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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작가 이승은 첫 산문집 <다음 정거장은 희망역입니다>를 읽고

^^^▲ <다음 정거장은 희망역입니다> 표지^^^
'열심히 혀라
땅을 팔 때는 땅만 파거라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없이 되는 공부라야 공부라고 할 수 있는겨.
땅 파면서 오직 한 생각만 챙겨야 혀!
오직 한 생각만 챙기고 그 밖에 천 가지 만가지 생각일랑은
다 쓸어버려야 하는겨.
이러헤 되어야 다만 밭일을 하는 것을 넘어 마음밭을 일구게 되는겨'

위에 인용한 김진태의 <달을 듣는 강물>은 저자가 힘들 때마다 작업실 벽에 이런 글들을 적어 붙여놓고 지치고 일을 손에서 그만 놓아 버리고 싶을 때,힘과 용기를 다시 얻게 했던 글귀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엄마 어렸을 적엔...>의 인형작가로 널리 알려진 이승은의 첫 산문집인 <다음 정거장은 희망역입니다>는 시와 저자의 인형사진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글모음이다.

먼지와 매연,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밟으며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던 어린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재현시켜 주면서 유년의 뜰로 가만히 안내하는 저자의 아름다운 마음과 인형에 쏟아붓는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꽃도 산새도
    아름답지만
    그를 아름답게 보는
    너의 눈은
    더욱 아름답다.

    산도 바다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간직해두는
    너의 가슴은
    더 더욱 아름답다.

본문 속에 실린 김구연의 시(詩) <아름답다>의 싯귀처럼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끌어 안을줄 알고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진 이 책의 저자의 마음과 손길이 글과 몇개의 인형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또한 저자가 인형을 만들어 오면서 겪은 갈등과 힘겨움들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에 대해서도 적고 있어 견딤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엿볼수가 있다.

'해질 무렵'이라는 제목의 인형 사진을 보면서 외롭고 힘없는,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고단한 그시대의 아버지들의 쓸쓸한 모습을 그리며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들이
    허기를 만난다.
    내 집은 없어도 남의 집은 지어야 하는

    내 밭은 없어도
    남의 밭은 매어야 하는
    그런 아버지들.

    허기가 난다.
    담 모퉁이를 돌면 엄마도.

    그 머리에 인
    팔다 남은
    사과 서너 개.

두서없이 기억의 창고 깊숙이 누워있던 유년의 지난 시간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서로 달려 나와서 아른아른 하던 기억들이 오히려 현실보다 더 생동감 있게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눈 앞에서 보는 듯 했다.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엄마 어렸을 적엔...>오프닝 행사를 하고 있을때 '어머니'라는 제목의 인형 앞에서 막걸리가 가득 담긴 잔을 들고 계속 서 있다가 결국 눈물을 닦아내면서 '이 인형이 나를 울리네요.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행상을 다니며 저를 키우셨는데 불효했습니다. 속을 많이도 썩여드렸지요...'하며 회한에 젖는 중년 남자도 보았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승은의 <엄마 어렸을 적엔..>의 잔잔한 감동의 또다른 면면들을 만날 수 있다. 깊이 묻혀있는 유년의 기억들이 이 저녁에 두서없이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 나온다. 따뜻한 온정과 왜 그렇게 자식들은 많이도 낳았는디,

득실거리며 방안 가득한 아이들을 키우느라 시나브로 고생 하시면서도 고생이라 여기시지 않던 우리의 어머니,아버지...코흘리개 조무래기들,해가 지도록 고샅고샅 누비면서 흙투성이된 동네 악동들, 저녁 무렵 아이를 불러 들이는 동네 아주머니의 그악스런 목소리...

기억속의 유년의 뜰로 이 저녁엔 가만히 걸어 들어가봐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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