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욕망의 세태를 농담과 같은 가벼운 터치로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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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욕망의 세태를 농담과 같은 가벼운 터치로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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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만교 창작집 <나쁜 여자, 착한 남자> 펴내

화제작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내놓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가 이만교가 등단 이후 발표한 작품들 중에 중편 2편과 단편 4편을 모은 작품집 "나쁜 여자, 착한 남자"을 펴냈다.

이 창작집에 수록된 "나쁜 여자, 착한 남자"와 "농담을, 이해하다" 등의 중편과 4편의 단편들은 우리 시대의 성과 사랑을 다룬 색다른 소설들이다. 농담하는 듯 발랄하고, 가볍게 슬프며, 진지하게도 웃음을 주는 작품들이다.

주제와 기법 면, 문체와 대화 행동 등이 모두 아우러져서 시대와 풍속을 보는 ‘예외적인 시선’들이 엿보인다. "나쁜 여자, 착한 남자"는 상처(喪妻)한 후 독신으로 지내는 한 중년 남자가, 회사 부하 여직원과의 밀고 당기는 사랑과 욕망의 세태를 농담과 같은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녀>는 갓 입사한 주부 사원으로, 고지식한 순진함의 성격과 행동 방식을 지녔다. <나>는 회사의 부장으로, 젊고 팔팔하고 개방적인 성격의 <그애>와는 은밀한 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황혼 녘의 저녁놀이 아름다워 한눈팔다 사고를 내며, 자신은 즐기지 않은 회식 자리에서 묵묵히 계산을 하고,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서류 변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남편의 외도를 한번쯤의 바람으로 여기는 여자다.

<나>는 <그 애>와는 사뭇 대조되는 <그녀>에게 점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정복해 보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그녀>와의 사이가 좁혀질수록 그녀의 순진하고 고지식한 행동 때문에 <그 애>는 피해를 입게 되고 회사마저 그만두게 된다.

그러한 관계를 짐짓 가벼운 농담을 던지듯, 단순 교통사고를 내고 잠시 머물고 있는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농담을, 이해하다"는 자주 대화 중에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여 ‘농치 혹은 농맹’이라 불리는 한 직장인이, 신입사원과 그의 첫사랑 연인과 부대끼면서 지내는 동안, 점차 농담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나>는 자주 농담을 진담처럼 여기거나, 진담을 농담처럼 여기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이러한 <내>가 어느 날, 술에 취하면 찾아가는 신입사원의 첫사랑 연인의 집에 동행한 것을 계기로, 자신도 이른바 ‘애인’이라 하는 은밀하고 즐거운 관계를 만들게 되고, 이러한 <바람>을 하나 얻는 것으로 자신도 드디어 <농담>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이화여대 교수)교수는 이 창작집을 추천하면서 "문학에서의 새로움이 의심하기나 뒤집어보고 삐딱하게 보면서 소설을 다른 관점에서 만들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 "너무나도 모범적인"을 맨 처음에 읽고, "나쁜 여자 착한 남자"를 맨 나중에 읽어보자. 그러면 이 작가가 쓴 ‘나쁜 소설’의 기원과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교는 ‘이카루스의 날개’에만 주목했던 한국 소설의 중심을 ‘거꾸로 나는 새의 눈빛’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이런 균형 감각을 위해 상승이나 초월의 그림자를 길게 보여주고, 순수나 선의 허방을 문제 삼는다. 착할수록 악을 유발시키거나 악할수록 선을 상기시키는 모순이 이 작가를 한없이 삐딱하게 만든다. 날개가 아닌 눈빛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계몽이나 도덕의 역설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현대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만교는 문학에서의 새로움이 의심하기나 뒤집어보기를 통한 반성하기에 다름 아님을 잘 아는 현명한 작가이다. 세상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서 농담과 웃음이 필요함을 아는 발랄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작가의 불협화음이나 다성악적 소설을 즐겁게 감당한다면 우리는 잔인한 삶에 대해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다.

작가 이만교는 1967년 충주 중원 출생했다. 배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으며 199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 부문, 1998년 《문학동네》동계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2000년 제2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와 소설집 "나쁜 여자, 착한 남자"가 있다. <민음사/값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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