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핸드폰도 없이 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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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록 핸드폰도 없이 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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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버스를 타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친구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두 여성이 각자의 핸드폰을 꺼내 버스 차창 밖을 스케치하는 폼이 아마도 촬영을 하지 싶었습니다.

정보화 세상은 어느새 더욱 진일보하여 종전엔 통화만 되던 핸드폰이 이제는 카메라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사의 모든 건 동전의 양면처럼 양지가 있으면 음지 역시도 함께 있는 법인 듯 합니다.

저는 구세대라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평소에 화상채팅을 즐긴다는군요. 그런데 그로 인한 폐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하나는 여성 스스로 음란 화상채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하고 합니다. 남성 회원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거나 심지어는 그 보다도 더한 장면까지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일명 '캠녀'까지 있다고 하니 실로 어이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여성에게 옷을 벗으면 돈을 준다고 접근한 뒤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인데 여성의 알몸을 몰래 녹화해놓은 뒤 이것을 미끼로 되레 돈을 뜯어내는 것이랍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동영상이 음란물로 둔갑해 성인 사이트에 오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처럼 최근 빈발하는 화상채팅 범죄를 관음증과 상업주의가 결합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지난달에 이런저런 연유로 하여 핸드폰을 해지하였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갑갑한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생각을 달리 합니다.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어대며 압제의 손길을 뻗쳤던 핸드폰에서 해방이 되고 보니 실상은 여간 편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죠.

그동안 핸드폰은 실상 여러모로 저의 행동을 제어하는 장벽이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지요. 뺑덕어멈(?)같은 마누라가 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딨냐?"고 허구한 날 캐묻는 건 다반사였지요. 그럼 "친구랑 술 마시고 금방 갈게"라고 얼른 꼬리를 내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한 잔 술이 두 잔 되고 두 잔 술이 고주망태가 되다보면 아내와 약속했던 저의 귀가시간은 늘상 공염불이 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다시금 힐난을 입에 달곤 했습니다.

"핸드폰을 그렇게 해도 안 받던데 대체 어디서 술을 또 마신 거야?" 그럴 때마다 새록새록 느꼈던 건 '핸드폰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니라 외려 내 자유를 구속하는 기계일 뿐'이라는 사실의 천착이었지요.

핸드폰을 해지한 후로는 주당들로부터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러니 귀가하면 지인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자 나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내는 좋아합니다. 핸드폰이 없는 이 '원시인 남편'을 말입니다. 핸드폰은 분명 문명의 이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기도 어찌 사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흉기도 될 수 있음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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