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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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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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보성향 조치와 향후 변화 전망

^^^▲ 상하이증권교역소이번 공매도 거래 허용 발표로 29일 상하이 주식시장은 7주간 이래 최대폭 급등세를 보였다.^^^
며칠 사이 중국의 경제개혁 문제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증권시장에 대한 파격적인 규제철폐와 함께 진보주의 계열 경제학자들을 대거 중앙 통화정책위원으로 기용한 것이 그 발단이다.

이 두 변화가 우연하게 시기적으로 일치한 것인지, 아니면 필연의 동조적 현상인지를 판단하려면 후속 정책변화들을 몇 단계 더 지켜 보아야 할 상황이다. 다만 서로 다른 필요에 의해 취해진 정책결과라 하더라도 이 두 가지 변화요소가 개별적으로 중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볼 때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띤다는 의미를 간과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이 점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중국이 지난 2년 여 동안 가시적인 경제정책 변화에 대해 뚜렷한 행보를 하지 않고 가만히 국제경제의 흐름을 주시해 왔다는 사실, 바로 거기에 이번 조치들이 가지는 특별한 의의가 내포되어 있다.

먼저 주식제도 개혁을 보자. 30일 중국정부는 '주가지수의 선물거래'와 '마진 트레이딩', '주식 공매도' 3가지의 방식을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외국 경제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일제히 이 조치에 대해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멈추었던 차가 다시 출발하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번 파격 조치가 바로 중국경제 변화의 새로운 돌파구인가? 과연 이것이 그 자체로서 시사하는 바대로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촉진하는 엑셀레이터 역할을 할 것인가?

흔히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식 자본주의를 그레이-캐피털리즘(Gray capitalism), 즉, 회색-자본주의라 불러 왔다. 과거 중국의 강력한 시장통제 정책 때문에 심지어 적색-자본주의(Red Capitalism)라고까지 불렀으나 실은 회색 정도의 수준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 와중에서 이번 개혁 조치들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고무적인 의의를 가진다.

우선 이번 조치들이 가지는 자본주의 가속화라는 측면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 보자. 이번 통화정책위원에 오른 인물 중에 리다오쿠이(李稻葵)라는 학자가 있다. 중국 제1의 경제학부 칭화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인 그는 현재 중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이며 친 자본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는 학자이다.

리 교수는 중국 안에서도 일관성있게 자본주의적 금융제도 개혁을 주창해 왔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 정부에 금리 및 위안화 절상을 건의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리 교수의 기용은 중국 수되부가 그의 일관된 경제논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것임을 추측케 해준다.

우리가 리 교수의 태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가 유명하거나 진보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명확한 논리적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해 온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는 줄곧 '미국과는 상관없이' 또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위원에 발탁된 다음 날인 지난 29일, 리 교수는 중국증권보를 통해 "올해 중국 증시와 경제가 조정과 파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금융개혁 움직임을 간접 시사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 바도 있다. 지금 중국 언론들 역시 이 한 명의 경제학자의 말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경제가 걸어 온 길을 시간적으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하자. 올해로 32년을 맞은 중국의 개혁개방은 거침없는 자본주의화를 지향해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수많은 임해지역 개발구(공업단지)를 외국자본에 개방하고 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해 엄청난 혜택으로 보답했다.

(지면 상 과거지사는 중략하기로 하고) 그러던 어느 시점에 이르러 중국은 갑자기 외국 자본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갈등의 잡음을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딱히 언제라기보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베트남 등지로 떠나던 3-4년 전 무렵을 상정하면 될 것이다.

거침없는 자본주의화의 중도에 보여준 이 외국자본에 대한 '견제' 성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시 달러자본의 지나친 범람과 외국기업들의 거침없는 활약이 중국정부에게 일정한 위협으로 다가 온 점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중국경제가 그 동안 줄기차게 서구경제를 향해 '우회전'하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볼 수 있다.

브레이크가 작동된 그 시점이 결국 중국이 대국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굴기'(山+屈,起)를 선언한 시점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후 약 3년 여에 걸친 급제동의 여파로 국제사회와 많은 갈등을 겪어 왔으나 결과적으로 그 타이밍에 대한 판단은 주효했다.

