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가는 가을 억새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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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가을 억새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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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민둥산, 화왕산, 오서산… 그곳엔 또 다른 정취가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단풍과 함께 가을 산하를 화려하게 수놓는 또 하나의 볼거리라면 단연 억새를 들 수 있다. 단풍이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지는 이파리라고 한다면, 억새꽃은 이른 봄부터 볼품 없는 잡풀처럼 지내다 가을이 찾아들면 마침내 피어나는 화사한 꽃이다.

억새는 해마다 10월말∼11월초부터가 볼 만하다. 억새꽃이 피어나기는 그보다 보름이나 한달 전이지만 꽃잎이 잔뜩 벌어져야 햇살을 받아내는 품새가 제대로 틀을 잡는다.

우리나라의 억새밭은 어디에나 많다. 억새가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들이나 산의 풀밭 잡초가 들어서는 자리는 어디를 가리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나절 이상 억새를 벗삼아 산행도 하고 산보를 할 수 있는 억새명소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걸쳐있는 명성산, 강원도 정선 남면 민둥산 억새밭, 경상남도 창녕 화왕산, 충청남도 보령의 오서산, 경상도 밀양을 중심으로 한 영남 산타래, 전라도 장흥의 천관산 등이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명성산, 궁예와 함께 운 산

명성산(鳴聲山·경기 포천군과 강원 철원군의 경계)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울보산’이다. 명성산의 이름의 유래엔 요즘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태조 왕건’에 나오는 인물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가 되어 도망치던 궁예가 이 곳에서 산과 함께 울었다고 한다.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오는지 망을 보던 망무봉 등 인근의 지명이 전설을 뒷받침한다. 마의태자의 이야기도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 도중에 들른곳이 이 산, 왕자가 목을 놓아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울음산이 됐다.

명성산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이다. 자인사 코스는 바위산 사이로 난 거친 너덜지대(바위지대)를 거의 직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등룡폭포 코스는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이다. 초행일 경우이거나 가벼운 산행을 할 때에는 등룡폭포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오르기 쉽고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의 차지이다. 이 곳의 억새는 키가 커 안에 들면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왕복 4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했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약 20분 정도 더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 암릉에 다다르면 단풍에 붉게 물든 봉우리사이로 거울같은 산정호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하루코스로 억새와 단풍을 함께 즐길 만한 곳이다.

민둥산, 정상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조망

민둥산은 이름에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상부분이 벗겨져 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꼭대기 평원은 거대한 왕릉을 연상시킨다.
평소 등반코스로 별로 인기가 없는 이 산은 가을이 익으면서 산사람을 부른다. 억새꽃 때문이다. 산행 코스가 길지 않고 가파른 곳이 없어 가족 나들이에 적격이다. 가장 긴 길을 선택해도 왕복 4시간.

민둥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름답다. 태백산이 코 앞에 있는 듯 우뚝 솟아 있고, 연이은 봉우리들이 파도 치는 바다처럼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증산읍과 동남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억새밭.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억새의 평원은 최고의 가을 추억으로 남기기에 모자람이없다.

^^^ⓒ 사진/ 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화왕산, 역사의 숨결도 함께

억새하면 경남 창녕군의 화왕산 억새평원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난공불락의 철벽요새를 연상케 하는 장대한 바위절벽의 정상.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이곳 폐성터에 돌벽을 쌓고 결사항전에 임했고, 왜병장 가토 기요마사가 그 위세에 눌려 우회했다고 전해지는 그 성터가 있는 곳이다.

화왕산 억새평원은 산성이 들어선 정상의 분지형 지대(5만6000평 규모)에 있다. 그곳을 향한 길. 창녕읍내에서 정상 아래 절벽바위로 오르는 가파른 자하골 등산로(계단) 와 쉬엄쉬엄 가을산경을 느끼며 여유있게 오를 수 있는 반대편의 ‘옥천동(매표소)∼관룡산∼화왕산코스(6㎞)’가 있다.

이 코스는 1시간이면 오르는 자하골과 달리 3시간 정도 걸리는 좀 긴 코스. 그렇지만 도중에 여러 볼거리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물좋은 옥천의 계곡, 원효대사가 제자 1000명 앞에서 화엄경을 설회한 천년고찰 관룡사(觀龍寺), 결가부좌한 석가여래(석불좌상)가 절벽의 바위에서 1000년이 넘게 염화시중의 미소 띤 얼굴로 절과 세상을 두루 굽어보는 전망좋은 용선대(龍船臺) 등등….

관룡산 산허리를 타고 화왕산 정상에 올라 산성의 돌벽(동문)을 지나면 발 아래로 거대한 화산분화구처럼 보이는 광활한 분지가 펼쳐진다. 솜털을 쌓아 놓은 듯 억새가 군락을 이루며 온통 뒤덮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화왕산 억새평원이다. 새로 쌓은 산성의 돌벽은 분지외륜의 마루금을 타고 정상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안벽 아래 분지는 온통 엷은 베이지색 억새로 뒤덮였다.

분지를 가로질러 건너편의 직벽코스 등반로 입구까지는 1.1㎞. 그 길을 따라 분지바닥의 억새밭에 들어서니 키 넘긴 억새에 몸이 파묻혔다. 억새밭이 아니라 억새숲이라고 해야 옳을 정도다.

금빛 억새와 붉은 낙조

충청도 보령의 오서산(烏捿山)은 서해의 낙조와 더불어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다. 해안에 접해있는 산들은 대개 바위산으로 비록 높지는 않더라도 산새는 험하기 마련이다.

산행은 상담리에서 시작한다. 상담리 마을 회관 앞에서부터 30분만 걸으면 정암사다. 정암사는 522년 사치화상이 창건한 절이나 역사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정암사에서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절 오른쪽 계곡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급경사를 이루며 잡목이 무성하여 답답하고 숨이 차는 구간이다. 급경사 길을 40분 정도 오르면 능선 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주능선을 행하여 20분만 걸으면 주능선에 닿는다. 지금까지의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이며 억새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오서산 등산의 압권을 이루는 억새밭은 정상을 중심으로 수천평에 이르는 넓은 초원이다. 넓은 억새밭 한 가운데에 펑퍼짐하게 솟아 오른 정상의 조망은 정말 일품이다. 안면도 끝으로 원산도와 삽시도가 눈에 들어오고 이 섬들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정상에서 하산에 필요한 시간은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오서산 산행에 필요한 총 산행시간은 4시간30분이다. 산행시간도 짧거니와 서해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져 서울에서 당일 산행으로 각광 받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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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2003-10-15 19:18:55
사진이 너무 멋 있습니다 ~~~~~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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