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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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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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는 깁스를 풀고 물리 치료를 하고 있었다. 아픈 다리가 쑤셔서 오래도록 고생을 하고 있었다. 부러진 발목 부분이 아물어 붙긴 했지만 걷는데 대단히 불편했다. 오랫동안 걷지 않은 다리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매우 불편했다.

집을 나서는데 전화가 왔다. 둘째아들 상규였다. 회사를 차렸다던 둘째는 뭐가 그렇게 바뿐지 가끔가다 전화만 왔다. 하는 일이 잘 안 되는지 늘 걱정이 되었다.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사업을 해보겠다며 돈 이야기를 했지만 도와주지 못했다. 그 이후로 처음 있는 전화여서 미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나가든 걸음을 멈추고 수화기를 들었다.

"어머니, 내일이 생신 아녀요?"
"생신,"
"그래요, 내일이 생신인데 어떻게 하실 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넘기자. 몸도 아프고,"
광자는 자기 생일을 잊고 있었다.

몸이 아파서 생일 같은 것을 챙겨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무슨 잔치 날만 되면 죽은 장남 생각이 나서 싫었다.
"바쁜데 무슨 생일잔치냐, 그만 두어라, 집에서 미역국이나 먹으면 되지,"
"어머니, 내일 내려갈게요,"

첫째가 죽은 후에 상규는 장남 노릇을 했다. 어렵게 공부를 해서 일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무슨 벤쳐라는 것을 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광자는 그게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몰라서 간섭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잘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광자는 생일 잔치를 해먹자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리도 아파서 그냥 넘기자고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상규는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우기며 안 된다고 했다.

장남이 집들이를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 이후로 잔치 상 이야기만 나오면 거부감이 있었다. 장남은 술을 많이 먹은 것이 화근이 되어 죽었다. 어렵게 출세시킨 아들을 잃자 광자는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방황하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무슨 연유인지 남편과 아들이 다 우발 사고로 죽었다. 광자는 기구한 운명이라고 생각되어서, 잔치 상 이야기만 나오면 그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을 쏟아 냈다. 상규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떻든 상규가 생일 상을 차린다고 하자 광자는 마음이 바빠졌다. 읍내로 물리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빨리 돌아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약속된 치료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머리를 손질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혼자 사는 집안을 치우지 않아서 방안이 온통 난장판이었다. 대충 방안 정리를 하고 개에게 밥을 주었다. 집을 지켜 주는 개가 오늘 따라 유난히 꼬리를 치며 재롱을 떨었다.

개가 배가 고파서인지 간밤에는 몹시 짖어 댔다. 이제 나이가 먹어서 인지 밤에 잠을 못 자게 짖었다. 동네 사람들이 팔아 치우라고 하지만 개가 없으면 집안을 지켜 줄 사람이 없다. 그나마 개가 하루 종일 집을 지켜 주어서 어디를 나가도 안심이 되었다.

개에게 먹이를 주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지 먹지 않고 광자 앞에서 끙끙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집을 잘 지키라고 했다. 따라나서는 개를 집안으로 쫓고 큰길까지 서둘러서 나왔다.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눈인사를 하고 차를 기다렸다. 삼십여 분쯤 기다리자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버스가 왔다. 읍내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번씩 오간다.

옛날에 비하면 대단히 좋아졌다. 그전엔 걸어서 읍내까지 갔지만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옆집의 숙이 엄마가 무겁게 보이는 무슨 자루를 힘들게 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광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했으나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숙이 엄마는 묻지도 않았는데 고구마 자루라고 했다. 팔아서 딸아이 예쁜 옷을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숙이가 전교에서 일등을 했다고 딸 자랑을 했다. 광자는 다리가 쑤셔서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앉아 있었다. 숙이 엄마의 수다떠는 소리를 듣자니 귀찮아졌다. 잠을 자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있는데 김천 댁이 말을 걸어 왔다.

"내일이 생일이 아녀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이맘때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애들은 안 오나,"
"온다고 하기는 하는데,"
김천 댁은 동네 대소사를 다 알고 있는 여자다.

광자의 생일을 기억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워하며 귀신같다는 생각을 했다. 광자는 김천 댁만 보면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늘 말의 빌미를 주게 되어 이야기 저 얘기를 하게 된다. 잔치 상 이야기가 빌미가 되었다.

"상이나 잘 차려, 잘 얻어먹게?"
"잘 차리긴, 혼자 사는데 무슨 상은,"
"혼자 사니까 더 잘 차려 먹어야 되어,"
김천 댁은 동네 일을 다 참견을 하려는 듯 떠들어댔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속으로 저 여편네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작년 생일날을 생각했다.

동네 잔치에는 늘 말썽이 생긴다. 음식상을 받은 광자는 죽은 장남이 생각나서 훌쩍이며 울었다. 상규는 그런 광자에게 형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다 업보라는 말을 했다. 업보라는 말에 광자는 발끈했다.

"업보가 뭐니, 우리가 남에게 피해를 준 게 없는데, 무슨 업보는?"
"형제들을 그렇게 외면했잖아요."
"형이 잘못한 게 없다. 내가 잘못했지,"
광자는 마음이 상해서 상규를 야단쳤다.

상규는 자기형이 출세를 하고도 돌보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앙금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되어 화가 났다. 언성이 높아지자 상규는 버릇없이 굴었다. 광자는 참다 못해서 눈물을 쏟아 냈다. 아들까지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자 죽은 남편까지 더 그리워졌다.

서럽게 울자 그 일이 도화선이 되어 식구들이 다투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생일잔치 차릴 생각을 말라는 말로 못 박았다.

그런데 상규가 또 내려온다고 하니 생일 잔치를 안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김천 댁이 입 나팔을 불고 다녀서 안 차릴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버스가 읍내에 도착했다. 광자는 서둘러 읍내 병원으로 갔다. 매일 뵙는 의사 선생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오래도록 쓰지 않은 다리가 계속 쑤시기는 마찬가지 같았다. 광자는 걷는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의사는 나이가 들어서 치료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나아지고 있으니 열심히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했다. 광자는 물리치료를 서둘러 끝내고 시장 통으로 왔다.

시장에서 반찬이 될 만한 것과 생일날 사용할 것들을 샀다. 그리고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 왔다. 집 가까이 까지 오는데 썰렁한 생각이 들었다. 복실이가 꼬리를 흔들고 마중을 나와야 하는데 소식이 없었다.

"어디 갔니? 복실아," 하고 몇 번씩 불렀지만 개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대문을 열고 들어서다 말고 깜짝 놀랐다. 마당에 개가 눈을 허옇게 뜨고 죽어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여?" 광자는 급히 개 앞으로 다가갔다. 무엇을 잘 못 먹었는지 게거품을 내고 죽어 있었다. 아침에 밥을 줄 때도 멀쩡하던 개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거적때기로 개를 덮어놓고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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