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중들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용철 롯데감독대행이 장내방송으로 관중들에게 해명하고 있다 ⓒ 사진/부산뉴스타운^^^ | ||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모 기업 광고가 있었다.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람은 닐 암스트롱, 그러나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최근 프로야구를 보면 이 말만큼 딱 들어맞는 말도 없는 듯싶다.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은 이승엽의 56호 홈런볼에만 집중되어 있고 이에 뒤질세라 언론들은 이승엽의 이름 석 자를 좇기에 바쁘다. 여느 때 같았으면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할 다른 선수들의 대기록이나 활약 등은 흔적조차 찾기가 어렵다.
며칠 전 삼성과 롯데의 부산 경기에서는 차마 보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롯데 벤치가 이승엽을 고의 사구로 거르자 56호 홈런을 기대하던 부산팬들이 경기장으로 온갖 오물을 투척하며 경기를 지연시킨 것이었다.
만취한 한 팬은 외야 좌측 펜스에서 뛰어내리다 발목을 다쳤고 내야에 있던 한 할머니는 말싸움 하는 관중에 떠밀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기는 1시간 30분이나 지나고서야 재개될 정도로 경기장 내 상황은 심각하기만 했다.
그러나 경기가 종료된 후 이 날의 사태를 취재한 대다수 언론의 보도 태도는 경기장 내 난동보다는 이승엽의 홈런 침묵에 맞춰져 있었다. 이와 더불어 고의 사구라는 단어를 크게 곁들여 롯데 벤치의 정정당당하지 못함을 부각시켰다.
어차피 확정된 꼴지, 거기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고의 사구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팬들 역시 이승엽 축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롯데 구단을 원망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날 경기를 지켜본 필자는 이 같은 광경에 너무도 씁쓸했다. 팬들의 난동은 이미 수차 지적된 만큼 제껴두더라도 ‘꼴지 롯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한 팀을 매도시키는 듯한 분위기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승엽의 홈런을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확실한 승부가 이뤄졌으면 더 좋았기는 했겠지만 그 반대라는 이유가 경기장 내 팬들의 난동과 언론들의 보도 태도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는 올 시즌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후반기 들어 다소 살아나는 추세였다. 김용철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4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는 등 백인천 전 감독 때에 비하면 상당히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김용철 대행 입장에서는 순위와는 상관없이 조금이나마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선수들 역시 홈런팬이 많다 해도 모처럼만에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고의 사구 역시 정정당당하지 않다 해서 그 반대라고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축제 같은 분위기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를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당시 경기는 삼성, 롯데 양팀 모두 이기기 위한 경기 내용을 보이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일어날 일을 특정 선수라 해서 다른 눈으로 바라볼 객관적 이유는 없다. 또한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정정당당한 일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팬들의 난동,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한결같이 1등만을 좇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고 말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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