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러하다.
우리부 총무과 용도담당 직원이 자신의 책상아래에서 성명 미상의 자로부터 금전을 넣은 대봉투를 두고 간 것을 발견하여, 공무원청렴유지를위한행동강령책임관에게 인계, 보관하고 있으니 제공자(두고 가신 분)는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 발견일시 : 2003. 9. 3. 10:30경
* 발견장소 : 법무부 총무과
* 금 액 : 본인 확인을 위하여 미공개
* 연 락 처 : 법무부 감사관실(503-7014)
* 위 금원을 제공자가 찾아가지 아니할 때에는 「법무부공무원의청렴유지를위한행동강령세칙」 제13조 제③항 제3호에 의거 1년간 보관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시킴.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누군가가 잘 봐달라는 뇌물성 돈을 두고 갔고, 그걸 발견한 직원이 받지 않겠으니 찾아가라는 글을 우회적으로 돌려 젊잖은 어투로 홈페이지에 올린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어느 일각에서는 뇌물을 받고자 하는자가 떳떳하게 돈을 요구하고 나중에 들통이 났을 때 절대 받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딱 잡에떼는 정도가 아니라 만난적조차 없다고 한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증거가 발견되면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동안 형을 살다가 광복절이든 특별사면이 있는 어느날 슬그머니 나온다. 어떤이는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새 삶을 예전에 자신이 논 물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국제 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국가청렴도에서 우리나라는 2001년 현재 조사 대상국 91개 국가중 42위이며, 더군다나 1995, 1996년 27위였던 것이 점점 나빠져 1998년 이후에는 40위에서 50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국가별 청렴지수는 그 나라의 도덕적 수준을 알려주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부패한 나라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주는 자료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목이 아프게 외쳐대는게 ‘부정부패 척결’, ‘대통령 친인척 부패 근절’ 등이다. 그러나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음을 우리는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다.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그 액수만 다를 뿐 곳곳에 뇌물과 부패가 곰팡이처럼 퍼져 있다. 대학때 어떤 교수님께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 정착하여 산지 꽤 된 어느 탈북자에게 북한과 남한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기자가 요청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미친 사회이고, 남한은 썩은 사회이다.”
부정부패가 곳곳에 퍼져 있는 현 시점에서 그저 돈만 많이 벌어 선진국가가 되고자 하는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부정부패가 척결되지 않고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돈만 많은 부유국 보다는 돈이 오가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거나 일처리가 어렵지 않은 투명하고 깨끗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에야 부유국이 될 수 있고 선전국이 의미가 있다.
더 이상 법무부의 그러한 글이 신선하고 색다르게 보이지 않는 나라가 되었음한다. 그리고 돈 앞에 약해지지 않는 그런 공무원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지 않아도 되는, 우리 조상들이 강조했던 ‘선비’의 나라가 되길 바란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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