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5수생인 정 모씨(28, 여, 서울 사당동)는 지난주 인터넷을 통한 사원모집 광고를 본 후 지원한 회사의 면접장에서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지난 99년 서울 모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정씨의 당초 응시분야는 인사 및 총무 부문. 그러나 면접 당일 면접관은 정씨에게 지원분야인 인사, 총무와는 전혀 무관하게 '영업할 생각이 있느냐', '판매경험은 얼마나 되느냐'는 등 엉뚱한 질문만 늘어놨다. '영업을 잘하면 인사나 총무 파트로 빨리 승진할 수 있다'는 친절한(?) 충고와 함께.
정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면접관의 다음 질문을 기다렸지만, 이후 면접관에게 들은 말은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뿐이었다.
정씨는 자신이 여자라서 이러한 수모를 당한다고 생각했으나, 기술직에 지원한 다른 남자 수험생도 자신과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그 회사는 영업이나 판매사원을 구하면서 관리직이나 기술직을 모집하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낸 것이었다.
올 2월 서울 모여상을 졸업하는 오 모양(19)도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지원한 회사가 먼저 돈만 챙긴 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오양은 "미처 사회로 진출하기도 전에 이런 일을 겪어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이는 불황기를 맞아 가뜩이나 힘들고 지친 취업준비생들의 꿈과 희망마저 빼앗아 버린 행위"라고 밝혔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취업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예처럼 인터넷을 통한 사원모집이 허위 또는 과장광고를 일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노동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허위, 과장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는 취업을 미끼로 물품판매(다단계 판매 포함), 수강생 모집, 자금 모집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도 이러한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에서는 "최근 급속히 나빠진 경제여건과 하반기 취업시즌이 맞물리면서 취업재수생은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사회초년병을 노리는 이같은 사기 범죄가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노동부는 이런 거짓 구인광고에 대한 신고접수 및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기로 하고, 이러한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가까운 지방노동관서 고용안정센터나 각 시, 군, 구청의 직업소개부조리 신고센터로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 극심한 소비위축과 신용불량자의 증가 등으로 경제사정은 지난 IMF 이후 최악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 취업시장도 밝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 막 학교 문을 나서 사회로 진출하려는 사회초년병들이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피해를 방지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울러 각종 취업 관련 사이트들 역시 어렵더라도 모든 업체들을 일일이 검증하고 선별하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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