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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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터미널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다행하게도 시골로 가는 버스를 쉽게 탈수가 있었다. 성호는 덜그렁거리는 차 속에서 누나의 어려운 삶을 회상했다.
"지지리 복도 없지, 무슨 놈의 팔자가 그래," 성호는 누나를 생각하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출세한 아들이 모두 죽은 것을 생각하며 누나가 안되었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저녁 늦게 누나의 집에 도착했다. 누나는 안방에 누워 있었다.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부엌에서 쌀자루를 들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고 했다.

성호는 그 지간에 가졌던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타까워했다. 다리를 고정시키기 위하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안방에 있는 것이 갑갑해서 넓은 거실에서 자리를 펴고 누워 있었다.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말에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나는 늘 그런 아버지를 알고 있다는 듯, 이내 다시 묻지 않고,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된다고 했다. 성호는 걱정 말라는 말을 하며 위로했다.

여러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성호는 아버지가 중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 할 것 같아서였다. 자기 몸도 아픈데 이야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차츰 분위기가 가라앉자 혹시 형이 다녀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누나는 무슨 일을 또 저질렀느냐고 되물었다. 며칠 전에 김 형사라는 사람이 찾아 와서 형의 이야기를 캐물었다고 했다.

성호는 김형사가 누나 집까지 왔다가 갔다는 말을 듣자 답답해졌다. 형사들이 우리 식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누나 집까지 다녀갈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자 오늘도 미행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누나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갑자기 방문을 열어제치며 밖으로 나갔다.

사방이 어두웠지만 대문밖에 검은 물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단숨에 대문 밖까지 나왔다. 은신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물체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성호는 김 형사 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김 형사 아니십니까?" 하고 물었다. 하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성호가 천천히 앞으로 닦아 가자, 담배를 빨고 있는 듯하던 검은 물체가 움직이며 성호 앞으로 다가왔다.
예상대로 김 형사였다.
"여기까지 웬일이십니까?"
"그냥 왔어요,"
"그렇게 한가한 가요."
김 형사는 그냥 와 봤다고 머쓱한 웃음을 웃었다.

기분이 나빴다. 식구들을 전부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등골이 오싹했다. 형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확실히 큰 일을 저지르긴 저지른 것 같다는 생각을 더하게 했다.

아버지가 죽음으로 가는 마당에서조차 일을 저지르는 형은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고 어디 있는지 화가 치밀었다.
"미안합니다."
"정말 형이 사고를 친 겁니까?"
김 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산한 날씨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시골의 늦은 밤은 음산하다 못해 스산했다.

저녁부터 오려던 가을비가 갑자기 소낙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밖에 그냥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성호는 기왕에 왔으니 방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했다. 김 형사는 마지못해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 왔다.

누나와 구면이 된 듯 눈인사를 했다. 누나는 난색을 표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김 형사는 거실에 편하게 누워 있는 누나를 보고 미안한 표정을 보였다. 비가 그치면 바로 가겠다는 말로 변명을 했다.

그리고 나서 '깁스를 한 다리' 가 어떠냐고 물었다. 누나는 웃기만 하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먼저 번에 찾아 왔을 때 깁스 한 것을 알고 있다는 물음을 했다.

성호는 김 형사가 자기에게 알려 주지 않은 것에 화가 치밀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일 것 같아서, 술이라도 마셔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옷을 찾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콩 볶는 소리를 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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