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안전망과 국가의료체계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회적안전망과 국가의료체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하 라운드와 관련해 생각해야 할 것들

세계화 시대다. 멕시코의 깐꾼에서 개최된 WTO 총회에서 농산물에 관한 협정에 실패함으로써, 농산물 및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더욱 풀라는 취지의 도하라운드의 출현이 늦추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세계화시대의 자본의 공세가 한풀 꺽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IMF사태 이후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계자본이 들어왔다. 주식시장을 포함한 우리경제의 많은 부분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고, 우리경제를 지배해오던 운영원칙조차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만 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노동시장은 유연해진 반면 사회의 안전장치가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도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강한 외국계자본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경제의 안정성은 예전보다 훨씬 유동적이 되었다. 자본이 국적성이 없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단지 이익의 극대화에만 관심이 있다. 예전처럼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기업 활동을 규제할 방법도 많지 않다.

때문에 더욱 우리의 경제는 외부환경에 취약해졌고, 우리국민의 삶의 안녕과 번영은 외부적 요인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더욱 사회적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안전장치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의료이다. 현재 국내에는 의료시장도 민영화와 국제화를 추진하자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바보 같은 생각이다.

아직도 정신 나간 세계화주의자들이 우리나라의 지적 분위기를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를 비롯한 사회적 안전장치에 해당되는 산업은 경쟁력 차원이 아니라 안정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수의 민간병원이 의료수가가 자유화되면 국내의 의료수준은 조금 더 높아지겠지만, 전반적인 의료비용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결국 빈부격차가 커진 부자들만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중산층이 해체되면서 더욱 가난해진 대다수의 빈자들을 위한 의료는 민간보험의 그늘에 가려져서 이미 이류가 되어버린 건강보험에만 의존해야 할 것이다. 의료산업의 세계화 민영화 자율화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의료시장을 개방해서 많은 외국 환자를 유치한다는 싱가포르의 자국민에 대한 의료혜택이 어떤지를 살펴보면 알 수가 있다.

세계화는 또 보호해야만 할 산업마저 황폐화시킨다. 대표적인 중의 하나가 제약회사이다. 나는 사실 국내제약업체를 별로 좋게 평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독점기간이 끝난 외국 약의 카피(copy) 약 생산에만 몰두해온 나머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만한 제약기업이 거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한심한 제약회사들이 국내의료시장의 안정화에 공헌한 바는 결코 작지 않다. 다양한 소규모 카피약 제조회사들이 난립해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그 결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당히 우수한 약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도 국내 제약회사의 약값은 원가에 비해 아직도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지만 외국제약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자체 생산하는 카피약품의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외국 계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동일성분의 오리지날 약품의 가격에 비해서 훨씬 싸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정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세하고 취약한 제약업계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약가를 매우 싼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 외국계 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커졌다. 의사와 약사가 다같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의약분업을, 지난 정부가 그토록 강경하게 추진했던 배경에는 항생제 남용을 줄이겠다는 것 이외의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 IMF와의 이면계약에 의약시장개방을 위한 방편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하겠다는 사항이 있었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에 약을 통해서 얻는 이윤이 없어진 의사들은 외국계약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아졌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동일한 성분임에도 국내 약에 비해 한층 비싼 외국계 오리지날 약물의 처방율이 훨씬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큰 요인이 된다.

이미 제조방법은 범용기술에 불과한 같은 성분의 약이지만, 외국제약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의사들이 비싼 약을 처방하게 하고 환자들이 순순히 비싼 약을 사먹게 한다. 그래서 건강보험재정은 고갈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동시에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악화된 건강보험재정은 본인부담금도 인상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사회적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보험시장에도 외국계 자본들이 침식해 들어오고 있다. 저마다 프리미엄 보험을 내세우면서 암보험이니, 상해보험이니 하는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것들은 결국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보험 지급을 하는 또 다른 의료보험인 것이다. 결국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만의 프리미엄 건강보험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는 해악은 건강보험의 보장내용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이들은 이미 프리미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으니, 건강보험이 같은 내용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을 또 다시 부담하기 싫어하는 광범위한 반대세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빠져든 세계화. 그것이 현 국면의 대세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좀더 명철한 판단을 하고 대응을 한다면 가져다주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화의 피해자들을 감싸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세계화의 피혜를 톡톡히 본 국가들의 선례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워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