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반도체 제조사들의 현실과 법규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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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반도체 제조사들의 현실과 법규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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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여명의 백혈병 및 희귀 질환 발생제보 및 사망자수 30여명 넘어

^^^▲ 삼성반도체에서 일 했다는 이유로 110여명의 백혈병 및 희귀 질환 발생 제보가 있었고 사망자수가 30여명이 넘었다
ⓒ 뉴스타운 김이수^^^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의 피해제보가 계속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이 없다. 세계 1위의 반도체 강국의 이면에는 직업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후진국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나 몰라라 식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지, 또 대책은 어떤 것이 마련됐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민의 건강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사안으로 부상했다.

본지는 이 문제의 출발에서부터 대책에 이르기 까지 이를 심층 분석해 본다.(편집자주)

[연재 순서]
① 반도체 직업병 문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② 부실한 역학조사 책임지고, 보고서 전문 공개해야
③ 반도체 제조사들의 현실과 관련법규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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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에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금속, 유독가스가 사용된다. 근로자들은 인간공학적 문제나 그밖에 직업적 스트레스 요인들 뿐 아니라 방사선에도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워낙 급속도로 발전한데다 기밀유지에도 강박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근무할 때의 환경과 근로조건은 거의 알려 진 게 없다.

현재까지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110여명의 백혈병 및 희귀 질환 발생 제보가 있었고 사망자수가 30여명이 넘었다. 너무나 많은 젊은 근로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 왜 이름도 생소한 희귀질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죽어 가는지 그 제보사례를 살펴보면 초기 반도체 제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산업보건을 망각한 제조시스템 및 관련법규 미비로 인한 안전 교육 미실시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테드스미스 외 지음, 공유정옥 옮김)” 에 의하면 미국의 “실리콘 사막” 이라고도 불리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의 지하수는 모토로라가 생산되는 반도체 공장 때문에 심하게 오염 되었다. 주로 세척제로 쓰이는 트리콜로로에틸렌이 문제가 된 것이다.

IBM의 경우 기업사망자료(과거 35년간 근무한 근로자의 사망 원인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자료. IBM은 이 자료의 존재 자체를 부정 했고 나중에는 근로자의 건강을 추적하기 위해 평가되거나 사용 될 수 없다고 주장함)를 보면 1969년부터 2001년 초기까지의 분석에 사용된 최종인원은 남성 27,288명, 여성 4,673명 중 실제 암으로 사망한 남성이 7,703명이고 여성은 1,668명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할 때 IBM 근무자들은 모든 부위의 암에 대한 총 비례 사망비는 의미 있는 증가를 보인 것이다. 20년 이상 미국에서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된 근로자를 변호해 온 아만다 허즈 변호사는 IBM 의 기업사망자료는 사망 원인 가운데 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 인구 집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보다 크게 높다는 것을 밝혔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IBM은 소송이 진행되자 그러한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을 위해 일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300여개의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IBM은 소송을 건 상대방의 변호사들에게 시간낭비라고 주장했고, 결국 IBM이 막대한 양의 건강자료를 기록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IBM은 자기들이 만든 시스템이 찾아낸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를 관리하기만 했을 뿐 근로자들은 다시 클린룸으로 들여보내졌고 많은 근로자들이 암에 걸리고도 다시 비슷한 환경의 작업장으로 내쳐졌고 죽어간 것이다.

뉴멕시코 주의 앨보커키 근처의 인텔 공장에서는 해마다 약 160만 갤런(605,677리터)의 물을 사용해 왔다. 이런 물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여 콜로라도 강을 포함한 지역의 수자원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의 전통적인 관개수로를 고갈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수자원 고갈 뿐만 아니라 Sparton Technology, GTE Lenkurt사를 포함한 전자제품 공장들로 인한 앨버커키의 지하수는 오염되어 왔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 인근 효고 현의 다이시 초는 일본에서 최초로 반도체 공장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알려진 지역이다. 이곳은 도시바 그룹의 생산기지가 있었던 곳으로 이 곳 대부분 지역과 식수원들은 트리콜로로에틸렌에 오염되었고 우물들 4분의 1 정도는 환경 수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 원인에 대한 추정은 도시바의 지하 저장 탱크일 가능성이 큰데 실리콘 밸리와 유사할 것이란 추정뿐, 도시바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공장에서는 1천 평방미터에 걸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데 나섰지만 7미터 깊이에서 지하수가 발견되자 정화사업을 중단했다.

지하수 오염 사실이 밝혀진 뒤, 다이시 초에서는 우물에서 퍼 올린 물을 탈기(air stripping)처리하여 트리클로로에틸렌을 증발시킨 뒤에 식수로 공급했으나 개인 우물들은 상수도로 대체되었고 도시바의 다이시 공장은 오염에 의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상수공급을 전환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한 돈은 “사회공헌” 이라는 식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2001년 3월 대만에서 있었던 집회모습암으로 사망한 타이완 근로자의 가족들과 지지자들
ⓒ 뉴스타운 김이수^^^
대만,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영구오염지역 선포

아마도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곳은 타이완의 RCA 타오위엔 공장이다. TCE로 인한 수질 오염 사고가 발생하고 지하수 정화 노력을 했으나 결국 영구오염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트리클로로에틸렌과 사염화에틸렌으로 인하여 공장 주변 2Km의 토양과 지하수가 지독하게 오염되었다.

