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SK는 지난 해 우승팀 삼성을 2연승으로 물리쳐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고 기아는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인해 전력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쉽게 속단할 수 없는 기아와 SK의 200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전망해본다.
기아는 선발, SK는 불펜에서 앞서
흔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투수진의 전력이 승부를 가른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정의 레이스인 정규시즌과는 달리 포스트시즌은 정상급의 투수 몇 명만을 집중 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일단 투수력은 기아가 우세하다. 제 1~3 선발 투입이 유력한 김진우, 존슨, 리오스의 선발진이 10승대 투수가 1명밖에 없는 SK보다는 분명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는 선발 3명이 모두 SK 전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모두 완투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SK 전에서 유독 방어율이 높아 자칫 길게는 끌고 갈 수 없다는 뜻. 만약 선발진이 난타 당하면 뒷문이 약한 기아로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반면 SK에게는 선발진이라는 의미는 단지 누가 처음으로 나오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확실한 선발감이 없기 때문에 중간 계투쪽에서의 이른바 벌떼 작전이 불가피하다. 그런나 이승호, 제춘모, 송은범 등 중간 계투쪽의 전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수준이 아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나타났 듯 조범현 감독의 투수 교체 용병술은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기아의 기동력은 승부의 열쇠
이종범, 김종국이 버티는 기아의 기동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8개 구단 최강이다. 조범현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기아와의 승부를 기동력과의 싸움으로 예상할 정도로 SK는 기아의 준족들을 막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 반면 기아로서는 투수 리드는 국내 최고이지만 도루 저지는 전성기 같지 않은 상대 포수 박경완의 어깨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할 듯.
SK는 기아에 맞서 기동력 야구를 펼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준플레이오프 때와 마찬가지로 조직력 야구를 펼쳐야 한다. 즉 벤치의 작전을 선수들이 확실히 수행해 내면서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는 반드시 뽑고 갈 필요가 있다. 기아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한 방이 있는데 반해 SK는 일발 장타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이 필요성을 실감케 한다.
플레이오프, 이 점을 지켜보자
팬들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지켜 볼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아의 선발진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기아 선발 투수들은 모두 완투가 가능한 투수들이다. 5회 이전에 강판을 당하면 뒤가 약한 기아는 전반적으로 힘이 빠질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뒤가 강한 SK는 탄력을 받게 된다. 기아 선발 투수들의 5회 전후 강판 여부를 따지면 대략적인 승부 판단도 가능하다.
또 하나는 타석의 이종범과 마운드의 김원형을 주목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종범은 올 시즌 SK 전 타율이 0.290에 그치고 있지만 큰 경기 경험과 빠른 발로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김원형은 올 시즌 기아 전에 2승, 방어율 0.70의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1차전 선발로 내정된 상태이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또 한번 MVP로 등극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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