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안에 고장 난 한국정치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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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안에 고장 난 한국정치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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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이대로 가면 부실정치 못바꿔"

김병준 정책실장은 3일 <청와대브리핑>과 인터뷰에서 “한국정치의 지역구도가 낳은 가장 큰 폐해는 정책결정 과정의 부실”이라며 “지역주의의 포로가 된 정치구조를 개혁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21세기는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정치권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데 그 근본적인 이유가 지역주의 정치구도 때문이며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지역구도에 매몰돼 이익을 보는 망국적 구조에 갇혀 있는 탓에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의제발굴과 정책대안을 내놓는 데 정치권이 소홀한 만큼 국정의 의사결정 구조, 정책결정 구조를 고치자고 말했다.

아울러 치통(齒痛)에 비유하면서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이가 아픈데도 치과에는 가기 싫고, 심하게 아플 때는 치료받아야겠다고 하다가도 때를 넘기면 그냥 두는 것을 반복하는데 결국은 치과에 가서 치료받아야 하며 그대로 놔두면 이빨이 뿌리 채 썩어 뽑아내야 할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구도와 선거제도를 바로 잡아서 정당과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지역구도 타파와 선거제도 개혁 문제는 외면하거나 무시한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 지역구도 극복,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화두는 공론의 중심에 떠오르게 돼 있고 한나라당이든 누구든 이 문제를 피하고 앞으로 갈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우리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인터뷰 내용

지난 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다들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느냐 물으면 골조 설계가 잘못됐다거나 다리의 부속품이 낡아서 무너졌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과연 맞는 진단인가? 그 진단에서 나오는 처방도 결국 골조 공사를 잘해야 한다든가,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정도에서 끝나버린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도대체 왜 그런 부실한 골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는가, 왜 다리 부속품이 엉망이 되도록 방치 되었는가? 부실한 다리 자체만 들여다보지 말고, 그 부실이 어떤 배경에서 잉태됐는지 따져야 한다. 그 뿌리에는 잘못된 의사결정체계, 잘못된 행정체제가 있다. 당시 성수대교가 불안하다고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은 왜 무시되고 정책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IMF 위기, 왜 예측하지 못했는가

해묵은 성수대교를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그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를 휘청거리게 했던 IMF 위기를 보자. 왜 그 당시에 금융위기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까지 가도록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았을까? 단순히 어느 장관이나 관료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IMF 위기, 금융위기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고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떠오르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당시에 학자나 전문가들 중에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되고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다가 결국 그런 위기를 겪게 됐는가? 우리 사회의 정책결정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이 문제의 뿌리다. 그래서 그 문제가 우리 눈에 안보였던 것이다.

비슷한 문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참여정부 들어와서 양극화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미래 성장을 가로 막고 있을 뿐 아니라 이대로 가면 계층간의 갈등이 극심하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굉장히 큰 문제다. 그런데 양극화문제는 10년 전, 20년 전부터 예견할 수 있었던 문제다. 미국은 이미 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경험을 했고, 세계화와 정보화를 예측한 사람들은 양극화현상이 온다고 다들 경고했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우리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신경을 안 썼을까? 만일 10년 전, 15년 전부터 우리 사회가 양극화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로 심각한 양극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장난 의사결정 체계

양극화 문제, IMF 위기, 두 동강난 성수대교 이런 심각한 문제가 터지기 전에 우리 사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의 IMF위기, 제2의 양극화문제 같은 폭발물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은 채 우리 사회 밑바닥에 잠복해 있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대충 우리 눈에 보이는 문제만 가지고 옥신각신하며 세월을 보낸다면 10년 혹은 20년 뒤에, 왜 그 때는 이런 문제를 보지 못했을까 하고 때 늦은 탄식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경이 없어지고 우리의 활동공간이 넓어졌다. 우리가 지켜봐야 할 공간도 넓어졌고 또 우리가 영향을 받는 외래 변수들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문제를 깊이 있게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넓게 보면서 가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정치, 행정 구조가 그렇게 짜여 있는가?

답답한 노릇이지만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IMF위기가 우리 목을 죌 때까지 우리는 왜 몰랐을까? 우리 사회에서 의제를 제기해야 할 주체들이 여럿 있다. 정부가 1차적인 주체일 것이고, 언론이나 시민사회, 학계 이런 주체들이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관료적 타성에 젖어서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고, 언론은 권위주의적인 정치질서 속에서 속보성 기사를 쓰는데 익숙해져 있어 사회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해 중요한 문제를 건져 올리는 기능이 취약하다.

정치권의 책임도 심각하다. IMF 위기 당시 분명히 정치권도 나름대로 곳곳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듣고 토론의 테이블에 올려야 했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그러한 의제를 발굴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역구도 깨지 못하면 21세기는 없다

왜 없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단언컨대 가장 큰 이유는 지역주의 정치구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지역구도에 매몰되어 지역구도에서 이익을 보는 망국적 구조에 갇혀있다. 정치인과 정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선과 집권이다. 지역구도가 건재하는 한 정치인은 지역주의 정서를 표로 연결시키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IMF 위기나 양극화 문제 같은 것을 힘들여 탐구하지 않아도 소모적 정쟁으로 지역대결 구도만 유지되면 당선에 지장이 없다. 지역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자동으로 당선된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의제를 발굴해서 정책대안을 내놓는 데 열심을 낼 이유가 없다. 지역구도 아래서는 표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점수로 당선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정치의 지역구도가 낳은 가장 큰 폐해는 정책 결정 과정의 부실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정치권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이러한 구도는 합리적 의제형성과 정책결정을 방해하거나 파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독설이 오가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하찮은 문제로 나라를 뒤흔들기도 한다.

