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빚어낸 리비아 대홍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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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빚어낸 리비아 대홍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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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버넌스와 갈등해소, 그리고 평화가 기후 위험 대비책
CBS News 갈무리
리비아 데르나 지역의 대홍수 피해 현장. CBS News 갈무리

기후 위기는 홍수를 심화시켰지만, 리비아인들을 준비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갈등’이었다. 개인과 개인사이는 물론 단체와 단체,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엄청난 갈등은 늘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리비아 대홍수 발생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물론 자연재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또 다른 주범은 사리비아 내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빚어낸 대참사이다.

* 갈등의 폐해(弊害)들

일반론적으로 ‘갈등’은 첫째 ‘사회 불안과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갈등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거나 사회적 분열이 커질 경우, 사회 전체의 안전과 안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 당연히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갈등은 많은 비용을 초래하며, 경제적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생산성이 감소하거나 투자가 줄어들면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갈등은 인권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 갈등은 폭력, 인종차별, 정치적 억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개인과 집단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나아가 갈등이 정치적인 분열을 야기하면, ‘정치적 불안과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정치적 폭력, 반란, 정부의 무력화 등을 통해 나타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문화적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문화나 종교 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분열은 ’사회 통합과 조화‘에 해를 입힐 수 있다.

특히 갈등은 개인 및 집단에 심리적 영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무력감 등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갈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국내 갈등이 국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 간 갈등은 국제적 긴장과 분쟁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제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이 갈등은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면서 끝내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리비아 대홍수의 경우에도 리비아인들의 갈등이 빚어낸 매우 중요한 자연재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지속가능 컨설턴트이자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어소시에이트 펠로우(Associate Fellow)인 카림 엘젠디(Karim Elgendy)은 알자지라 19일(현지시간)자의 ‘오피니언’에 “리바아 홍수의 또 다른 주범(The other culprit in Libya’s floods)”이라는 글에서 ‘갈등’이 야기시킨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 리비아 대홍수

9월 초, 폭풍 다니엘(Storm Daniel)은 지중해를 강타, 재앙적인 홍수를 일으켰다. 폭우는 튀르키예, 불가리아, 그리스의 일부 지역에 쏟아졌다. 그리스 테살리아(Thessaly) 주 지방에는 하루 만에 무려 18개월 치의 비가 퍼부었다.

불어난 강물은 마을과 마을을 물에 푹 잠기게 했고, 15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건물과 사회 기반 시설은 파괴됐으며, 농작물을 쓸어내 버렸다. 그런 폭풍은 남쪽으로 이동, 9월 10일 리비아에 상륙했다. 평소 연간 540mm가 내리던 지역에 단 24시간 만에 무려 400mm의 비를 쏟아냈다.

그리스 홍수 피해는 폭풍 다니엘이 리비아 해안과 특히 항구도시 데르나(Derna)에 가했던 완전한 파괴와 인명 손실에 비하면 희미해졌다. 폭우로 인해 댐 2개가 붕괴되어 1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다수가 실종되었으며, 인근 지역을 싹쓸이 하고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했다.

그러나 석유가 풍부한 리비아가 이번 집중 호우로 그리스보다 훨씬 더 악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11년 이래로 리비아는 주기적으로 들끓어 오르기도 하고 좀 가라앉기도 하는 등 ‘내부 갈등(internal conflict)’을 겪었지만, 결국 곪아 터지면서 사망과 파괴의 씨앗이 되고, 홍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던 국가 기관들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리비아의 비극은 기후 위기가 초래하고 있는 인간의 고통을 ‘갈등’이 얼마나 더 악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리비아 홍수 재앙, CBS News 갈무리

* 터보 차지급 기후(Turbo-charged climate)

‘다니엘’과 같은 폭풍은 드물지만, 기후 변화가 ‘메디케인’이라고도 알려진 지중해 열대성 사이클론을 심화시킴에 따라 새로운 정상을 나타낸다. ‘메디케인(Medicanes)’은 지중해(Mediterranean)와 허리케인(hurricane)의 합성어로 허리케인처럼 휘몰아치는 폭풍을 말한다.

