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완동물의 범위가 넓어지다보니 햄스터니 강아지니 하는 것은 기본이요 이제 이구아나, 거북이 등 여러가지 애완동물을 흔하게 기른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딸 아이의 생일을 맞아 이제 더이상은 미루지 못해 결국 청계천 수족관 도매상을 찾아가 꽃 거북이 두마리를 샀다.
요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큰 거북은 아니고 조그만 거북이인데 꼭 등 모양이 꽃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 보다. 조그만 놈 두 마리가 집에 오면서부터 신기하게도 딸아이의 일과가 달라지지 시작했다.
우선 방학이라 혼자 지내야하는 생활이 지루하다 못해 왜 혼자냐며 엄마와 놀아달라고 생떼를 쓰다시피하던 태도가 180도 달라져 아침이면 거북이 두 마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빨리 봐야 한다며 부지런히 일어나 거북이에게 달려가 보더니 아침 저녁으로 밥은 물론 물갈아주기, 이름지어주기, 놀아주기 등 그야말로 거북이와 인형놀이하며 잘 논다. 혼자 하루에도 수십 번을 심심하다고 외쳐대던 것이 언제 그랬느냐는듯 이제 거북이 두 마리와 친구해주기도 바쁜 것이다.
둘이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두 마리가 찬찬히 봐야만 겨우 구분을 할수 있을 정도인데 딸아이는 벌써 미니는 성격이 어떻고 뮤니는 성격이 까다로워서 누가 건드리면 신경질도 내고 심통이 심하다는 둥 그야말로 아기가 있는 것 이상으로 식구가 늘어난 것 같았다.
애완동물을 기르면 아이들의 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실생활 속에서 실감하게 되고 보니 진즉 결정을 내려 사주지 못한 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거북이의 행동이나 모습이 아무 의미없이 움직이는 동물로 보이지 않고 마음이 있는 생명체로 아이의 마음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미니는 기분이 별로 안좋아, 애네들은 내가 칭찬하면 기분이 좋고 야단치면 삐쳐서 지네들끼리도 막 싸워 서로 신경질내고 " 이렇게 이야기할 때면 꼭 어린 동생들을 거두는 언니라도 된 태세다.
어린 거북이 두 마리에 아홉살 난 딸 아이의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풍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이세상은 참 살아볼만한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을까.
등말리라고 넣어둔 조약돌 위에 올라앉은 거북이의 눈엔 무엇이 보일까 궁금하다. 그 옛날 망망대해 바다를 떠돌며 열을 식힐 전단의 부목을 찾아 천년을 떠돈다는 외눈박이 거북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천년에 단 한번 등에 맞는 부목을 찾아 그것도 외눈박이의 어려움으로 바다를 떠 다닌다는 거북의 삶에 대한 질긴 애착과 집념처럼 그러한 생명력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면 요즘 같이 어렵고 살아가기 팍팍한 때에'거북의 미학'을 조금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조그만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일. 우리가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옷과 좋은 음식보다도 어쩌면 삶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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