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이제는 착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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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이제는 착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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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말 좋은 책이 발간되었단다. 그건 바로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富)의 비밀>이라는데, 오늘 서평을 보노라니 이 책에서는 부의 지속적인 유지 노하우를 뼈저린 일갈로서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부자라는 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또한 흉년이 들면 가난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구기지 않고 쌀을 퍼가도록 뒤주에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옛날 부자들의 멋과 여유는 이 책의 백미라니 꼭 일독할 작정이다.

'삼대 가는 부자 없다'는 속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무려 300년 이상 부를 유지한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600년대 최치원 선생의 17세손인 최진립은 "왕후장상의 아들도 태어나지 않은 이상 권세와 부귀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신조로 살았단다.

또한 그는 "권세의 자리에 있음은 칼날에 서 있는 것과 같으니 벼슬을 하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하여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썩은 냄새가 나지만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 함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란다.

강철왕 카네기는 은퇴한 후에 자선사업에 여생을 보내면서 전 재산의 95%를 사회에 환원하여 진정한 자린고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토양이 마련되어서였을까.

세계 1위의 부자라는 미국의 빌 게이츠가 마치 카네기처럼 부의 사회환원을 위한 기부에 그처럼 열성을 다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부정한 뇌물수수로 인해 구속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기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권력도 모자라 돈까지 취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결국엔 자신의 모두까지도 망친다는 과유불급의 교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 사회 극빈층의 자살행렬은 오늘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이 시대의 비극이다. 오늘 신문의 사회면에도 '폭설피해로 인해 가뜩이나 거액의 빚에 고민하던 농부 음독자살'이라는 어두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부자들의 치지도외 속에서 빈자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진시황의 미공개 유물 특별전'을 관람한 적이 있다. 광활한 중국대륙을 통일한 후에 역사상 최초로 '황제'라는 칭호를 스스로 갖다 붙이고 만리장성을 짓고 분서갱유를 일으킨 희대의 풍운아였던 진시황. 그러나 그는 실로 미련하게도 연목구어일 따름인 '영생불사'를 추구했다. 하지만 세상의 온갖 고량진미와 부귀영화도 죽음 앞에서는 그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 했다.

무소불위의 전횡을 구가했던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해먹고 영원불멸하게 생존하고자 고군분투하였으나 고작 나이 오십도 못 넘기고 죽었던 것이다. 그는 외려 그의 사후엔 간신들로 인해 자신의 시신이 썩어 들어가 구더기까지 들끓는 수모까지 당하고야 말았으니 그래서 참으로 부질없는 게 바로 인생사인 것이리라. 조선조 최대의 폭군 연산군이 그의 말년에 읊조렸다는 '인생사는 초로(草露)이더라'라는 넋두리처럼…

그러함에도 거개의 인간들은 현재의 물질에 지나치게 탐욕한다. 마치 천년 만년 불변의 다이아몬드처럼 자신 역시도 마치 영생불사할 줄 알고 말이다. 하지만 그 탐욕이 결국은 화를 부르는 것이다. 불교에서 부처님이 추구했던 '니르바나'(열반)는 집착과 소유의 탐욕을 벗어나 모든 물질적인 욕망을 버렸을 때만이 비로소 참다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힌두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노년이 되면 모든 물질적인 것을 가난한 이웃에 나눠주고 자신은 거리로 나가 구걸하는 등의 방법으로서 해탈을 추구하라고 가르친다. 이슬람교에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다섯 가지 항목의 이른바 '황금규칙'이 있는데 그 세 번째로서 '자카트'(기부)가 있다.

이는 곧 가난한 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으로서 수입의 25%를 기부하라는 가르침이다.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기보다도 어렵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존경받는 문화의 정착은 아직까지는 연목구어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부자는 빈자를 착취하여 치부하였다'는 거개 민초들의 반향성 때문이리라.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부자들의 기부문화는 그 뿌리가 척박한 지경임은 불문가지이다. 그건 아마도 현재 자신이 지닌 물질이 영원불멸할 줄 착각한 때문이었으리라. 마치 진시황의 착각처럼 말이다. 기부문화가 생활화 되어있는 미국을 굳이 비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자들도 이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혼자만 잘 사면 무슨 재민겨'라는 책도 있듯이 이 세상은 부자들만의 세상이 아닌 것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결국엔 '공수래 공수거'인 것이 숙명이다. 그래서 죽어서 저승에 갈 때는 단돈 십 원짜리 동전 하나 밖에는 물고 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하거늘 무지몽매한 거개의 세속적 인간들은 과거 진시황의 그 그릇된 생각처럼 미련하게도 자신이 '영생불사'할 줄 착각한다. 그러하기에 자기 수중에 들어온 재물을 움켜쥐기만 할 뿐 베풀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일찍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내가 소유했던 모든 것은 알고 보니 일순간이었다"고 술회했으며 강철왕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리고 했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사회에서 부자들의 빈자들을 위한 '기부'라는 아름다운 풍속과 습관이 강물처럼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재물이란 약과 같아서 많으면 외려 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베풀면 꽃처럼 향기가 되는 것임을 자각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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