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통해서 강자임을 입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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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통해서 강자임을 입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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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부끄러운 국민의식 수준

어렸을 때, 동네 발이 불편한 친구에게 아이들이 "병신", "쩔뚝배기" 라고 놀려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분한을 참지 못한 그 친구는 아이들에게 욕을 하며 돌을 집어 던졌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게 재미있다는 듯이 더 놀러대며 웃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분명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무엇이 문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당시 발이 불편한 친구를 놀리던 아이들도 문제였지만, 이를 방치하거나 약자에 대한 보호 정신과 책임 의식을 갖지 못한 어른들과 풍조가 더욱 비열하고 천박한 속물이었다.

지금도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쉽게 느껴진다.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은 몇 십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선진국의 정책만 시늉내는 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밝히 사례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어요"

이 사례는 한국에서 약간 특수(부진)아 아들을 둔 부모의 이야기다. 이 가정은 아이의 장애문제로 너무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때마침 캐나다에 이민을 떠난 집안의 형이 이민을 제안했고,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그 소식을 접한 한국의 기자가 그 가족을 취재했다. 다음은 기자와 아이의 인터뷰 내용이다.

기자 : 캐나다로 이민을 오니까 좋니?
아이 : 예. 좋아요.
기자 : 한국과 비교해서 어떻게 좋니? (이 질문을 받자. 얼굴이 상기되면서 흥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한국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땠니?
아이 : 나는 한국에서는 친구들에게 개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어요.
기자 : 친구들이 너를 괴롭혔다는 이야기니?
아이 : 예.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해 가지고요. 내가 못 지나가게 막고는 가랑이를 벌리고 그 밑으로는 끼어 다니라고 했어요.
기자 : 좋은 친구들도 있었지 않았느냐?
아이 : 처음에는 나를 놀리지 않던 친구들도 나중에는 구경하고 웃고 놀려먹으면서 나쁜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어요.
기자 : 여기 친구들은 그렇지 않니?
아이 : 그럼요. 내게 얼마나 잘 해주는데요. 전혀 불편하지 않고, 즐겁고 너무나 재미있어요.

선진국 문화의 외양이 아닌 의식으로 보라

그 아이의 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이나 교감, 교장을 수없이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문제의 근본은 아이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장애자 학교나 특수 학교로 옮기든지 아니면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발생된 문제를 귀찮게 여기면서 합리화할 뿐 바로 잡아보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입니다. 캐나다에 와서 느낀 것은 이 사람들은 주변에 장애자나 노약자가 보이면 도와주지 못하고 책임을 져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적극적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아직 철이 없이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아예 돈을 빼앗기고 인간 이하로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 다양하게 호소하고 곳곳에 호소도 해보았지만 마치 미친 사람처럼 취급받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은 수천 년 동안 양반 상놈이라는 차별과 학대와 비굴함이 변함 없이 존속해온 야비한 사회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으면서 곧바로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잔인하고 저주스런 아픔과 울분이 차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 가족 특히 우리 아이가 불편과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기들의 잘못 때문인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들이 계속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적당히 넘기려고 하는 동안에는 선진국의 문턱은커녕 선진국의 문화는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기에 와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선진국의 물을 먹고 배워간다는 한국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돌아가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선진국에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문명의 겉모습만 보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진 이후의 외형의 높이만이 아니라 만들어지게 되었던 저변의식을 제대로 보고 갔다면 한국도 오래 전에 선진국에 진입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 와서 느낀 점인데 여기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특별히 똑똑하거나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오히려 인간적이고 가정적이며 항상 사회나 전체나 후손이나 미래라는 관점이 우선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체와 미래와 후손을 위해 살면서 그것을 행복한 삶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꾸준히 자기 의미와 삶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삼국지나 일본의 대망과 같은 교활하고 잔인하고 천하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사고방식은 어디를 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라도 한국의 실상과 선진국의 훌륭한 사례들을 고국에 알리자는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만 그것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는 스스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려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서 비인간적인 대우와 폭력을 당하면서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캐나다로 온 이후로는 마치 자기가 학교의 주인공이 된 듯한 자신감과 즐거움으로 학교를 다닌다는 점입니다. 나는 억만 금을 준다고 해도 한국에는 가기 싫습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란 인간들이 관심과 마음을 먹기에 따라서 지옥도 가능하며 낙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옥이든 낙원이든 돈과 배움의 유무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수준과 노력에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곳에서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살골에 핑잔 대신 격려

이 이야기는 함께 살아가는 상대방에 대해서 항상 이해와 위로와 격려와 도움을 주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선진국 사회의 사례를 들기 위함이다. 우리처럼 자기 입장이나 생각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등의 후진국 증상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장애자를 놀리고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여차하면 인간 이하, 상식 이하로 내몰아서 비난하고 공격하고 매도해버린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 공무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후진국의 증상이거나 절대 선진국 시민이 아닌 증거들이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간 가족의 이야기다. 그 가족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있었다. 캐나다 학교에 입학해서 3일만에 축구시합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수비를 맡았는데 어떨 결에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생소한 나라에서 전혀 다르게 생긴 아이들과 첫 학교 생활에서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초반부터 자살골을 넣어버렸기 때문에 눈앞이 아찔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같은 팀 아이들의 눈길이 전부 자기를 향하는 것을 느꼈단다. 그 아이는 속으로 "어이구 큰일났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기 팀들이 모두 자기를 향해 걸어왔다. 아이는 무척이나 당황해서 새파랗게 질렸다. 그런데 하나 같이 다정하게 다가와서 팔이나 등을 어루만지고 토닥거리면서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고 가더란다.

한국의 어린이들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여기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바로 한국의 어른들이다. 한국의 스승, 부모, 어른들은 자기 자녀에게조차 이런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 성적을 따져서 힘들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해서 꾸중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상대를 헐뜯으며 상식 이하나,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아예 미친놈 취급을 하는 일도 흔하다.

참다운 인간 관계나 서로 함께 하는 것이란 어렵고 힘들고 괴로울 때일수록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도 자신감을 빼앗거나 기를 죽이면 안 된다. 우리는 위로와 격려와 칭찬을 모르면서 사건을 감싸주고 축소하고 조작하고 아예 은폐해버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만일 선진국 사회와 선진 시민의 자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에 대해서 적당한 태도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관계 위주의 인간미로 빗나가버리면 항상 자기를 기준으로 감정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한국 국민들이 개과천선하겠다고 덤벼들어도 언제 어떻게 선진국의 자질을 터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히 "위대한 민족, 단일 민족, 전통과 예절을 아는 민족"등으로 스스로를 미화하고 합리화하는 답답한 수준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만 미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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