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간의 탈출, 도둑맞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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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간의 탈출, 도둑맞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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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끼울타리>

^^^▲ <토끼울타리>의 포스터^^^
혼혈아 격리수용은 1970년까지 계속되었고, 그들을 "도둑맞은 세대"라 부른다. 몰리는 보호소에서 탈출한 뒤, 또 한번 보호소에 붙잡혀 갔으나 또 탈출했다. 그녀의 인생은 불운했지만, 그녀는 결코 자신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심심한 존경의 표현을 올린다.

1. "비가 흔적을 지워줄거야" - 몰리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1931년. 원주민통치. 지글롱에 살고 있는 세 자매. 몰리, 그레이스, 데이지는 혼혈아란 이유로 보호소에 잡혀간다. 이름은 보호소이지만, 그곳은 노예가 되는 곳. 있을 곳이 못 된다. 그래서, 몰리는 두 동생을 데리고 탈출을 결심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서스펜스와 스릴 넘치는 그들의 탈출기를 그린다. 멀리 못 가 잡힐 거라고 망설이는 두 동생에게 몰리의 의미있는 한 마디.

"비가 흔적을 지워줄 거야"

가끔은 지울 수 없는 기억도 있다. 그것이 즐거운 추억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기억은 불현듯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몰리일행이 도망치는 그 순간의 흔적은 지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쫓아오는 개코일당은 그 지워야만 하는, 지우고 싶은 흔적을 다시 복원해내려 한다. 비가 흔적을 지워주긴 하지만, 몰리가 겪여야 했던 그 순간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것이다.

2. "만만찮은 아입니다. 그토록 가고 싶나 봐." - 개코

그의 얼굴에 표정은 없다.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대체 어떤 것을 느낄 것인가? 어느 때는 그의 얼굴이 냉정하다고 생각할 거고, 어떤 순간에는 그는 참 우수에 찬 인정많은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개코는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그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쫓는 사람 개코와 쫓기는 사람 몰리와의 대결은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당돌하고, 영리한 몰리와 달리 개코는 어찌보면 순진한 듯 하면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들은 좀처럼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개코는 그런 그녀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는지 어느 개울가에서 한마디를 내뱉는다.

"만만찮은 아입니다. 그토록 가고 싶나봐…"

몰리일행이 험난한 여정을 겪는 동안, 개코 역시 고생을 하지 않을 리는 없을 터. 그러나, 개코는 묵묵히 자기 길을 갈 뿐이고, 몰리일행이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하여 조바심을 내지도 않는다. 때로는 잡고 싶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추격을 할 때도 있다. 결국, 개코는 그들을 잡지 못한다. 그것이 그가 베푼 최대한의 인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3. 토끼울타리는 사각이다. 그러니까, 가로지르면 더 빠르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맞는 말이다. 도착지가 서울이면 서울에만 가면 된다. 하지만, 광주에서 서울을 가는데, 구태여 대구랑 부산을 거쳐 서울로 갈 필요는 없다. 토끼울타리가 사각이듯이, 인생도 사각이다. 돌아돌아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그 과정을 버리고 갈 필요도 있다.

울타리를 의지삼아 가는 길이 있기도 하지만, 허허벌판에 그저 목적지만을 바라보고 오직 방향에 의지해서,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기도 하다. 힘들지만, 좀더 빠르다. 그리고, 자립심도 생긴다. 몰리일행은 방향을 가르쳐주는 어떤 아저씨에 의해서 좀더 빠른 길을 택했다.

그것이 그들에겐 기회가 되었다. 가는 길은 먼데, 사는 길은 가깝다. 아, 그러나 때로는 모두 함께 갈 수 없는 길도 있다. 그레이스의 판단이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인생에서 가끔은 버려야만 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가로지르면 길은 더 빠를 것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4. 토끼울타리의 안과 밖

토끼울타리 밖에서는 사냥이 시작된다. 그러나, 토끼울타리 안에서는 오히려 안전하다. 아이러니하지만, 보호소 안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엔 제 인생이 없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내 인생을 사는 것이 행복하다.

평생을 남의 뜻대로 살아야만 한다거나, 보호소에 갇혀 있는 그들처럼 갇혀져서 자신의 미래가 아닌 남의 미래를 살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제 행복을 빼앗기는 일이다. 차라리, 죽더라도 탈출하는 것이 낫지. 영화 속의 몰리는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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