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상식적인 말이지만 남자와 여자를 모두 합쳐, 사람 또는 인간이라 말한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 모두를 아우르는 인간이다. 인간이 하는 일을 남자와 여자로 꼭 구분해서 지도자를 뽑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다.
최근 새누리당은 대선 캠페인의 차별화를 위해서인지 ‘여성대통령’을 부각하고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권은 박근혜 후보를 진정한 여성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반박을 하고 나섰다. 누구를 위한 설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 사실 알 필요도 없다.
문제는 누구나 국민, 서민, 복지, 경제민주화, 성장, 미래를 외치면서 국민들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데, 여기에 ‘여성’이라는 말이 캠페인 슬로건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국민인 사람들한테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할 터이니 표를 달라고 하면 된다. 특히 미래 가치를 내세우면 된다. 네거티브(Negative) 캠페인은 있을 수는 있으나 지금 대선판에서는 정책 등 미래를 판단해볼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캠페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은 뒤로한 채 상대방의 약점만 부각시키는 캠페인은 지금부터라도 접어야 한다.
야권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이없다. 야권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권익 향상,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도대체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윽박질렀다. 또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적도 없고, 또 여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행보를 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도자란 만물박사가 아니다. 여성관련 법안을 내면 여성지도자 자격이 있고, 남성 관련 법안을 성안하면 남성지도자가 되는가?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된다. 기업체 최고경영자도 대통령이 된다. 여성이 사회운동을 하다 여성 대통령도 된다. 변호사 출신도 대통령이 된다.
군필자에 사회적 성공을 하고 법안을 여러 개 낸 사람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해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가 바로 여성이고 남성이다. 만일 야권이 그런 인식 속에서 따졌다면 그 논거는 편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역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여당 야당을 떠나, 진보적 성향이나 보수적 성향을 떠나, 인간의 근본인 성(性)을 가지고 지도자 역량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 자체가 후진적 한국의 정치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현상이다. 사회 지도층이라 할 모 대학 교수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생식기’운운하며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쓸데없는 설전은 접고, 미래가치를 위한 정책, 소신, 정견을 내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며 국민들이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가 판단하게 해야 한다. 음식점에 갔더니 먹을 만한 메뉴는 없고, 맵거나 짠 극단적인 음식만 메뉴판에 가득 적어 놓았다면 손님들이 그 음식점을 찾겠는가?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박 후보는 출산, 교육, 장바구니 물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정 대변인의 개인의 인식이라도 공당의 대변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혹시라도 당 평균 인식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우려스럽다. 여자란 시집가서 아이 낳고, 밥 짓고, 설거지하고, 시장가서 물건 사는 것만이 여성이 할 일인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권유린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 중심사회의 그릇된 인식의 고착화의 발로가 아닌가?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아니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자 인간성 파괴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과는 인간존엄성을 유지하고 인간성 파괴를 막는 최소한의 절차이자 수단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최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 미래 지도자 후보를 내세우고, 역량있는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여성대통령이라는 차별화를 꾀한 정치 공학적 접근도 썩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역사 삼국시대에도 여왕이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 여성이 최고 지도자 자리에 한 번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호 이후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 후보도 최근 ‘여성대통령이 곧 정치쇄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의미는 있다. 남녀 구분 없이 훌륭한 리더십, 이른바 ‘슈퍼리더십(Super-leadership)’을 내세우며 정정당당하게 경쟁에서 승리하면 되는 일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훌륭할 수 있다는 인식은 남성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인식과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방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여성의원들이 우르르 모여 상대진영을 향해 공박을 하는 모습이다. ‘한 많은 여자의 일생’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성(性)은 성(性)일뿐 능력과는 상관없다’는 인식아래 ‘국정능력’을 내세우며 한 표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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