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주의'를 막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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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회주의'를 막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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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의료정책과 잘못된 의사의 희망

^^^▲ 2002년 2월 여의도에서 열린 의권투쟁전국의사협회는 오는 2월 22일 여의도에서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한다.
ⓒ 사진/뉴스메이커^^^
2000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그해 두 달을 넘긴 의사들의 그 끈질기고 오랜 파업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올해. 2월 22일에 여의도에서 의사들이 다시 10만 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우리사회에서 10만 명이 모이는 항의 집회정도는 그다지 대규모라고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의사의 수가 7만 명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직원들과 가족까지 동원한다고 치더라도 엄청난 결속력을 보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2000년의 쓰라린 경험을 가진 바 있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결속을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 의사들의 경제적 지위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간섭들이 자꾸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의 경제적 지위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상업주의로 무장한 일부 유명한 의원을 제외한 의사들의 경제적 지위의 하락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하락의 속도보다 빠른 것이 사실이다. 모든 추락은 것은 고통스럽다. 그동안 일정한 명예와 그에 맞는 경제력을 유지해온 의사들 중 일부는 더 이상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의사들에 대한 간섭이 느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은 의학적 판단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간섭을 하거나, 아무런 근거 없이 일괄적인 진료비 삭감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따지고 드는 의원에 대해서는 부당청구에 대한 정밀심사를 무기로 휘두르거나, 그것에서 드러난 허점을 핑계로 몇 달씩의 휴진명령을 내리기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의사들이 분노하는 내용 중 건강보험 공단에 대한 것들이 많은 이유이다.

의사들이 이번 집회에서 이슈로 내세우는 “의료사회주의로 갈 것이냐, 의료민주주의로 갈 것이냐.”란 슬로건이 광범위한 의사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의료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턱없이 적다.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면서부터 건강보험의 보장내용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보험의 보장내용은 줄어드는데 건강보험료는 올라간다.

그래서 긴장이 생긴다. 환자들은 의사들을 원망한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본인부담금도 올라가는데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의사들은 할말이 있다.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이 올라 것은 건강보험공단의 잘못일 뿐이지, 의사들의 수입이 늘어서가 아니다. 의사들의 수입이 늘었다면 10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이 곧 파탄날 것이란 것은 이미 2000년 이전부터 공공연히 예고되어 왔었다. 그러나 당시의 의료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문제없다”란 말을 수없이 되풀이 했다.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의약분업이 되면 오히려 전반적인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이다.”란 말을 수없이 되풀이 했었다. 당시의 신문들을 검색해보면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약사들은 외국의 사례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조제권이 정당함을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분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갈등 속에서도 의료개방과 외국의약품의 소비증진을 위한 정책인 의약분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건강보험 공단은 당시 비교적 여유가 있던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하여 재정파탄을 잠시라도 연기하고자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의사들의 파업이 있었다. 의사들은 수가인상이라는 조금의 승리를 얻고 의업에 복귀했으나,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의사들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의사들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올랐던 수가는 그 뒤 여러 가지 이유로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했다. 모든 병원원이 개원과 더불어 강제로 건강보험요양기관으로 지정되는 현실에서 수가의 통제는 의사들을 힘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방만하게 운영하던 재정을 그제야 아끼기 위해 무리한 통제정책이 남발되었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억압받고 통제받는 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이 나라는 의료에 관한한 사회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것이 의사들이 도달하게 된 결론이었다. 그래서 ‘의료 민주주의’ 즉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권리.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게 비영리기관으로 묶여있는 의료기관을 영리기관으로 떳떳이 운영할 수 있는 권리. 의료에 대한 각종규제의 폐지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주장은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신문광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재정이 튼튼해야 의사에 대한 원활한 수가지급이 가능할 것임에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인 의미를 넘어서 민간보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부당한 간섭을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제 나의 의견을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 민간의료보험은 반대한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결국 건강보험을 약화시킬 것이다.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만성화될 조짐을 보이는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안전장치인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토록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분노하게 만드는 원인제공자인 건강보험공단의 방만하고 오만하며 무책임한 운영을 뜯어고칠 필요는 있다.

또 하나 건강보험재정의 건전화이다. 건강보험은 국민보험이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국민보험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추고 보험요율을 높인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할 것이 불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전신인 의료보험의 파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금의 건강보험도 재정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의사에 대해서는 물가인상에 못 미치는 수가 인상(실질적 인하)와 각종 무리한 간섭이 이루어지고,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데도 불구하고 본인부담금도 역시 인상해야 하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왜 정부부분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보조를 하지 않는가. 기껏 담배값을 인상해서 그 세금을 건강보험 충당금으로 전용하는 정책으로 만족한단 말인가.

만성적 고실업시대. 그러면서 또한 임금인상의 압력에 시달리는 모순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임금인상 압력을 줄여서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빈곤층에 대한 기본적인 복지혜택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를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서 정책당국자들이 격동하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있는 우리사회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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