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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는 직원들의 봉급을 제때 주지 못하게 되자 마주하기가 거북해졌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돌다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찾아다닌 곳이 증권회사 객장이다. 거기를 가면 우선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편안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주식 시장의 루머를 듣고 한 탕해 볼 생각을 하다 보니 정신이 완전히 이상해져 버렸다.

건전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잃은 돈만 어떻게든 복구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퇴직한 회사에 찾아가 동료 직원도 만나서 자금 이야기를 했다. 도와 달라고 해서 차입한 돈도 많이 생겼다. 돈을 빌리면 다시 물 타기 주식 투자를 했다. 그렇게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돈을 빌렸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 신용을 잃고 피하는 친구까지 생겼다. 하기야 만나기만 하면 돈 이야기만 하는데 누가 만나 주겠는가, 그것이 당연하다. 상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증권회사 객장에 가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그곳에는 헛된 꿈을 꾸는 현대판 돈키호테 들이 모여 있다.

상규는 모두 미쳐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투자 이야기를 하며 돈이 많은 사람처럼 허세를 부리기도하고, 주식 투자에 도사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객장의 푹신한 소파에 멍청히 앉아 전광판을 바라보기도 하고 졸리면 한숨 자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공짜로 주는 커피도 얻어먹을 수 있고 때로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받는 일도 심심하지 않게 생겼다. 그래서 객장이 상규에게는 피난처가 되었다. 회사에 나가 보아야 직원들 밀린 봉급도 걱정이 되고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싫어서다. 은행에서 계속 전화가 오고 빚쟁이들이 찾아와서 난리를 친다.

“직원들에게는 봉급을 제때 주지 못했니?”
“네, 그래요.”
“그래서 그들이 너를 몰아세운 거냐?”
“예. 직원들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봉급을 주지 않아서 그들과 한패가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을 알려 주기도 하고,”
“봉급은 그래도 주어야 회사가 운영되는 것 아니냐,”
“그걸 알지만 어디 돈이 있어야지요. 정말로 잘 못된 것이지요,”
“얼마나 되면 해결이 되니,”
“골치 아프니까 말하지 않을게요. 외삼촌은 모르시는 것이 편해요.”
상규는 훌쩍거리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집에서도 문제였다. 아내는 이미 눈치를 챘고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매사가 짜증이 났다. 어떻게 해야 본전을 찾을지도 모르는데다가 당장 집안에 때 거리를 걱정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곤두박질치는 단말기 속의 주식 시세표를 보면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집이라도 팔아서 일부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아이들 학교 문제도 그렇고 식구들이 길거리로 나 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져서 몸도 여기저기 아팠다. 무슨 큰 병이 들은 것처럼 온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이 몹시 상했지만 돈을 꾸러 다니는 일로 매우 지쳐갔다. 거의 매일 아내에게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새벽에 밖으로 나왔다.

새벽에 골목을 빠져 나올 때 아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봐 고개를 숙인 채 앞만 보고 걸었다. 매일 일찍 나가는 것을 보고 앞집 구멍가계 아저씨가 부러운 눈으로 인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오늘 아침에도 전 직장 동료가 돈을 급하게 써야할 일이 생겼다고, 꾸어준 돈을 빨리 돌려 달라고 회사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망신을 당하고 소문이 나면 다른 친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찾아오면서 빚쟁이들이 몰려오게 되어서 그 난리가 났었다.

“빚쟁이들이 왜 그 시간에 몰려 왔니,”
“아마, 직원들이 연락을 한 것 같아요.”
“직원들이, 그렇다면 발단이 직원들로부터인데, 아직 악어 패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잖니,”
“그럴지도 모르지요. 좀 더 사업이 성숙하면 돈을 챙겨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럼 회사 직원들의 봉급부터 해결하고, 네가 말하는 엔젤 투자자들을 찾으면 되겠구나,” “누가 그렇게 기다려 주어요. 당장 돈을 내 놓으라고 하는데,”
“그렇구나, 아무튼 어렵구나,”
또 다른 빚쟁이는 이른 새벽부터 전화를 했다.

만날 수가 없어서 그런다고 하면서 전화통에다 대고 욕설부터 했다. 상규는 새벽에 오는 전화를 아내 모르게 받느라고 등에서 식은땀까지 흘리는 일이 많아졌다. 가족들이 모르게 하려고 하지만 이제는 극에 달했다.

옛날 같으면 아침에 빚 갚으라는 전화가 오면 오히려 빚쟁이에게 큰 소리를 치며 야단을 치던 상규였는데 그 반대가 되어 쩔쩔 맸다. 재수 없게 누가 안 갚을까봐 아침서부터 전화질이냐고 항의를 하였겠지만 새벽에 걸려온 전화에도 큰 소리 한번 못 치고 조용히 해결하느라고 몇 시간을 전화로 입씨름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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