이 원고석에 서서 자기 입장을 변호하는 모습이 그리 건사한 상상은 아니지 않은가? 어른이 엉덩이 뿔난 놈이 밉다고 일거수 일투족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잔소리를 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이 들로선 둘 다 미워지게 되는 법. 한 마디로 ‘둘 다 똑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당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노대통령은 민생을 챙기고 꾸준한 개혁을 추구하는 자세가 여러모로 득이 될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서 NEIS 파동 때의 불분명한 처신 그리고 6,15 선언에 대한 입장 등 분명한 입장정리를 통한 개혁 추스르기가 급선무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중요한 국정사안에 관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그런 통치권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니 말이다.

민생문제와 교육사안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수백 만의 신용불량자는 어찌할 것인지, 카드 빚으로 인한 자살문제와 수백 만에 달하는 도시빈민들의 생계문제, NEIS 문제, 대학입시문제, 급식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산적한 긴급현안들을 푸는데 신명을 받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 많은 문제들로 인해 국민들이 한 숨을 쉬고 있는데 언론과 감정적인 싸움으로 무엇을 얻겠느냐는 것이다.

클린턴이 데이비스 주지사에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충고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사사건건 정적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성실한 자세를 보이라고. 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감정적인 적대감을 표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문화일보를 떠나는 김용옥 박사의 충언은 노 대통령이 가슴깊이 되새겨야 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담론의 생산자가 돼야 하나 이 땅의 언어를 선점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언어를 조작하는 자들에 의해 조작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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