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조총련'과 '朝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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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조총련'과 '朝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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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에 연평도, 인내력 한계 표현

^^^▲ 북한 우표.재일본 조총련 방문 50주년 기념 우표.
ⓒ 뉴스타운 이동훈^^^
김정은 3대 세습이 굳어지고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일어나자, 일본의 조총련과 중국의 '조교(朝僑,북조선 교포)'들까지 북한에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영원한 친북파, 피붙이 친북파인 이들의 예상치 못한 동요에 북,중 두 나라가 지금 크게 당혹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의 유일한 북한인들이자 북한정권과도 긴밀한 채널이라는 점에서 북한 붕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중국에 사는 북한인인 '조교(朝僑)'의 중국 귀화 문제가 북한은 물론이고 남북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던 중국 정부의 민감한 외교 사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조교는 중국 안에서 거류증에 의지해 갖은 불편과 멸시를 감수하며 살아 오면서도 조국인 북한에 대한 연고권(국적) 하나라도 지키려 몸부림쳐 온 북한인이란 점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며칠 앞선 지난 4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 시도와 관련해 일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내부 조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조총련 지도부측이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의 상당한 반발감 때문에 조직 전체가 동요에 휩싸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우선 조총련들은 세습정권이라는 개념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것이라고 한 조총련 간부는 이 뉴스에서 전언했다. 이는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 씨가 재일동포 출신이란 점 때문에 조총련이 김정은 체제를 환영할 것이란 예상을 간단히 뒤집어 놓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안에서도 조총련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 3대 세습에 이은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초래한 것처럼 조총련들에게는 '할 말을 잃는' 고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과거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에 따른 비판여론에다 최근 일본 열도 전체가 대 북한 전면 공세를 취하는 분위기에서 이들이 계속 친북 성향을 표현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보다 훨씬 친북 무드가 강한 중국에서의 '조교들의 반란'은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들이 북한 국적을 버리고 중국 국적을 택하려는 데는 보다 미묘하고 은밀한 내막들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약 7천 여명에 달하는 이들 조교는 똑같이 북한에 고향을 둔 경우라도 중국 국적을 가진 일부 조선족과 달리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그 신분이 아주 독특한 만큼 거주 관련 행정절차도 까다롭다. 우선 6.25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들이 많아 중국에서 출생 후 북한을 공식 방문해 국적을 등록한 경우까지 있다.

이들 조교는 조총련계 재일동포처럼 중국 정부에서 '거류증'을, 북한 정부로부터 '해외 공민증'을 발급받아 살아오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마음은 북한에, 삶의 공간은 중국에 있다. 이들이 개방 이후 중국 안에서 겪어 왔을 심리적인 갈등과 아이덴티티의 위협은 가히 짐작되고 남는다.

특히 이들 조교가 주로 사는 중국 동북3성 지역은 탈북자들의 온상이기도 하다. 탈북자들은 조교들의 품에 안기기도 하지만, 이들에 의해 북한과 중국에 밀고되어 강제 송환의 비극을 겪기도 했다. 조교들은 북한이 원한다면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조국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다. 심지어는 북한도 돕고 밀고로 인한 포상금도 챙겨 '꿩 먹고 알 먹는 조교'라는 미운 털에다 '인간 백정'이라는 딱지까지 붙었던 차다. 그래서 조교들은 조국과 민족의 틈바구니에 낀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존재해 왔다.

지금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조교들은 너나없이 중국 주재 북한 공관을 찾아가 국적 포기 신청을 하고 있다. 쇄도하는 전화문의로 중국 주재 북한 공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 명분적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중 두 사회주의 국가 경계선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하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중국 외교부의 침묵이 점점 더 어둡고 무겁게 변해가고 있다. 어떤 입장도 표시하기 어려운 중국은 관제 언론들을 통해 이번 조교들의 동요에 한국 정부가 관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뚱딴지 같은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조교 이슈는 이렇게 터져 나왔다. 작년 11월 18일자 양쯔완바오(楊子晩報)는 중국 장쑤(江蘇)성 전장(鎭江)시에서 53년을 거주해 온 북한 국적의 61세 김정자(여) 씨가 최근 전장시 공안당국에서 발행하는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보도하면서 '중국 입적(入籍)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신문에 게재됐다. 김 여사는 그 도시에서는 중국인으로 귀화한 최초의 외국인이었기에 뉴스를 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의미를 부여했다.

뭐 별난 뉴스도 아닌 듯하던 이 일이 인터넷을 타고 70여 건 이상의 복제 뉴스를 생산하더니 급기야 사태가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다. 여기에 한국 외교관들이 개입할 여지란? 겨우 지방신문 기사를 찾아내 인터넷에 기사를 복제하는 일은 아닐 터이다. 이후 옌볜(延邊)을 중심으로 동북3성에 사는 조교들의 예민해진 감성에 닿으면서 심적 동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간 북한에 쌓인 미련과 애증이 많던 조교들은 탈북자들과도 먼 거리에 사는 장쑤성의 김 여사가 내뱉은 "그 동안 호텔에 가거나 은행에 가서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불편했었다."는 몇 마디 말에 설움이 복받쳤던 건 아닌지 싶다. 가뜩이나 요즘 북한이 조교들의 북한 입국을 제한하던 차여서 조국에 버림받은 듯한 불만이 고조되던 동북지역 조교들은 "이 참에 아예"라는 생각에 도달한 것이었다.

급기야는 한국 언론과 외교관들에게 화풀이하려던 중국 당국이 조교들의 국적 신청을 거부할 움직임까지 보이자, 조교들은 특유의 응집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이미 이들 조직 내에서는 중국 공안에 줄을 대서라도 국적을 바꿀 수 있는 노하우가 급속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막으면 더 가고 싶은 게 지금 조교들의 속앓이 심리상태다. 이들의 반북 이탈은 북,중 두 나라에 아주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이들은 북한을 자주 왕래하면서 무역도 하고 심지어 탈북을 조장하기도 하던 세력 아니던가. 마음만 먹으면 이들이 북한 내부의 반 김정은 세력층과 결탁해 더 위험한 일을 꾸밀 수도 있는 마당이다.

북한의 심층부와 맞닿아 있으면서 해외에서 자유롭게 사는 조교와 조총련. 이들은 분명 북한의 위험한 '뇌관'이다. 그냥 북한이 싫어서가 아니라 억눌렸던 설움과 고독감이 지금 이들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바로 '3대 세습'과 '연평도'라는 두 가지 모순이 뇌관을 건드린 흔적이 포착되고 있음이다. 왜,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을 위해서라면 포격전도 불사한다."는 70년대적인 단순 집권 시나리오에 집착한 나머지 이 세상의 의식이 실시간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걸까. 중국 장쑤성의 김 여사의 일이 바로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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