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대장님께 감히 건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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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대장님께 감히 건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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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용사의 묘역에 묻어달라 유언해 주시기 감히 바랍니다

▲ 6.25 전쟁 최고의 영웅 백선엽 장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대장님을 사랑합니다. 백선엽 대장님은 그냥 대장님이 아니라 6.25 전쟁 최고의 영웅이십니다. 2003년 6월경이었습니다. 삼각지 육군회관에서 선배 장군들이 육군회관에서 주최하는 어느 친목모임에 제가 끼었습니다.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께서 나오셨습니다. 저는 원체 과문한 존재인지라 영웅 백선엽 대장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얼굴이 그 유명하신 백선엽 대장님 얼굴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테이블에는 저를 포함해 8명이 착석하였습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예비역 높은 장군들이었습니다. 박경석 장군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를 소개하는 순간 백선엽 장군의 눈빛이 빛났습니다. “잠깐, 저기 저분이 지만원 박사요?” 했습니다. 박경석 장군이 “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지만원 박사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백선엽 대장께서 갑자기 일어서시더니, 제게 허리를 90도 굽히셨습니다. “지박사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지박사님의 5.18 시각에 대해 저는 100% 동감입니다. 그런데 저는 용기가 없었고, 지박사님은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경합니다.” 그러시더니 또 한 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황당했습니다.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마도 당시의 제 얼굴이 굳어졌을 것입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헛기침들을 하면서 냅킨을 둘렀습니다. 이때 박경석 장군이 제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지박사, 저 분은 영웅이야, 당신은 영웅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거야. 나 같은 사람이 하는 농담이 아니란 말이야, 이걸 분명히 알아야 해. 나도 놀랬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지박사 정신 차려”

사실 저는 이런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계급을 의식하지 않고 명분에 충실하는 맑은 영혼을 가지신 백선엽 장군이 아니시라면 그 어느 누가 저 같은 젊은이에게 허리를 90도 굽혀 존경한다는 말씀을 감히 하실 수 있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이런 장군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선엽 장군님을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것입니다.

채명신 장군님은 저를 많이 칭찬해 주셨어도 5.18로 인해 저를 칭찬해 주신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채명신 장군 내외분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생사를 같이 한 병사들 옆에 묻어달라 측근들에 부탁하셨습니다. 이는 채장군과 저를 잇는 별도의 통로였습니다. 채사령관의 뜻은 바로 제 뜻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2011년 9월 11일, 강원도 산골에서 눈물을 흘리며 “백선엽 장군께 여쭙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에는 계급이 없어야 합니다. 계급에 따라 충성도가 차등적으로 평가된다면 그 많은 병사들이 왜 최일선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겠습니까? 지휘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병사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명령을 내립니다. 그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합니다. 생명은 차별 없이 다 귀중합니다. 그 귀중한 생명들이 명령이 정교하면 수십만이 살고, 명령이 거칠 때 수십만이 절단 납니다.”

“하늘이 주신 탤런트와 운명에 따라 누구는 지휘하고 누구는 따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명령을 내리는 전사와 그 명령을 받는 전사의 애국심은 똑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생명이 동등합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신분의 귀천이 있었습니다. 이 신분제도 때문에 조선이 일본에 먹혔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이 왜 이런 낡아빠진 봉건제도에 안주하는 것입니까? ”

“애국하는 데에는 역할이 있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역할도 있고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역할과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 이 두 개를 놓고 따질 때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명령을 내리는 역할입니다. 명령의 질에 따라 수십만 병사들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서 모든 장군들이 다 훌륭한 명령을 내리고 존경을 받았습니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 좀 더 자기를 알아주고 더 출세시켜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이 바로 장군이고 장관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죽어서도 묘지를 삐까번쩍하게 8평으로 하고 거기에 온갖 꽃을 심고 육중한 비석을 세우라는 정책을 결정해 놓고 죽었습니다. 장군들 중에 몇 몇 장군들을 제외하면 시쳇말로 손바닥 잘 부벼 별을 단 똥별입디다. 이런 장군들이 자신도 8평짜리 장군 묘역에 묻히고 싶어 800만 예비역들의 청원을 무시합니다.

이런 장군들이 죽어서도 아방궁을 차지하고 장미꽃 넝쿨에다 온갖 꽃을 기르며 위화감을 조성합디다. 이런 장군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군인들의 단합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8평의 장군 묘지는 이제 자랑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부끄러워 숨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부터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백선엽 장군, 당신으로부터 당신을 따르는 병사들 옆에 묻히시기를 바랍니다. 당신께서 장군묘지에 가시는 것은 당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당신께서는 퍼싱 장군보다 더 위대하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시면 당신께서는 바닥으로 전락하십니다.

그리고 채명신 장군, 풍운의 별 박정인 장군, 당신들께서는 어떠하신가요? 8평짜리 장군 묘지를 버리시고 당신들을 좋아하는 저 지만원과 함께 그리고 당신들이 거느리시던 병사들과 함께 나란히 누워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런 결단이 위대하신 결단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장군님들의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장군묘는 그야말로 코미디입니다.

