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할머니의 그런 말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늘 괴로워했다. 할머니는 늘 살이 낀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살이 낀 사람은 공동묘지 앞을 혼자 가서는 안 된다고 손자들을 걱정했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은 늘 읍내를 가기 위해서는 공동묘지를 지나가야 한다. 그것을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문제 삼았다.
형사는 무슨 단서를 찾고자 찾아 왔지만 확신 없는 말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성호는 단호하게 형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 역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기 며칠 전에 난 살인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형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단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백중날 재수 없게 우리 집 누렁이가 죽었다. 외지에서 동네에 이사온 한 뜨내기 광부가 개 죽이는 일을 했다. 개는 목에 걸린 밧줄을 벗어나려고 울부짖었다. 개는 사람처럼 눈물을 쏟아 냈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밧줄은 목을 조였다.
개는 마지막 배설물을 쏟아 내며 눈을 하얗게 치뜨고 죽었다. 성호는 너무 무서워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개를 죽인 사람이 너무 미웠다. 죽은 사람의 아들이 우는소리가 누렁이의 울부짖는 소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 광호가 나타나면 이리로 연락을 주시요.” 하고 명함을 성호에게 내밀었다. 성호는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엉거주춤한 상태로 명함을 받았다.
형사의 이름이 김 석수였다. 특이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김 형사에게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김 형사는 아버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중환자인 아버지의 검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끝났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 며칠이 지나가자, 담당 의사로부터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엑스레이 사진을 주렁주렁 달아 놓고 몇 군데를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의사는 지금 표시한 곳이 암이 퍼져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간암이 전이되어 퍼져 있고 폐에도 암이 생겨 아무 것도 도와 줄 수 없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편안하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의사는 너무 늦었다는 말로 단정을 지며 성호를 바라다보았다.
성호는 그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리자, 의사는 그냥 퇴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성호는 흑하고 큰 울음소리를 내자, 아내도 같이 따라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 늦었다는 말을 되풀이한 의사는 다음 환자를 들여보내라고 간호원에게 말했다.
성호는 아내에게 아버지의 병간호를 맡기고 병실을 나오면서 우선 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형이 어디 있는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노름판에 가 있겠지요.”
“이제 그런데 돌아다닐 나이가 넘었는데,”
“누가 아니래요.”
형수의 목소리는 아주 덤덤했다. 형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대답했다. 형은 평생을 노름만 하고 살았지만 아버지는 장남인 형을 늘 걱정하며 살았다. 그러나 형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늘 아버지에게 걱정을 끼치며 살았다.
형은 노름꾼으로 살면서 언제나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고 여기저기 빚을 지고 다니기 일쑤였다. 그러면 아버지는 야단을 치다가 장남이라는 이유로 그 빚을 갚아 주었다. 그러한 아버지 때문에 형은 더 노름을 오랫동안하며 그릇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장남인 형에게 집을 몇 번씩 사서 살림을 내주고, 논밭의 일부를 내 주었지만 다 팔아 노름판 돈으로 썼다. 그리고 집을 비우고 떠돌아다니다가 돈이 떨어지면 홀연히 나타나 며칠 동안 아버지를 졸라서 돈이 만들어지면 다시 노름판으로 갔다.
그런 연유로 아버지는 늘 형수에게 미안해하시며 보살펴 주시고 감싸주었지만 형은 평생 노름을 하며 살았다. 그런 형이 집에 있을 턱이 없다. 성호는 답답한 생각이 들자 누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과수댁이 되어 혼자 살고 있는 누나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인지 집에 없었다. 병실에서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다시 한번 아버지에 대한 병원 진찰 결과가 나왔느냐고 물었지만 성호는 제대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 거짓말을 했다.
더 검사를 해보아야 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걱정 마시라고 했다. 결과가 나오는 데로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했지만 어머니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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