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를 방해하는 이면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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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를 방해하는 이면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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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이전에(2013.12.11)에 나왔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후속조치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총 38개의 공공기관이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되었고 그 중 20개는 방만경영 관리기관, 나머지 18개는 부채감축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이들 기관은 정부에서 주문하는 데로 체질 개선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여 이를 보고한 것이다. 그 내용을 확인해보면 부채감축기관은 부채증가율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과 방만기관은 복리후생비를 줄이겠다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여기서 부채감축 계획을 마련한 기관들은 하나같이 민간자본 유치 혹은 사업 시기를 조정하거나 부지 매각과 같은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극약처방을 해서라도 부채증가율을 내려보겠다는 의도이나 모두 합쳐 210%에서 200%수준으로 줄어드는 정도이다. 이마저도 이행계획을 제대로 실행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라고 생각한다면 부채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계획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면에서 가장 많이 지적을 받아온 LH공사와 한국전력이 정부의 중장기재무관리계획보다 30%이상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LH공사와 한전(발전자회사 포함)은 사업조정의 규모가 워낙 커서 전체에서 85.8%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규모 사업이 LH공사와 한전이 수행하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이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본다. 또한 자산매각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도 핫이슈였던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사옥부지가 매물로 확정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땅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외국계와 지자체도 관심을 가질 만큼 서울에 몇 안남은 노른자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부지가 정부 목표를 무리하게 따르기 위해 헐값으로 매각되면 또 하나의 ‘특혜 의혹’으로 번질 수 있고, 결국에는 국민의 재산을 축내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이왕 판다면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청사진도 LH의 경우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의 불경기에서는 부채감축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은 애초 정부의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개선계획을 세웠다. 철도시설공단은 선로사용료 체계 개편이 없는 한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고,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은 사업성격상 감축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의 엄청난 보수를 보면 가이드라인도 맞추지 못할 처지인지 의문이 든다. 예금보험공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이 7천 6백만원이고 신입사원만 해도 초봉이 4천 2백만원이다. 예금보험공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에는 급여성 복리후생비가 연간 280만원이 포함되어있다. 한국장학재단도 별반 다르지 않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3년 예산 기준 7천만원이고 신입사원 초임도 3천 4백만원이다. 회사는 부채가 쌓이지만 직원들 연봉은 손을 댈 수가 없는 듯하다.

이번에도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무분별한 복리후생비를 줄이겠다는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최근 파업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코레일은 38개의 기관에서 유일하게 1인당 복리후생비를 증가할 것이라고 계획을 세웠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개혁을 위해 간부급 임금 동결하고, 성과급 반납하는 등의 의지를 표명하는데도 혼자서 독불장군이다. 특히 방만경영기관은 전년대비 1인당 복리후생비를 288만원이나 줄이겠다고 했다. 유독 철도공사 측만 되레 늘어난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것은 직원 자녀용 어린이집이 2곳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앞서 가이드라인을 밑도는 감축을 계획한 한국장학재단(-1.8%)도 1인당 복리후생비에서 12만원, 단 5%만 줄이기로 하였다. 한국장학재단에 연봉 1억원 이상의 직원이 14%나 된다는데 아무리 자구책이라지만 성실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안 그래도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가 올해만 해도 68조원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채권액에 금융업계에서는 공기업들이 채권 돌려막기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개혁이 실행되어도 갑작스럽게 개선되기는 어려우니 우선적으로 채권을 갚지 못하고 계속 차환 발행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개혁에 협조해야할 공공기관들의 구성원이 오히려 집단 반발을 예고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공기업 노조는 새로운 경영평가를 비롯한 정부의 정상화 대책 전반을 거부하고 투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또한 퇴직금 누진제도를 통해보더라도 공공기관의 노사합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퇴직금 누진제는 근속년수가 길수록 더 유리한 산정비율을 적용해서 퇴직금이 늘어나는 제도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99년도 지방 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에 따라 이 제도를 폐지하라고 압박해왔다. 그런데 최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노사합의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지방 공기업에서 이 제도가 사라지게 되었다. 99년도부터 자그마치 15년이나 걸린 것이다.

부채가 많고 자본침식단계까지 심각한 상황에 도달하여도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과도한 복지혜택을 남발하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 표면적인 단체협약이 아니더라도 이면계약으로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며 자리보전을 했던 공공기관 경영진들이 상당하다는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이면계약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조용한 대타협으로 방만경영이 이어져 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그동안 무관심했지만 공공기관 개혁의 끈을 계속 당기기 위해서는 이면계획에 대해 전반적인 실태조사 및 그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드러나 환부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문제도 진단해야 할 것이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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