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대한민국 수호자

맨날 슈퍼에 된장 간장 꼬추장에 시들한 상치만 사다 먹으니
그것도 서서히 질린다. 시간이 나면 직접 내가 시장을
가기도 한다.총각시절때 자취생활이 은연중 장보기라는 것에도
습관을 아직도 뗄수가 없어,,마누라 몰래
할수 없이 장판밑에 꼬불쳐 둔 비상금 5만원에서
만원짜리 한장 꺼냈다. 만원짜리 1장 달랑들고 ooo번 버스타고
인근 사장을 갔다. 시장까지 온 감에 단돈 1000원짜리
콩나물 사는데도 좀 더 싱싱하고 양 많이 주는 곳을 찾는다.
요즘 단돈 천원은 돈도 아니라 콩나물도 1000원어치 달라면
할매들 표정이 어찌 달갑지않은것이 예전같지가 않다.
어쩌랴 할매도 살아야되고 나도 살아야지 않겠나 말이다.
시골살땐 아무리 없이살아도 제철에 나는 과일 채소 정도는
텃밭에서 얻고 품앗이를 해서도 나눠먹고 양식걱정은 없이 살았는데,
콩나물 천원어치 사고 9천원 남은 돈으로 뭘하지?
물간 생선에 무도넣고 파도넣고 멀건 생선국 이라도 끓여볼까?
시장나오면 생선은 염병 멸치대가리도 하나 살 엄두도 못낸다.
돌다 돌다가 또 다시 원점으로 노점상 끝머리에 슈퍼에서 못보던
촌 고추 몇줌, 퍼드레 상치 몇무대기 놓고 오가는 사람 쳐다보는
할매한테 풋고추 1000원 상치 1000원어치 달라고 했다.
할매가 내 얼굴을 쳐다본다. 꼭 남자가 쪼잔하게 천원어치가 뭐냐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 처럼... 퍼떡 주소 빠뻐요!
할매는 그제서야 풋고추 상치를 담을려고 박스 한쪽에 꼬깃 꼬깃한
비닐을 뒤적인다. "맞는 비니루가 없구마 아저씨요,한테 여가 가소"
"야, 한테여도 됩니더" 천원짜리 두개 건네고 돌아서니 7000원 남았다.
사람도 들어갈 큰 봉다리다. 콩나물,풋고추,상치 다 쑤셔넣어도
오뉴월 축 늘어진 황소붕알 같다. 털레털레 어물전으로 다시 올라갔다.
은빛갈치도 눈에 들어왔다, 칠천원으로 갈치 대가리 눈깔도 못산다는거 안다.
살펴보다가 옆 가게 바닥에 보니
노가리가 담긴 프라스틱 바구니가 눈에 띈다. 한 여나믄 마리는 될것 같았다.
사장님한테 물으니 5000원이라고 해서 그걸샀다. 5000 쓰고 나니
2000원 남았다.2000원은 비상금이다. 장판밑에 40000원은 깨면 안된다.
버스를 탔는데 좋지않은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거 뭐야? 킁...킁..
내 비닐 봉다리에 나잖아? 노가리 냄새는 아닌데..??
버스에서 냄새를 풍기고 이사람 저사람 시선받고 몇 정거장 타고 내려서
비닐에 냄새를 맡아보니 청국장 냄새도 아닌 냄새가 상치도 풋고추도
베여 못먹게 생겼다. 에이,
진짜 그 할매는 나보더 더 지독하네 비닐 한장 얼마한다고...
담배는 죽어도 목끊고 피야되고 반찬거리까지 1000원 한장에 울고 눗는다.
그렇지만 골초들은 담배한갑 4500원 주고 사 피면서 뿌듯한 자부심에 빠진다.
담배 피면 9억짜리 재산가 자격이 된다고 누가 그러더구먼?
나는 9억짜리 재산가다. 먹을거 입을거 단돈 만원가지고 벌벌떨어도
9억 자산가라는 자부심 그거 하나면 충분하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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