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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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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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나라는 앞으로 전쟁을 할 때 축구로 하자!
2018년 월드컵에서 파나마는 6대1로 잉글랜드에 패했지만, 월드컵 첫골을 성공했다./피파월드컵 트위터

예전에 TV 화면에서 아주 감동적인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몇 달 전 TV에서는 월드컵 다큐를 방영하고 있었다. 화면은 관중석을 비추고 있었다. 골이 들어가자 열광하는 관중석,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골인 직후의 관중석은 용광로와 같았다. TV 화면은 관중석의 아저씨 한 명을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그것도 슬로우 장면으로.

그 관객은 울고 있었다. 기뻐서 껑충거리다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고개를 숙이자 닭똥 같은 눈물이 슬로우 장면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눈물은 관객의 몸부림과 박자를 맞추며, 슬로우 장면으로 에스 자를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떨어지는 눈물이 야구공처럼 커다랗게 보였다.

이 정도의 장면은 월드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때까지 그 아저씨의 나라는 6골이나 먹은 상황이었다. 그게 원통해서 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국가는 이제야 막 1골을 넣은 상태였다. 그 골을 넣어서 기쁜 나머지 우는 것만도 아니었다. 6골을 넣은 나라는 강대국 잉글랜드였고, 1골을 마악 넣은 나라는 중남미의 조그만 나라 파나마였다.

파나마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1골을 기록했다. TV의 그 장면은 바로 파나마의 역사적인 장면을 잡아내고 있었다. 파나마는 남한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남한의 10분이 1이 안 되는 소국이다. 파나마 운하를 보호하려는 강대국의 욕심 덕분에 파나마는 강대국들 틈에서 어부지리로 독립할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첫 골이 터지기까지 파나마는 정확하게 115년을 기다려야 했다. 어찌 눈물이 없을 수 있으리.

월드컵 축구는 흡사 국가들끼리의 전쟁과도 같다. 축구는 11명의 군인들만 출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전쟁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는 열광하고 패배한 국가는 도탄에 빠진다. 국가는 전투를 독려하기 위하여 승리한 날을 기념하여 공휴일을 지정하고, 공로를 세운 전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한다. 파괴가 없고 유혈이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미사일보다 축구로 전쟁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2 월드컵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전사들의 장딴지는 탱크의 캐터필러처럼 단단하고, 두 다리는 전투기처럼 빠르다. 선수들은 상대 진영을 향하여 기갑부대처럼 돌격전을 벌이고, 수비 진영은 야간 기습을 벌이는 전투 편대처럼 반격에 나선다.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단독 돌파하는 선수는 특수부대의 특공대처럼 보이고, 순식간에 상대 골문을 향하여 날아가는 축구공은 스커드 미사일처럼 보인다. 세상의 모든 나라는 앞으로 전쟁을 할 때 축구로 하자!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은 대부분 심야에 방송되어 아쉽다. 그래도 이번에 16강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손홍민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는 덕분이었다. 한편으로 아무리 걸출한 선수라도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할 때에는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축구는 총력전이다. 전쟁은 한 사람의 영웅만으로 치를 수 없다. 후방의 국민들과 전방의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총력전을 벌일 때에야 승리할 수 있는 축구는 전쟁과도 같다.

월드컵 결승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두 개의 국가만이 출전할 수 있다. 행운이나 우연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절대강자만이 무대에 올라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패권을 위하여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였다. 역시나 전통적인 축구 강호들이다.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고, 프랑스에는 떠오르는 킬리안 음바페가 있다. 세계축구를 양분하는 유럽과 남미의 대결, 그리고 노장과 신예의 대결이다. 그리고 둘 다 파리 생제르맹FC 소속이다.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는 걸까. 결승전은 월요일 새벽 12시에 시작한다고 하니까 내일 밤에는 결승전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언론들은 이런 제목을 뽑을 것이다. "오늘 밤 하나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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