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당성도, 합법성도 없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단행한 호전광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우호국 중국의 국영 금융기관들은 곤경에 처한 러시아 경제에 조용히 거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타격을 입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파트너인 러시아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핵심적인 플레이어(Player)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략적 파트너 러시아의 경제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는 베이징의 의지가 ‘여기까지’라는 일정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의 고립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침략’으로 규정한 서방 주도의 제재를 규탄을 했지만 중국 국영 금유기관들은 곤경에 처한 러시아 경제에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서방세계는 금융판의 핵무기급이라 할 스위프트(SWIF,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국제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로 함에 따라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와 연관된 중국의 국영기업들도 곤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 국영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일정한 거리두기 움직임은 공개적으로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모스크바와 관계를 강화하려는 베이징의 신중한 균형적 조치를 시사하는 것이며, 이는 주요 서방 수출시장과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정보접근이 좋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중국 중앙은행(Bank of China)의 싱가포르 비즈니스가 석유 및 기업과 관련된 자금조달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으며,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이 러시아 상품 구매에 대한 자금 조달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나티시스(Natixis)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Alicia García Herrero)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 중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러시아 경제를 계속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에레로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관한 한 은행은 위안화로 대출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면서 “유럽 은행들조차 에너지 수입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럽 은행들이 하려고 한다면 왜 중국 은행들이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은행들의 최근 조치를 ‘기존 제재의 반영’”이라며 “즉, 법조문을 준수할 것이지만, 법의 정신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최근 몇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종종 미국과 동맹국의 간섭으로 간주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달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우호 협력에는 “무제한이며, 금지된 분야가 없다”고 선언했다.

두 정상 회의는 러시아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30년 계약에 서명하는 것을 포함, 많은 무역 거래로 이어졌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은 2021년 1,469억 달러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36% 증가했지만, 이 수치는 여전히 중국의 미국 및 유럽 연합 교역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에게 “억제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하고 “모든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에 반대”를 표명했다.

지난주, 중국 세관 당국은 이달 초 베이징과 모스크바 간에 체결된 협정 패키지의 일환으로 연간 79억 달러 규모의 세계 수출량을 자랑하는 러시아 밀에 대한 수입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유럽 연합, 영국, 일본, 캐나다 및 호주는 SWIFT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추방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 보유고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모스크바에 대한 일련의 징벌적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루블은 28일 달러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아시아 거래에서 30%나 폭락했다.

대만 국립청치대학교의 금융규제 전문가인 창쳉윤(Cheng-Yun Tsang)은 중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해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외환 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미국 달러가 지배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약 280억 달러 감소한 3조 2,200억 달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면서 “중국은 또 SWIFT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이 러시아에 자금을 제공할 때 다소 신중한 조치로 이끌 수 있다. 미국 달러로 거래하는 중국의 능력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쳉윤은 베이징이 모스크바에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대부분 상징적인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앞으로 더 가혹한 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은 균형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격적인 제재는 서방국가에 대한 부수적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러시아의 수익성 있는 에너지 산업을 크게 살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2위의 천연 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유럽 천연 가스 공급량의 40%를 제공한다.

나티시스(Natixis)의 아시아 경제학자 게리 응(Gary Ng)은 현재의 제재 체제는 중국이 러시아와 합법적인 무역을 계속할 수 있는 상당한 여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지원으로 러시아에 대한 압력은 특히 금융 연결에 대해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고립되어 있고, 중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경제 규모를 가진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범위를 확대하고, 2차 제재를 가하면 진짜 어려운 순간이 온다. 이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과 서방이 중국의 큰 역할을 감안할 때, 압박하거나 2차 제재를 가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 사이의 줄다리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러시아 압박 캠페인이 소외된 국가들로 하여금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더 많은 국가 간 지불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달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