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무원 급여 인상율은 1.7%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6.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칙과 법에 의해 처리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미국의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해는 1980년이었다. 당시 막강한 전문가 협회를 구성하고 있던 항공관제사 노조(PTACO)는 1981년 8월 3일 레이건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더 낳은 보수에다 더 낳은 근무환경을 주장하며 주32시간 근무조건을 내 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은 비록 관제사 노조가 자신을 자지하기는 했지만 항공관제사의 파업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을 금지한 미국 법을 명백히 위반 했으므로 국가안전에 대한 위법임을 규정하고 48시간 이내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고, 이 명령에 불복종하는 관제사는 거침없이 파직을 하겠다고 경고를 보냈고, 한편에서는 대체인력을 동원하여 주요 노선을 제외한 여타 항공편의 운항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이 명령이 하달되자 업무에 복귀한 관제사는 파업에 참가한 전체 인원 13,000여명 중 1,300여명에 불과했다. 겨우 10% 만이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던 것이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개시 이틀 후인 1981년 8월 5일 명령불복종의 이유를 들어 11,345명을 무더기로 해고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단서도 달았다. 업무복귀 명령에 불복한 파업 참가자는 이날 이후 평생 어떠한 공직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강력한 조건이었다.
이런 조치를 당한 항공관제사 노조는 결국 정부에 의해 1981년 10월 22일 해산을 당하고 사라졌다. 미국 국민은 레이건의 강력한 조치에 지지의사를 보냈고 그 당시 높은 대우로 인해 귀족노조에 속하던 항공관제사는 졸지에 노숙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강력한 대통령의 리더십 뒤에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강력한 국민들의 지지가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코레일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각 기관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2012년 기준 244~400%에 달한다고 한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 초과하는 민간 기업이라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어 리스크가 대단히 큰 위험지수를 내포하고 있는 상태의 회사라고 지목되어 광장히 많은 경영상의 애로사항이 발생하여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부채비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우리나라 공기업 중에서 세 번째로 높다.
그만큼 구조조정 요인이 많이 상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공기업의 부채는 493조원에 달해 국가채무인 443조원 보다 높다. 문제는 3년 연속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전체 공기업에 대한 개혁의 요소가 사방에 늘려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철도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앞두고 민주당에 뛰어가 구원을 청하고 유사한 좌파단체들의 지원을 바라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원래 공기업은 신(神)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하여 경쟁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매우 편하게 일해 온 곳이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지만 공기업은 그와는 정반대 였다. 대기업에 오래 근무했던 필자로서는 엄연한 이 현실을 수십 년 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경험을 했다.
철도노조는 수서에 KTX 자회사가 설립되면 그것이 민영화의 첫걸음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철도공사의 계획대로 수서발 KTX 자회사가 출범하게 되면 필히 인력 구조조정이 실시되어 상당수 공사 직원이 수서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게 되어 힘이 분산되게 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고, 또 인력의 분산 재배치로 인해 노조투쟁력 면에서도 이전보다 약화가 되는 것도 못마땅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그동안 편하게 근무한 관계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강도 높은 업무가 닥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 덧붙여, 수서 KTX 자회사가 생기게 되면 그동안 편안하게 영위해온 철도공사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게 되고 생전에 경험하지 못한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되어 인력조정이나 임금인상, 재정지출, 대 고객 서비스 등 모든 면에 걸쳐 경쟁 상대를 의식해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 사사건건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니 극도로 저항 하고 나오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노조 자체내부의 문제가 얼키고 설킨 관계로 노조는 전혀 이치에 맞지도 않게 민영화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코레일 측이 밝힌 바에 의하면 수서발 KTX는 코레일이 지분의 41%를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나누어 가지므로 노조가 주장하는 민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파업의 목적이 다른데에 있는만큼 결코 노조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의 신임 최연혜 사장은 이번 파업에 대해 법규의 준수와 원칙에 입각한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했고 파업에 참가한 4,356명을 1차로 무더기 직위해제했고 2차 1,585명도 추가로, 3차 807명을 또 추가로 직위해제를 단행했다. 철도시설공단의 부채 규모가 17조원을 넘어섰고 철도공사의 부채가 14조원이 넘는데도 복리후생비를 수돗물처럼 펑펑 썼고, 그러면서도 직원 평균 연봉은 6,000만 원대에 달하고 있는데도 GDP 성장률의 두 배에 달하는 6.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엄청난 식탐을 드러내는 만성적자기업의 노조원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철도노조 파업 당시 기관사의 평균 연봉이 공개되자 노조는 파업의 동력을 잃고 8일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공기업 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민주노총 등 다른 좌파단체들과 연계하여 점차 정권적 차원의 투쟁을 벌여나가겠지만 아무리 강성노조가 들고 나선들 공기업에 대한 구조개혁은 이제 피할 수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필연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최연혜 사장은 레이건 대통령이 보여준 뚝심을 본받아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글 : 장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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