트리클로로에틸렌과 염화비닐은 식수 기준치 200배, 사염화에틸렌의 경우 1천배가 검출되었고 타이완 정부는 회사에 정화명령을 내렸으나 주민들에게 상수도 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1년간 생수를 제공하고 정화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구 오염 지역으로 결론을 맞게 된다. 이미 공장에 근무한 사람들 가운데 1,395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226명이 사망했으며 100명 이상이 그 외 종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잠재적인 발병환자까지 합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심각한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반올림에 의하면 현재까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100여건이 넘었고 이미 35여명이 사망했다. 아직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성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제조사들 또한 이러한 제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반올림에는 국내 한 반도체 회사에 근무했다 퇴직한 근로자의 백혈병 발생제보가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보를 의학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반올림의 제보사례
ⓒ 뉴스타운 김이수^^^
제조사에 직접 확인 결과 “현재까지 당사에서 근무한 직원들 중 희귀질환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임직원은 전혀 없고, 업무 특성 및 연차에 따라 건강검진(일반/특수/종합)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으며 건강검진 결과 직업성질병에 해당하는 임직원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당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희귀암이 발생했다 라고 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라고 답변했다. 또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려면 당사 근무자 중 희귀질환 발생자가 많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인구통계학적으로 집계된 수치보다도 많아야 하는데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 답변은 의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제조사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얼마 전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생산기지 증설을 상수원 부근에 만든다 하여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여러 논란 끝에 일단 보류되었다가 2010년 1월 환경부의 특정 수질 유해물질의 경우도 배출량이 검출 한계보다 적고, 사고 대비 시설을 갖추면 배출을 허용키로 결정한 법령입안 예고로 공장증설 허용이 가능해 졌다. 해당 물질은 구리와 구리화합물, 디클로로메탄,1,1-디클로로에틸렌 등 3종이다. 환경부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도 반도체 공장에 대한 환경적 규제나 보완 감시 관련 체계가 미비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IBM을 생각하면 빅 블루 가족 Big Blue Family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삼성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IBM이 고용한 연구자들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사망률의 패턴을 확인하고서도 문제점을 덮어버리기에만 골몰해 왔다. 도시바나 다른 나라에서 반도체 제조회사들이 그랬듯이 삼성도 그렇다.

IBM은 영국안전보건청이 생식독성 연구를 할 때 내셔날반도체 공장에서 생식위험이 없다고 주장할 때 써먹은 기법을 이용하여 그러한 우려를 불식 시키려는 목적으로 전문가들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했지만 근로자들의 근무기간과 뇌암은 근무기간이 길수록 뇌종양 발생이 증가했다는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기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110여명의 백혈병 및 희귀 질환 발생 제보가 있었고 사망자수가 30여명이 넘었다
ⓒ 뉴스타운 김이수^^^
반도체 제조사들의 비협조와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

삼성반도체를 비롯하여 하이닉스, 앰코테크놀러지 등 반도체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 일부자료가 참여연대를 통해 공개가 되었고, 기준치 이상의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삼성반도체는 자문단의 조사 일정이 짧아 발생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등등의 이유로, 하이닉스는 극미량 검출된 것이며, 일반 대기 중에서 검출될 수 있는 수준이며, 작업환경(공기 중)에서 벤젠이 노출된 사항이 아니고, 반도체사 및 전문분석 기관의 측정결과와 상이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IBM 이나 도시바가 그랬듯이 서울대산학협력단의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수준을 비전문가의 평가로 일축한 것이다.

반도체산업은 그 회사를 설립한 순간부터 작업환경과 관련된 직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모니터링을 시작했어야만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사전에 실행시켰다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건강문제들을 비켜 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은 처음부터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그 뒤로도 감시의 시선들을 거부하는데 급급했다. 지금처럼 긴박한 시기에 반도체산업이 가동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개입을 시작하거나 계속 개입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뉴스타운 김이수^^^
선진국의 제조설비가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갈 때 과연 안전보건 보호조치들이 어찌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산업재해와 직업성질환들이 대체로 적게 보고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모든 나라의 근로자는 산재보험 제도를 비롯한 안전보건 법률에 따라 기본적인 혜택을 누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그런 보호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거의 없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체들은 노후된 설비와 장비를 영세한 업체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들에게서 백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제조설비와 장비를 인수한 영세업체들 같은 경우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작업환경이 그렇듯이 백혈병과 희귀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어쩌면 이미 진실은 밝혀졌지만 삼성과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보연 등의 무성의한 대응이 피해를 당한 근로자와 유족들을 기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백혈병이 직업병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이 나라 최고의 흑자 기업 이라는 삼성전자반도체에서 일하다 퇴사하고 나서 백혈병 등 희귀질병에 고통 받는 근로자들이 산업역군으로서 충분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이상 희생이 없도록 힘을 모아 규명 및 예방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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