민주사회라는 게 무엇인가?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가를 이끄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으면 나라가 잘 될 수도 있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의 뜻이 곧 국가목표가 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결정하고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느냐가 나라를 좌우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회가 아니다. 또 앞으로 가야 할 사회도 그런 사회가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가진 힘은 과거에 비해 약화돼 있다. 또 약화돼야 한다. 과거에 비해 국회와 정당의 역할과 권한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와 정당의 상황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 상태로 계속가면 21세기에 희망이 없다는 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는 시대라면 대통령 혼자만 정신 차리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이 시스템을, 이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지역주의의 포로가 된 정치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21세기는 없다.

불량품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고장난 기계

지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다 걸고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자는 것이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할 일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를 새로 짜보자는 것이다. 지역구도와 선거제도를 바로 잡아서 정당과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우리 국정의 의사결정 구조, 정책 결정 구조를 고치자는 것이다. 잘못된 기계에서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정책정당이 되겠다고 공약들을 하지만 국민들은 머리 속에서는 도대체 정책정당의 모습을 그릴 수 없다. 정당하면 대변인의 독설밖에 생각이 안 난다. 누가 더 독설을 잘하나 경쟁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수준이다. 그저 서로 말꼬리 잡고 독설 퍼붓고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우리 정치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이건 아니다. 언제까지 이대로 갈 건가?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어렵다. 그동안 숱한 국민적 압력이 있었지만 정치권은 스스로 고치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하다. 별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엉뚱한 얘기를 꺼내냐고 한다. 마음이 없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권한을 이양하는 수준의 연정까지 제안하면서 호소를 하겠는가? 국민들도 생활에 바쁘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정치 개혁이 얼마나 중차대한가를 선거 때나, 사고가 터질 때 절감할 뿐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면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뜯어 고쳐야 한다. 기계를 고쳐야 제품이 제대로 나온다. 고장난 기계를 고치지 않은 채 아무리 불량품이 나온다고 성토해봐야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IMF 위기 같은 심각한 문제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커져서 마침내 터지게 되면 그때 가서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또 다시 장관이 잘못했고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몰아붙이기만 할 것인가? 부실한 기계를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고가 터지는 법이다.

이가 썩었으면 가기 싫어도 치과에 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민생이나 열심히 챙기라고 한다. 생각을 한번만 더 깊이 해보자.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이빨이 아픈데 치과를 가기 싫은 거다.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한다. 지금 당장 느끼는 통증은 줄어든 거다. 심하게 아플 때는 가서 치료해야겠다고 하다가 그때 넘기면 치과는 뭔 치과냐 그냥 놔두자 이런 식이다. 치과 앞에까지 갔다 다시 돌아서곤 하는 걸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치과에 가야 한다. 언젠가는 치료해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이빨이 뿌리 채 썩어서 뽑아내야 한다.

지역구도 타파와 선거제도 개혁 문제는 외면하거나 무시한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썩은 이가 아팠다가 잠시 덜 아플 수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병은 더 깊어질 뿐이다. 깊어질수록 진통이 점점 더 자주 오게 돼 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정책적 문제가 발생하는 주기가 굉장히 완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의사결정 속도도 굉장히 빨라지고 있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변수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의 중요한 주체인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지역구도에 안주해 합리적이고, 신속하고, 생산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에 갇혀있다. 왜 3개월 만에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을 1년, 2년이나 끌고 가는가? 1년, 2년 소모적으로 세월 보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결정의 속도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 상황에서 국회가 소모적 정쟁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구조를 두고 별 문제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과거 같으면 대통령이 혼자서 끌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국회 자체가 독립된 권한을 행사한다. 독립된 국회가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는 입법권을 손에 쥐고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우리 사회가 아플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질 통증이 아니다. 오히려 진통의 주기가 점점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감당해야 할 고통만 커지게 되어 있다.

그 통증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는 사람이, 이대로 놔두면 이빨이 뿌리 채 뽑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문제가 있다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계속 호소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참여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풀어야

결국은 지역구도 극복,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화두는 공론의 중심에 떠오르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이든 누구든 이 문제를 피하고 앞으로 갈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우리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다. 왜 갑자기 꺼냈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아직도 이 문제를 이렇게 안고 있는 것을 참담하게 여겨야 한다.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도 지역구도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지역구도가 없었다면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탄핵’도 쉽게 발의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좀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하루 이틀 제기한 게 아니다. 스스로 몸으로 부딪치고 정치생명을 걸면서까지 지역구도를 부수기 위해 건곤일척의 싸움을 해왔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변화도 있고 진전도 있었다. 여러 분야에서 과거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고 또 발전적으로 전진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꼼짝 않고 버티고 있는 게 바로 지역구도다. 이 망국적 지역구도의 벽에 어떻게든지 균열을 내보자는 것이다. 참여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매듭을 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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