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드라마 영화, 인기리 연속 방영
^^^▲ (상)중국 드라마 '잠복'. (하)홍콩 무술영화 '엽문'^^^ | ||
최근 북한에서는 중국 국공합작 시대의 첩보 드라마 <잠복>(潛伏)이 인기리에 방영됐다. 북한에서는 국제방송을 제외하고는 외국영화나 드라마를 방영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인민해방군의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참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잠복>은 조선중앙TV와 평양TV를 통해 하루 2회씩 방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시 시타(西塔)거리의 북한식당 '모란각'을 찾았던 한국인 사업가 류(柳)모씨(56)는 "북한 복무원들이 중국 드라마를 보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TV에서 <잠복>드라마가 나오는 점도 그렇지만, 복무원들이 너무 몰입해서 평소 답지 않게 손님들을 본 체 만 체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실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쑨홍레이(孫紅雷)가 북한에서 큰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청두완바오(成都晩報)가 전했다. 쑨홍레이는 극중에서 공산당 지하당원 '위저청'(余則成)으로 분장했다.
이 신문은 북측 판문점에서 북한군 관광 안내원이 한 중국 관광객에게 "드라마 <잠복>의 주인공 위저청과 닮아 한 눈에 반했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낙후된 북한 드라마에 비해 세련된 중국 드라마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 북한 군인은 "<잠복>은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연속극"이라고 소개했다 한다. 또다른 북한 주민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다가와 드라마 <잠복>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중국라디오텔레비전총국 간부들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북한을 방문하면서 드라마 <관동을 가다>와 홍콩 무술영화 <엽문>(葉問)을 증정했다. 지난 8월 1일 조선중앙TV에서는 이 <엽문>을 방영했는데 북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지난 12월14일 조선족신문 료녕신문이 보도했다.
그밖에 <홍루몽>, <삼국연의>, <갈망> 등 중국 작품들이 북한에서 여러 차례 재방영을 해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료녕신문은 전했다.
중국식 드라마나 영화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특히 폐쇄 상태에서 고급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던 북한에서는 그 문화 종속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클 것이 자명하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중국 대중문화를 적극 수입하는 의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문화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DVD나 CD 등을 통해 널리 확산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견제하기 위한 문화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한편, 북한의 이면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평안남도 개천시에 있는 교화소에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돼 수감된 북한 주민이 1,2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서 "교화소가 이들로 인해 인원이 초과될 지경이라고 개천교화소 관계자가 전했다."고 말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드라마들이나 배우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흥미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평양과 평안남ㆍ북도, 황해도 및 함흥, 청진 등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의 공중파 방송이 수신돼 남한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날 CD로 복사돼 유통될 만큼 전파속도가 빠르다고 지난 7일 NK지식인연대를 인용해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중국 대중문화가 기존 북한의 경직된 문화에 비해 매우 파격적인 개방관념을 가지고 있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면으로 침투하는 한국 대중문화와 함께 국영TV를 통한 중국 드라마의 방영으로 외세에 노출된 북한의 대중문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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