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건의 예고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이 진희의 전화를 받고 한강 상류 팔당 도로변을 향해 벌 떼처럼 달려갔다. 그들은 최 형사와 불독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체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느라 한바탕 북새통을 이루었다.
“좀 비켜요.”
기자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불독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기자들이 상한 생선에 엉겨붙는 파리 떼 같이 성가셨다. 그들을 밀어냈지만 막무가내였다. 아직은 주위가 어두운 새벽녁이었지만, 카메라 플래시와 TV 카메라 조명으로 일대가 낮보다 더 환했다. 기자들은 비디오 테이프를 저마다 한 개씩 챙겨들었다. 비디오 테이프에 다음과 같은 경고 문구가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테이프를 두 개 이상 가져가는 언론사에는 앞으로 연락해
주지 않을 것임’
감식반은 기자들 때문에 사건 현장이 상당 부분 훼손된 걸 툴툴대며 사체를 살폈다. 사체는 얼굴이 많이 다치긴 했지만 유명 탤런트 민철국이 틀림없었다.
“역시 종이 장미가 붙어 있군요.”
불독이 최 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한 송이뿐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불독은 기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사체의 가슴에서 종이 장미를 떼어 비닐 봉지에 넣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해서 이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옮기죠?”
최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진 사체는 부검을 통해 면밀히 조사되었다. 민철국의 직접적인 사인은 지난번 사체와 똑같은 과다출혈이었다. 그의 생식기도 여지없이 흉칙할 정도로 무너져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모래밭에 구렁이가 지나간 것처럼 상처가 나 있었다. 그가 심하게 채찍질에 시달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리고 쇠고랑에 매달려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손목 부근의 살갗도 지난 번 이 회장처럼 패어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지독한 연놈들!”
불독이 씹어 뱉듯이 말했다.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들의 소행이 분명한 거 아닙니까?”
최 형사도 민철국의 사체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불독이 최 형사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갈수록 태산이라고, 큰일이 아닙니까? 여론이 들끓어서 견디기 힘들 텐데.”
“범인들이 잘 하고 있다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살해당한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바람둥이라는 점 때문이죠. 특히 여자들은, 그 중에서도 가정주부들은 노골적으로, 그런 인간들이 몇 명 더 살해돼야 남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가정으로 돌아올 거라며 다음 사건을 은근히 기다린다고까지 하더라고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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