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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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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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50, 60년대 프랑스의 천재 소녀작가였던 프랑수아즈 사강이 재판정에 섰다. 이유는 '불법 마약 복용'. 인기작가의 마약 복용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비등했지만 정작 본인은 당당하다. '나는 내 몸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약이 배척 당하는 이유가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타인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라면 담배 역시 비슷한 이유로 축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담배를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한다. 보건 복지부도 비슷한 이유로 담배값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흡연은 해로울지언정 합법이라는 것이고 흡연권도 엄연한 권리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전매청(現 KT&G)을 따로 두어 담배를 생산·공급해왔고 담배 판매 대금은 국가 재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담배는 지방세 수입의 10 %를 차지하며, 5조원에 달하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수입원 역할을 한다. 국가가 검은 돈을 재정의 일부로 삼는 것은 아닐진데 흡연이 정당한 권리가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금 담배값 인상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흡연자·비흡연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해롭다는 것이 하나이고, 담배값 인상으로 재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다른 하나이다. 하지만 해로운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음주도 건강에 나쁘고 이혼도 정신건강에 나쁘다. 조금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면 음주나 이혼에도 (체벌에 가까운) 사회적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음주하거나 흡연하는 권리사이에 우열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담배값만 인상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값을 인상하겠다는 생각과 재정확충이라는 계획이 어떻게 타협점을 찾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담배 소비가 줄어야겠지만 재정확충을 위해서는 흡연이 일정수준을 유지해야 할텐데 말이다.

이와 같은 모순들은 흡연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단지 해롭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려고 하지만 담배의 생산·유통뿐만이 아니라 흡연할 수 있는 권리까지 정당하게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징벌에 가까운 담배값 인상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흡연공간 확충·비흡연구역 준수 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어제의 권리가 오늘은 뜬금 없이 죄악시되는 현실은 그래서 정당하지 못하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 하지만 흡연할 수 있는 개인의 선택도 존중되어야한다.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권리가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비흡연자를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하는 데까지이다. 개인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 국가가 계몽시켜 나가야 할 대상은 아니다. 행정편의나 건강지상주의의 시각으로 어제의 건실한 시민들은 오늘의 악당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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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2003-09-16 10:51:11
자신의 몸을 파괴할 권리를 옹호하시다니...
그럼 님도 말씀하셨다시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자면 "자살"이나 "자해"도 정당화 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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