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들은 홍수로 댐이 붕괴 됐고, 인근 지역이 떠내려간 리비아 도시 잔해에서 13일 현재 2,000여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국자들은 수년간의 혼란과 방치로 취약해진 리비아에서 사망자 수가 5,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유엔이주기구(IM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홍수로 해안 도시 데르나(Derna)에서 심각한 기반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최소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IMO는 피해 규모가 워낙 광범위해 인도주의적 구호활동가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중해 폭풍 다니엘(Daniel)로 인해 리비아 동부 여러 도시에서 치명적인 홍수가 발생했지만 최악의 피해는 데르나였다. 지난 10일 밤 폭풍이 해안을 강타하자 데르나 주민들은 도시 외곽의 댐들이 무너지면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홍수로 인해 산에서 도시를 거쳐 바다로 흐르는 와디 데르나 (Wadi Derna) 강이 범람했다.

동부 리비아 보건부 장관인 오스만 압둘잘레엘(Othman Abduljaleel)은 13일 아침 현재 2,000명 이상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데르나의 집단 묘지에 묻혔다고 말했다. 구조팀은 거리와 도시 잔해 아래에 흩어져 있는 다른 많은 시신들을 수습하기 위해 밤낮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시신은 바다에서 수습됐다고 한다.

충격적인 파괴는 폭풍의 강도뿐만 아니라 리비아의 취약성이 지적됐다. 리비아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있으며, 그 결과 많은 지역에서 기반시설에 대한 소홀함이 드러났다.

이 홍수로 인해 데르나로 가는 많은 진입로가 파손되거나 파괴되었다. 이 도시로 통하는 7개의 도로 중 남쪽 가장자리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2개뿐이다. IMO에 따르면, 도시의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데르나 강 위의 다리들도 무너졌다. 이 파괴는 주택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은 수 만 명의 사람들에게 국제 구조대의 도착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

리비아에 있는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대표단장인 얀 프리데스(Yann Fridez)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데르나시는 7미터 높이의 파도에 의해 물에 잠겼고, 이 파도로 인해 그들이 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이 파괴됐으며, 인명피해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군인, 정부 직원, 자원봉사자, 주민 등 지역 응급구조대원들은 잔해를 파헤치며 사망자를 찾았다. 그들은 또한 물과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공기부양정과 헬리콥터를 사용했다.

수색구조대에 합류한 생존자 아흐메드 압달라 씨는 시신들을 현지 병원 마당에 안치한 뒤 시의 유일하게 온전한 묘지에 있는 집단 묘지에 안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르나에서 전화를 걸어 “상황은 형언할 수 없다. 이번 재난으로 가족 모두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불도저들은 지난 이틀 동안 수색과 구조 작업에 긴급하게 필요한 인도적 지원과 중장비를 전달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도시는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12일부터 국제 지원이 시작됐다.

리비아의 이웃 국가인 이집트와 알제리, 튀니지는 물론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도 구조대와 인도적 지원을 보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이 구호단체에 긴급 자금을 보내고, 리비아 당국과 유엔 등과 함께 추가 지원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내무부의 모하메드 아부-라무샤 대변인은 12일 데르나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를 5,30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고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리비아 동부의 다른 마을에서도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수백 구의 시신을 인근 마을의 시체 안치소로 이송했다. 토브룩(Tobruk)시는 데르나에서 동쪽으로 169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토브룩의 시체 안치소는 데르나 홍수로 사망한 사람들로 인해 300구 이상의 시신을 수용했으며, AP 통신이 입수한 사망자 명단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84명의 이집트인이 포함되어 있다.

홍수로 사망한 이집트인 시신 수십 구가 본국으로 송환됐다. 22명의 이집트인 장례식은 13일 남부 베니 수에프(Beni Suef) 주에 있는 엘 샤리프(el-Sharif) 마을에서 진행 중이었으며, 다른 4명은 나일 삼각주 베헤이라(Beheira) 주에 있는 고향에 묻혔다고 이집트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연맹의 리비아 특사인 타메르 라마단(Tamer Ramadan)은 리비아 동부지역 홍수로 피해를 입은 데르나와 그 밖의 마을에서 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흰색으로 칠해진 집과 야자수 정원으로 유명한 데르나는 트리폴리의 수도에서 동쪽으로 약 9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그곳은 리비아 동부 정부와 동맹을 맺고 있는 강력한 군사 지휘관 칼리파 히프터(Khalifa Hifter)의 군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트리폴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리비아 서부의 경쟁 정부는 다른 무장 단체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데르나의 대부분은 20세기 전반에 리비아가 이탈리아의 점령하에 있을 때 이탈리아에 의해 건설됐다. 이 도시는 2011년 오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Moammar Gadhafi)를 무너뜨리고 죽인 나토(NATO)의 지원을 받는 봉기 이후 혼란의 세월 내내 극단주의 단체들의 중심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