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 이른바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BRI)에 참여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대한 경계심은 물론 경제적 혜택 역시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어, 올해 안에 이탈에 대한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교노선인 힘에 의한 전랑외교(Wolf-Warrior Diplomacy : 늑대전사 외교)를 하듯이 BRI를 다룬다는 느낌이다.
이탈리아-중국 협력의 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항만 개발에서는 중국의 참여가 전혀 없는 채 공사가 진행되는 중국의 말과는 다른 행태가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북서부의 제노바 항에서 약 500km떨어진 앞바다에서는 BRI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방파제 확장 해저 공사가 시작됐다. 거대 컨테이너선(船)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를 확보, 물류를 늘릴 계획으로 13억 유로(약 1조 8,278억 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BRI의 합의에서는 중국의 국영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명기되어 있으나, 지난 5월에 착공한 사업을 하청 받은 것은 이탈리아 기업 4개사이다.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는 보류되었고, 유럽연합(EU)의 코로나 부흥 기금이 주된 재원이 되고 있다.
제노바항을 관할하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서(西)리구리아(West Liguria)행항만협회장은 “미국, 유럽과 중국의 긴장 관계에 더해 코로나 대유행까지 겹쳐 BRI의 각서(覺書)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중동 지역과 유럽으로 이어지는 항구로, 중국이 중요시하면서 BRI 협력사업이 된 북동부 트리에스테(Trieste)항 부두 확장사업도 비슷한 사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유기업은 입찰에도 참가하지 않고, 이탈리아-독일의 합작기업이 작년 11월에 착공했으며, 동(東)아드리아 해항만 협회 측은 “각서는 이미 죽고 묻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가 BRI(일대일로) 참여에 합의한 것은 2019년 3월이다. 유럽연합(EU)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당시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정권이 중국의 거액 투자를 재정난 해소의 발판으로 삼는 것을 노렸다. 콘테는 오성운동의 당수 출신이다.
그러나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는 진행되지 않았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2019년에 중국으로부터의 이탈리아 직접 투자액은 약 6억5000만 달러(약 8,319억 3,500만 원)였던 것이 2022년에는 약 9110만 달러1(약 1,165억 8,067만 원)로 대폭 줄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통계를 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019년의 약 317억 유로(약 44조 5,882억 원)에서 2022년에는 약 575억 유로(약 80조 8,777억 원)로 엄청나게 늘어난 반면, 수출액은 130억 유로(약 18조 2,874억 원)에서 164억 유로(약 23조 703억 원)로 약간 증가에 그쳐 무역 적자도 확대했다.
이탈리아에 실리가 없는 일대일로(BRI)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10월 중국을 압박하는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가 취임하면서 커졌다. 그는 ‘이탈리아 형제당 (Fratelli d'Italia)’ 대표이기도 하다.
멜로니 총리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은 대중(對中)관계는 가능하다며 이탈을 시사했고, 7월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일대일로 이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향후 이탈리아 국회에서 이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이탈리아의 이탈 만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하순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류젠차오(劉建超)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밀라노로 달려가 이탈리아 경제계 대표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고 미국의 폭스(Fox)뉴스가 전했다.
중국 측은 "양국은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일대일로가 헛수고였다고 할 근거는 없다”고 이탈론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보가 일격(一擊)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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