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동 금지의 ‘카타르 월드컵’의 이중성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치행동 금지의 ‘카타르 월드컵’의 이중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카타르의 정치외교적 입장 ‘헤지전략’의 일환이 이중성 불러
- 카타르의 ‘줄타기 외교’가 경기장 정치적 구호 ‘허용과 불허’ 오락가락
한 이란 축구팬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여성, 삶, 자유라는 글을 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 : 우키피디아
한 이란 축구팬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여성, 생명, 자유라는 글을 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 : 위키피디아

스포츠에서는 정치적 구호나 그러한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견해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관람객 입장으로 모여드는 곳이 스포츠 이벤트 현장이다. 금지된 정치적 구호가 버젓이 외쳐지고 있는가하면 심지어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집단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 현수막 게시는 어떤 경우에는 허용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보아 왔다. 사상 초유의 중동의 카타르(Qatar)월드컵이 진행 중에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 답은 전적으로 정치적 메시지의 내용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로이터 통신의 관측이다.

축구팬들은 개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칙(rule) 운용이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상 처음 중동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지만, 불안정한 중동지역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이란에서의 반(反)정부 시위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충돌 격화가 있다.

지난 11월 30일 아르헨티나-폴란드 경기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해방 티셔츠를 나눠주는 사람들까지 보이는 등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허용되는 한편, 이란 성직자 지배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려던 축구팬들에 대해서는 치안당국이 단속을 벌였다.

알스마마 경기장 주변에서는 이 같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12월 1일 모로코-캐나다 경기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는 깃발과 모자, 스카프를 착용한 수백 명의 축구팬들은 경비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 '라이브-Laeeb' 라이브는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라는 뜻의 아랍어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 '라이브-Laeeb' 라이브는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라는 뜻의 아랍어

하지만 이틀 전 같은 경기장에서는 이란-미국 간의 일전(一戰)을 앞두고 경비원들은 이란에서의 반정부 시위지지 현수막 등을 몰수하고, 입고 있는 티셔츠는 벗고, 가지고 있는 깃발은 내려놓으라고 강요했다.

이란이 1-0으로 패하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간 가운데, 경비원들이 시위활동가 티셔츠를 입은 남성들을 경기장 안에서 쫓아냈고,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자 1명을 거세게 밀쳐 땅에 떨어뜨리는 모습을 로이터 통신 기자들이 목격했다고 전했다.

경기에 앞서 FIFA 인권담당 부문은 그 이전 이란 경기 처우에 불복한 팬들에게 메일을 보내 여성, 생명, 자유와 ‘마흐사 아미니(22세의 여대생)’의 이름과 초상화를 경기장에서 게양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아미니는 지난 9월 이란 경찰에 의한 구속 중에 사망해, 항의 시위행동의 계기가 된 여성이다. 구속 이유는 히잡(hijab)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카타르월드컵조직위원회는 치안당국은 갈등을 완화하고, 평온을 회복시키기 위해 개입했다고 말했으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는 게 로이터의 전언이다.

* 정치적 견해는 축구판들에게는 현실의 문제

팬들은 이중 잣대(double standard)라고 느끼지만,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접근법은 카타르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권위주의적 정부를 가진 보수성향의 이슬람국가이지만, 오랜 세월 외교적으로는 쉽지 않은 ‘줄타기 외교’를 계속 해왔다.

카타르는 외교정책으로 이란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하편 중동 최대의 미군 기지를 수용하고 팔레스타인 이슬람조직인 ‘하마스(Hamas)'를 수용하면서 과거 이스라엘과 일정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번 월드컵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수도 도하(Doha)로 직항편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하는 등 줄타기 외교를 해오고 있다.

축구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관성이 없는 규칙 적용은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풋볼 서포터즈 유럽(football supporters Europe)의 로낭 에방(Ronan Evain)은 이 같이 말하고, “결국 FIFA가 자체 주최하는 대회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에방(Evain)은 이란의 반체제 운동의 구호에 관련해서는 “정해지지 않은” 일관성의 결여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경기에서는 팬들이 항의 시위활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이란 경기에서는 그러한 티셔츠를 입고 있던 팬들은 논란에 휩싸였다.

LGBT+ 등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지 표명에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일관성 결여가 보인다고 에방은 말한다. 카타르의 동성애 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이어 “무지개 깃발(rainbow flag)은 겉으로는 허용되지만, 실제 상황은 크게 다르다”면서 “이러한 일관성의 결여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쪽은 팬들”이라고 지적했다. 무지개 깃발은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1978년 디자인 한 이후로 성소수자의 자긍심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FIFA의 경기장 관람 규칙은 정치적, 공격적, 차별적인 내용의 현수막, 깃발, 전단지, 복장 및 기타 소지품을 금지하고 있다. FIFA 대변인은 FIFA가 허가된 것을 경기장에서 게시하지 못한 사례를 몇 가지 확인하고 있다며, 규정을 완전히 이행하도록 카타르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현지에 온 이란계 미국인 한 축구팬은 여성, 생명, 자유를 노래한 티셔츠를 입고 6개 경기를 치렀지만, 이란 두 경기에서는 보안검색을 통과할 때 숨겼다고 말했다. 이란-미국전에서는 단속이 두려워 착용을 단념했다고 한다.

대조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는 상징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팔레스타인 축구팬은 카타르 사람들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느꼈다고 한다. 모두가 우리에게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이라고 말해 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랍권의 대(對)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강력히 반대하는 그룹 정상화에 반대하는 카타르 젊은이들의 카타르의 한 회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감대는 팔레스타인이 계속 아랍의 주요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16강에 진출해 많은 아랍 팬들의 갈채를 받은 모로코 등 아랍 국가들은 2020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미국의 조지타운대 카타르대학의 메흐란 캄라바(Mehran Kamrava) 정치학과 교수는 “팔레스타인 지지 표명을 허용하는 것은 카타르에 헤지 전략(Hedge Strategy)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캄라바 교수는 "(카타르는) 주민들이 분노를 풀고, 상징적인 형태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을 인정해 왔으나,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더라도 대(對)이스라엘 관계 개선을 위한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