유엔의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그러한 폭풍은 매년 1회에서 3회, 주로 지중해 북부와 서부에서 발생하지만, 기후 변화는 이러한 폭풍을 강화시켜 지중해 동부와 남부 해안으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는 이미 제트 기류를 약화시키고, 압력 시스템을 지연시키며, 폭염과 폭풍을 모두 확장시키고 있다. 또 뜨거운 바다는 사이클론(cyclone) 수분 흡수를 강화시키고 있는 반면, 뜨거운 공기는 더 많은 물을 머금어 더욱 강력한 폭우를 촉발시키고 있다. 더욱 강한 비가 내리기 전에 더 긴 가뭄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마른 땅이 결국 강우를 받으면, 이를 흡수할 능력이 떨어져 홍수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기후 변화가 폭풍 다니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귀속 연구는 미결 상태이지만, 적어도 부분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홍수가 나기 전 3개월간은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따뜻했다. 올 여름 지중해 동부의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2~3도가량 따뜻해 사상 최고인 섭씨 28.7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중해가 이렇게 빨리 따뜻해진다는 것은 지방 정부들이 기후 회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은 기후 위험을 평가하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시민사회 강화와 같은 재난 영향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조치를 포함하는 적응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또 대피 계획을 수립하고, 필수 기반시설의 기능을 보장하는 등 긴급대응 조치를 취해 즉각적인 필요를 해결해내야 한다.

* 기후 재해(climate disaster)에 대비한 기초적인 기반 전무

폭풍 다니엘의 상륙을 앞두고 리비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된 국가 통치의 부재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 정부와 이탈 군벌 사령관 칼리파 해프테르(Khalifa Hafter)와 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투브룩(Tubruk)에 위치한 하원 간의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에 취약한 국가가 돼버렸다.

서부와 동부 양측의 리비아 당국은 기후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리비아는 파리협정의 서명국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거나 적응하기 위한 국가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2011년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Gaddafi)가 실각해 기반시설에 타격을 입힌 후 데르나 지역은 수년간 갈등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 도시는 2019년에 하프테르에 의해 점령되기 전까지 한동안 무장 단체들의 손아귀에 들어있었다.

이후 리비아 동부 당국은 도시 주민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대했고, 이로 인해 재난 위험 감소 조치는커녕 도로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부실해졌다. 파편화된 통치는 부실한 규제 속 건설 법규의 집행을 의미해 왔으며, 이로 인해 도시를 관통하는 간헐적인 강의 범람으로 주택들이 대거 침수돼버렸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붕괴된 두 개의 암석층 댐이 2002년 이후로 그 목적을 위해 2백만 유로(약 28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대규모 폭풍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큰 개보수 진전 없이 종전 그대로 있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갈기갈기 찢겨진 동부와 서부 통치 방식은 재난 대비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트리폴리에 위치한 리비아 국립기상센터는 3일 전 폭풍경보를 발령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리비아 동부지역 관리들도 시민들에게 경고하고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폭풍의 상륙으로 이어지는 며칠 동안 비상 대피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댐 뒤로 물이 불어나면서도 주민들이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이 없었다.

거버넌스(통치)의 실패와 ‘장기화된 갈등(protracted conflict)’은 긴급 대응의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했다. 토브룩에 본부를 둔 당국은 구호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집트 등 동맹국들과 조율하고 있다.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정부는 도시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과 현지 개발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이 부족해 국제 기부국들에게 데르나의 구호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에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지만 재건을 위해 4억 1200만 달러(약 5,481억 6,600만 원)를 할당하는 데 성공했다.

* 위기 대비(Battening down the hatches)와 안정적 거버넌스

- 평화가 없으면 기후위험 대응에도 큰 문제 발생

리비아의 사망자 수가 그리스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은 기후 변화가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불균형적으로 해를 끼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리비아 대홍수는 회복력과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한 분쟁지역에서 기후 위협이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는 지중해 유역의 다른 국가들 또한 회복력과 충분한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분쟁과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과 싸우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내전으로 중요한 인프라와 재난 대비가 약화된 반면, 이집트는 경제적 혼란 속에서 해수면 상승과 극한 기후의 증가에 직면해 있다. 적응과 재난 대비에는 안정적인 거버넌스와 협력이 필요하다. 지중해 지역 전체는 평화를 구축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며, 피할 수 없는 기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거버넌스를 연계된 과제로 해결해야 하며,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평화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지역에서 기후 위험을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데르나 재해는 태양이 비추는 동안 지붕을 고치는 것이 항상 신중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교훈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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