장군들 중에는 빨갱이들도 있고, 그 인격이 병사들보다 못한 인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전근대적인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저는 절대로 국립묘지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 베트남(월남)전의 영웅 채명신 장군
저는 채명신 장군보다 백선엽 장군께서 먼저 소천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채명신 장군보다 6년 선배이시니까요. 그래서 채명신 장군보다 먼저 병사들과 함께 묻히는 결단을 내리실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우 불경하게도 채 사령관님은 백선엽 장군님보다 먼저 떠나시며 병사들과 함께 하겠다는 고매한 소원을 한 발 먼저 성취하셨습니다.

모든 국민들, 모든 장병들이 이 신선함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백선엽 대장님께 감히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육신의 힘이 남아 계실 때 반드시 유언을 남겨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현역에 있는 장군들의 부인, 예편해 있는 장군들의 부인들 중, 과연 채명신 장군 부인과 같이 “내 남편을 병사들 옆에 묻어 달라. 이것이 내 남편의 유언이었다” 이렇게 말하실 분이 과연 또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늦기 전에 유언을 남겨 달라 감히 건의하는 것입니다.

채명신 사령관의 부인인 문정인 여사님께서 이런 뜻을 전한 사람은, 채사령관님을 최근 모셨던 월남참전 전우 정재성 전우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뜻은 규정상 오직 국방부장관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위대한 뜻을 정재성씨로부터 전해 듣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국방부장관은 제가 직접 통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 예산군수를 하시는 최승우 장군께 부탁하였습니다. 저는 채명신 장군을 국군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으시는 최승우 장군(육사21기)께 부탁드렸습니다. 최승우 장군은 매년 미국으로 가서 6.25 참전 용사들, 특히 병원에서 신음하는 미군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행사를 주최합니다. 그때마다 미군 참전용사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국가와 군이 해야 할 일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혼자 하시는 분입니다. 그 분 역시 채사령관을 존경하는 분입니다.

저는 힘이 없지만, 그 선배님은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간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선배님은 예산군에서 서울로 일부러 올라와 최종적으로 국방부장관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런 장관의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최승우 장군 뿐이었습니다.

이런 국방부장관의 결심을 최승우 예비역 장군으로부터 전해들은 유가족 문정인 여사님은 남편의 뜻을 여기에서 접을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즉시 편지를 쓰셨습니다. 이 편지에는 채사령관 내외분의 절절한 소원이 담겨 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위해 그 편지 내용을 공개해 드립니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님께 드립니다.

저는 채명신 장군의 가족입니다. 남편은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세브란스 병원에 누워계시며, 남은 시간이 별로 길지 않은 상태에 있습니다. 평소 채장군께서는 늘 동작동 제2묘역에 누워있는 병사들을 창문을 통해 가리키며 당신도 월남에서 생사를 같이 한 그 병사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 말씀하셨습니다. 국가가 장군에 부여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병사들과 똑같이 화장하고 병사들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묘비를 세워달라 부탁하신 것입니다. 이 부탁은 가족인 제 소원이기도 하오니 수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에 제 작은 바람이 더 있다면 첫째, 동작동 월남전에서 전사한 병사들이 집단으로 누워있는 동작동 제2묘역 앞자리에 충분한 빈 공간이 있다 하고, 그 공간은 전사한 병사들의 맨 앞자리에 위치해 있어 주월한국군 역사에 대한 상징성을 잘 나타내 줄 수 있을 것이라 하니, 이 점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여 사령관님을 그 자리에 모셔주시면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저도 이후 사령관 옆에 함께 누울 수 있도록 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어지러운 국사에 몰두하실 비서실장님께 결례가 되었다면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3년 11월 21일.

채명신 장군 가족 문정인 올림

존경하는 백선엽 영웅님께

항간에서는 말합니다. “백선엽 장군께서 6.25 참전 전사자 묘역에 묻히신다면 채명신 장군의 뒤를 잇는 것이 되어 모양세가 안 좋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인배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대인은 저잣거리 인생이 하는 말이라도 옳은 말이면 고맙게 수용합니다. 백선엽 대장께서는 2003년에 저 같이 계급적으로 미미했던 존재에게도 허리 굽혀 절을 하실 정도로 명분에 충성하는 대인이십니다.

백선엽 장군께서는 늦기 전에 지금 유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6.25 전쟁의 영웅은 백선엽, 베트남전의 영웅은 채명신 입니다. 채명신의 공은 백선엽 장군의 영역이 아닙니다. 6.25 참전 용사의 묘역에 묻어달라 유언해 주시기 감히 바랍니다. 만일 제 건의를 무시하신다면, ‘백선엽 대장께서는 물론 대한민국’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애국과 정의 그리고 선진화에 대한 국민의 열기가 시들기 전에 이에 대한 유언을 하루 빨리 남겨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2013.12.2. 지만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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