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소수파 갈등의 무대가 된 미국 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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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소수파 갈등의 무대가 된 미국 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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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인종이론(CRT)에 대한 학교 교육 논란
- 진보와 보수진영, CRT용어 놓고 첨예하게 분열
- 미 교육위 회의, 정치적 투쟁의 장소로 변질
- 진보진영. 인종차별의 근원은 사회의 구조나 제도에 그 원인
- 보수진영, 백인우월주의에 CRT교육은 사악한 역사관이라 비판
미국 뉴욕타임스는 흑인 노예가 최초로 미국으로 끌려온 1619년을 미국사의 진정한 기점으로 보고, 그 400년이 되는 2019년에 노예제도와 인종적 억압을 미국사의 중심으로 삼는 1619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흑인 노예가 최초로 미국으로 끌려온 1619년을 미국사의 진정한 기점으로 보고, 그 400년이 되는 2019년에 노예제도와 인종적 억압을 미국사의 중심으로 삼는 1619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미국의 교육위원회는 한 때는 지루한 집회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투쟁의 무대로 바뀌었다.

미국의 아이스하키 경기, TV리얼리티 프로그램, 교육위원회 모임의 공통점은 모두 싸우는 모습이 주목을 끈다는 점이다. 명색이 교육위원회가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19일자 기사에서 꼬집었다.

미국 교육위원회는 지역 학교제도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보통선거로 뽑힌 몇몇 위원이 무급으로 직무를 맡는다. 그 선거의 투표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대개 5~10%정도이다. 설령 위원회 모임을 가진다고 해도 참석자도 그리 많지 않다.

미 동부 버지니아 주 라우든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2021년 여름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교육위원회 가운데 한 곳으로, 공개된 회의 동영상에는 인종차별의 근원은 사회의 구조나 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나, 출생시의 성과 자인하는 성이 다른 트랜스젠더의 학생에 대한 취급에 관한 방침을 둘러싸고, 출석자들이 성이 나서 고함을 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이 위원회의 한 모임에서는 분규 끝에 참석한 학부모 가운데 체포자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CRT(Critical Race Theory)를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에 대해 진보진영과 보수 진영이 확연히 다른 정의를 내리고 두 진영 간에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CRT를 인종별, 인조주의의 개선을 요구하는 모든 노력을 포괄하는 용어로 규정하지만,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미국의 역사를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로만 묘사하면서 사악한 역사관으로 여기고 거부한다. 미국 사회의 분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위원회에서의 이 같은 소동은 미국 각지의 교육위원회로 퍼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 2월 교육위 멤버들에 대한 해직청구(Recall)라는 기존의 해법으로 사태를 타개했다. 교육회 멤버가 주민들에게 협박을 당한 곳도 있다고 한다. 교육회 구성원의 언행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21년 위원회 회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했을 때, 보호자를 조롱하고 있는 영상이 유출되어 4명의 위원이 사임하기도 했다.

전미교육위원회협회는 20219월 조 바이든 정권에 서한을 보내, 보호자에 의한 교육위원회에 대한 압력은 국내 테러리즘이나 증오범죄(Hate Crime)에 상당한다", 연방 정부에 개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서한은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협회가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신종 코로나 유행과 그에 따른 행동제한으로 교육위 모임에 참석하는 가정은 늘어났다. 남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에 사는 한 학부모는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중 아들이 공부로 고전하는 것을 알고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그 학부모는 우리는 아무도 교육위원회에 주의를 기울여 오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학교 재개를 재촉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다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20215월로 예정됐던 스코츠데일 교육위 회의는 의무적으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도 참석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취소됐다. 8월에는 학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모임을 가졌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반대파 주민들이 항의 활동을 벌였다.

1주일 후, 트위터로 17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는 보수파의 활동가 찰리 커크가 교육위가 연 공개 회합에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나는 최근 스코츠데일로 이사 왔는데,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나 싶다. 당신들과 당신들만 옳다고 생각하고 도입하려는 조치들을 보면 이 훌륭한 주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려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교육위는 20218, 20221월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위 위원 5명 중 이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4명을 소환할 움직임이 일었지만 그것은 끝내 불성립으로 끝났다.

202111월에는 당시 교육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 마이클 그린버그의 아버지 마크 씨가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자료가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는 교육위의 방침에 반대하는 50여 명의 학부모에 관한 정보가 집약돼 있었으며, 학부모 본인과 그 자녀들의 사진이나 사회보장번호, 이혼판결서 같은 신상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스코츠데일 경찰은 조사했고, 이 자료에 포함된 것은 일반적으로 입수 가능한 정보뿐이라고 결론지었다.

20221월의 회합에는 과격한 음모론을 신봉 하는 컬트 집단 큐어넌(QAnon)의 론·왓킨스씨는 교육위는 공산주의에 물들어, 바야흐로 우리의 아이들을 성전환에 대해 세뇌 하려고 한다고 외쳤다. 그는 지난해 10월에 금년의 중간 선거에 입후보 한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는 교육위의 결정에해 질린다고 했다.

* 교육위 방침에 맞지 않아 해고된 고교 교사도

스코츠데일에 사는 학부모이자 보수파인 다른 학부모는 교육위 모임에 참석해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과제로 제출된 소설의 한 구절이 경찰관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나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 것이지 떠들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스코츠데일 남쪽 약 30km에 위치한 챈들러의 교육위 위원인 린지 러브 씨는 인종차별적 메시지와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교육위에서 유일한 흑인 위원이다. 협박은 위원에 취임하면서 시작됐지만, 인종적 정의를 지지하거나 팬데믹 초기에 재택학습에 찬성할 때도 협박이 있었다고 한다.

신변에 위험이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위원도 있다. 나는 잘못된 메시지를 바로잡기 위해 더 교육위에 관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와 내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봐 정말 불안하다고 챈들러에 사는 로라 롤리스 씨는 말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일부 교육위는 CRT 교육에 관한 방침을 따르지 않는 교사를 내보내고 있다. 남부 테네시 주 설리번 카운티 교육위는 인종문제에 관한 저술가로 알려진 타나하시 코츠의 에세이를 과제로 다루거나 흑인여성 시인이 백인이 얼마나 특권을 갖고 있는가라는 자신의 시를 읽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고교 교사를 해고하기도 했다.

교육위가 문제로 간주하는 서적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테네시 주 맥민 카운티는 홀로코스트(Holocaust)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마우스를 중학교 커리큘럼에서 제외했다.

* 뉴욕 타임스 '1619 프로젝트'도 영향인가

교육학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브라운대 조너선 콜린스 조교수는 교육위를 둘러싼 다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싸움이 이 정도로 격화하는 것은 드물다. 교육위 모임에서는 시설 재검토나 학교 예산 같은 지역의 흔한 의제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흑인 노예가 최초로 미국으로 끌려온 1619년을 미국사의 진정한 기점으로 보고, 400년이 되는 2019년에 노예제도와 인종적 억압을 미국사의 중심으로 삼는 1619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맞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776년을 미국사의 기점으로 삼는 1776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트럼프 측은 애국교육 촉진을 노렸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끝내버렸다.

이제 교육위의 의제는 성전환 운동선수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와 CRT 가르치겠다는 방침 등 전국적인 이슈가 초점이다. 지역 학군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챈들러에 사는 한 학부모는 몇 년 전과 지금 교육위 모임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믿을 수 없지만, 같은 회합일 것 같지 않다. 지루했던 교육위 모임은 이제 정치적 갈등의 장이 됐고, 각 가정과 교육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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