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지 않은 손이지만 반갑게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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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지 않은 손이지만 반갑게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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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찾아왔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손은 며칠 전부터 나와 함께 거하고 있다. 그리 반가운 손은 아니지만, 굳이 나를 찾아온 것은 아마도 나와 무슨 인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청하지 않은 손이라고 해서 그리 박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처음엔 호감이 가지 않던 손이라도 일단 마음을 주면 친구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요즘 들어 하나하나 늘어나는 손을 한결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손이 늘어가면서 친구도 늘려가고 있다. 벌써 몇몇의 친구가 생겼다. 이번 손님처럼 잠시 머물다 떠날 경우도 있지만, 아예 자리를 잡고 눌러 않아 있는 손도 꽤 된다. 나는 이제 그들을 친구로 삼아 지낸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제 멋대로 찾아온 버릇이 없는 손이지만. 친구로 사귀고 보니 그리 나쁜 친구인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참 싫었었다. 청하지도 않았었고, 물론 전혀 반갑지도 않다. 그런데 그 손들은 하나둘씩 제 맘대로 슬며시 찾아 들어왔다. 그리곤 이제 저들이 내 주인노릇을 하려고 한다. 이리해라 저리해라 마음대로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세상살이의 모든 것들이 마음먹기 나름이라지 않는가. 누가 주인이면 어떤가. 그 손들 중 일부는 어차피 나를 찾아온 이상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싫던 좋던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닌가. 그 손이 나를 찾아온 바로 그날로부터, 그것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그 손을 박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박대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데 이번에 새로 찾아 온 손님은 무척 독한 놈이다. 며칠째 진땀이 나고, 오한이 그치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연신 흘러내리는 콧물이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손님 대접을 너무 부실하게 하였나보다. 첫날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접대를 했어야 했었다. 그러기에 손을 박대하면 결국은 나를 박대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번에 찾아온 것처럼 이렇게 심하게 말썽을 부리는 손님은 대개 오래 머물지 않는 법이다. 손님의 성질이 급해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만큼, 또 다른 곳을 찾아 금세 떠나가게 마련이다. 내게 머무는 동안만 제대로 챙겨주었으면 되는데, 내가 너무 무관심 하였던 것이다. 손님에게 좀 더 관심을 보여주고, 그들의 요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오래된 손님들은 참 젊잖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표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내가 그들에게 적응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원래 심성이 점잖은 편인가 보다. 그러나 오래 동안 대접을 소홀히 하면 큰일을 저지를 수 있는 손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도록 또 그들이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들의 나에게 바라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잘 지키기만 하면 별 다른 문제가 없는 법이다.

오늘은 손님 접대를 단단히 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오래된 손님들을 위하여 한 봉의 약을, 그리고 최근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또 한 봉의 약을 먹는다. 그리고 밥맛이 없지만 새로 온 손님의 주문대로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한다. 조금 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접고 조금 일찍 침대를 향하여 간다.

이번에 새로 찾아 온 손님이 돌아가고 나면, 오래된 손님들에게도 좀더 접대를 좀 더 잘해야 되겠다. 요즘 들어 내가 손님 접대에 너무 무성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새로 찾아 온 이 성질 급한 손님이, 모든 손님들의 대표로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한바탕 혼이 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법인가 보다.

이제는 운동도 조금씩하고 체중도 조금은 줄여야겠다. 마음가짐도 조금 더 편안히 하고, 손님들의 주문대로 삶을 조금 더 느긋하게 살아가야겠다. 늘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무 야박하게 살았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조금씩은 손님들에게 양보하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나는 그렇게 반성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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