마치 멈추어 선 것만 같았던 중국의 정책흐름은 바로 중국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그 방향을 재점검하면서 다가올 글로벌 경제환경의 전개양상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을 말해 준다.

그런 끝에 나타난 이번 조치라는 점에서 사실 곱씹어 볼수록 파격적인 의미가 더욱 커 보인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지난 30일, 주식 '공매도'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한 사실이다.

공매도의 '공'(空)자가 의미하는 대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매한다는 이 제도는 미국이나 홍콩같은 자본주의 금융권에서도 부담스러워 하여 올해 들어 서서히 규제하고 있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의 주식거래 제도다.

물론 이번 주식시장 개혁은 상하이를 국제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전초작업이란 의미로 그 파격적인 조치까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중국정부가 취해 온 여러 가지 금융정책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라는 점에서 파격 이상의 의의를 생각하게 한다.

간단히 한 가지 질문을 대입해 보기로 하자. 단적으로 말해서 상하이를 국제 금융허브로 만드는 것이 중국 내 핫머니 통제나 심각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기존의 일관된 정책기조보다 더 우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주식시장 조치가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이 조치가 지니는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성질이 아님을 앞의 한 가지 질문에서도 극명하게 가름할 수 있다.

게다가 바로 전날인 29일 리다오쿠이 교수 등을 발탁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중국경제 정책 일선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극명해 보인다.

중국은 지난 3년 여 동안의 브레이킹-타임(breaking Time,遮斷時間)을 마치고 다시 우회전에 들어간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중국정부는 현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이런 결과가 아닐까 한다. 한참 지켜보니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진로가 '밝다', 중국은 이렇게 관망하는 셈이다. 지나간 3년 여의 시간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미국을 축으로 한 서구 경제가 위기와 변화를 겪어 온 바로 그 혼란의 시간과 일치한다.

사실상 중국은 지난 몇 년 간에 걸쳐 이 쯤에서 경제를 다시 '좌회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실험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진척되어 온 자본주의 경제의 틀에 비추어 많이 늦어진 토지의 개인 소유권 부여 문제에 대해 의욕을 보이지 않고 더딘 진행을 해 왔으며 기업 관련 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농촌의 집체 합작기업화, 마카오와 충칭 등지에서 실시된 주민에 대한 자치정부의 이익배당, 농민 퇴직금 제도 등 중국은 직간접적으로 과거 사회주의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듯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것이다.

중국이 이번 조치들을 통해 어디까지 개혁수준을 높여 나갈 것인가? 이 문제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 물음의 답은 경제논리적 모델보다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만나게 될 가변적 상황모델 속에 있을 것이며 새로 기용된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이 찾아야 할 몫이다.

수위와 강도의 문제이지 중국이 현재보다 조금 더 진보적인 자본주의화로 나아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그렇게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 중국의 경제체제와 국제 경제체제와의 사이에 보여지는 패러다임의 격차를 들 수 있다. 그 격차가 자주 잡음을 유발하면서 최근 중국 정부는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과 같은 사안들도 자본주의화와는 별개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를 비롯해 이번에 함께 기용된 저우치런(周其人) 베이징대 국가개발원장 역시 지난 3년 간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갈등에 대해 점진적인 자본주의화 개혁을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정책방향임을 일관성있게 주장, 정부에 건의해 온 진보파 학자이다.

이 새로운 진보주의자들이 이끄는 정책 브레인은 '성급하지 않으나 꾸준한' 정책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이 처한 여건으로 볼 때 개혁의 속도는 '만만디'로 전개될 것이지만 그 강도는 과거보다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이 이 변화의 어느 지점 쯤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중국식 경제 패러다임을 창조해 낼 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요즘이다.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가 끝나고 중국의 지도부들은 베이징에서, 그리고 러시아와 유럽에서 수많은 외국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는 안팎의 접촉을 통한 탐색과 조율로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과연 그 새로운 중국적 패러다임(New Chinese paradigm)은 비능률적인 사회주의의 싸늘함과 탐욕으로 끓어넘치는 자본주의의 양극적 폐단을 지양(止揚)하여 따뜻한 찻잔에 담긴 푸얼차와 같은 상태의 변증법적 '합'(合,synthesis)에 안착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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