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담겨지는, 담겨지지 않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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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겨지는, 담겨지지 않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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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감독의 영화 <인터뷰>

^^^▲ 은석(이정재)과 영희(심은하)그들은... 이렇게 교차한다.
ⓒ nkino.com 스틸컷^^^
사실 이 부족한 글의 제목을 꽤나 모호하게 달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일단 이 영화를 보고난 나의 머리 속을 스친 한 줄의 글귀이다.

카메라 렌즈를 쳐다 보며 인터뷰를 하는 여러 사람들. 그들은 진실을 말하고 영화 속 이은석 감독(이정재)은 그들로부터 진실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담겨지지 않는 진실도 있는 법. 그것이 바로 그의 눈을 유난히 끌었던 '영희(심은하)'의 진실이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이미지적이었으며 픽션과 논픽션이 한데 어우러져 대중적이거나 흥행적인 요소를 내용면에서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캐스팅 면에서는 심은하와 이정재라는 내노라 할 만한 배우와 간간히 등장하는 눈에 익은 까메오 들로 대중, 흥행적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하겠다.

상당 부분을 볼 때까지 이 영화의 실제 감독(변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니, 영화의 줄거리 조차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글에 붙인 제목과 같은 모호함.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서 조금씩 잡히는 윤곽

과거의 슬픈 사랑에 얽매여 있는 영희(심은하). 너무나, 가슴이 다 타오를 정도로 뜨거워서 오히려 가슴이 시린 사랑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기 싫은 현실.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그녀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그 현실을 탈출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은석의 카메라 앞에서 그동안 감추었던 진실을 토로하고...

그럼으로써 그때까지 그 카메라에 담겨진(겉으로 드러난) 그녀의 진실은 거짓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게 꼭 그녀가 그때까지 말한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말한 모든 것은 그녀가 원하고 꿈꾸는 그녀만의 진실이었으므로 어쩌면 가장 진실했던 것지도 모르기에.^

영화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매우 모호하게 끝난다. 은석이 영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영희는...? " 이 질문의 답은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 각자가 상상하는 바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희도..." 라고 말하고 싶다.

"오랫만이네요, 이렇게 둘이 앉아 보는 거..." -은석
"처음이에요, 카메라없이 은석씨 만나는 거..." -영희

이 영화는 그동안 은석이 찍은 수많은 '사랑'에 대한 인터뷰들과 아름답고 가녀리게 춤을 추는 영희의 옛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그런 영화였다. 혼자 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인터뷰 대사들을 적으며 글을 맺어보려 한다.

'자기 정리가 안 되는 게 바로 사랑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그날 밤, 분장도 못 지우고 병원으로 막 달려왔더라구요. 열이 인제 한참 올라 있어서 전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밤새도록 열 내리느라고 땀 닦아주고 머리 들어올려서 죽 떠먹여 주면서 "같이 살아요, 같이 살아요..." 계속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아무 말도 안 들렸는데 그 말만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훨씬 크게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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