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네버엔딩 스토리인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호주제 폐지’ 네버엔딩 스토리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호주제 폐지, 뜨거운 공방(3)

^^^▲ <100인토론>홈페이지의 초기화면
ⓒ KBS2TV^^^

진정, 끝장 토론을 해야 끝나는 것일까? 아니 밤새 토론하면 결론이 나오는 걸까?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제 폐지’에 관해 어제 KBS의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찬반 패널들의 나와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약 80분간 진행된 토론는 양측의 주장과 감정 싸움만 되풀이될 뿐 큰 성과는 없었다.

80분간 찬반 대립, 치열한 설전
찬성--평등가족 이란 새로운 전통을 만들자 환영
반대--가족붕괴, 전통을 이어가자

법무부는 호주와 가(家)의 개념과 이에 관련된 모든 조문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대신에 개인의 신분 변동 사항과 함께 부모, 배우자, 자녀의 신상을 기록(형제 자매는 기록하지 않음)하는 '개인별 신분 등록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리고 4일께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이혼이나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의 성 대신 새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부부가 합의할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호주제 폐지를 선언한 이 개정안에 대해 여성운동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현행 호주제에서는 남자만이 호주를 승계하도록 되어 있으며,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의 호적을 따르고, 아이가 태어나도 무조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이혼과 재혼가정이 호주제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러한 남녀 불평등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주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망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이들은 호주제에 문제가 있다면 불합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치고 보완해 나가가 하며, 무조건적으로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민법상 가족과 가계 규정이 없어져 가정의 해체 등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호주제 페지’를 찬성하는 쪽의 주장은 “호주제는 남성우월주의에서 나온 것이고 많은 여성들과 호주제로 피해 받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주장하고 “개인 등록제는 평등 가족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에 호주제를 지키려는 측은 “호주제는 우리나라의 전통이다. 페지하면 가족이 붕괴되고 외국처럼 부모도 몰라보는 개인주의가 될 것 ”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되는 법무부안의 ‘아버지 성을 따르되 부부가 합의하에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다’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찬반이 팽팽했다.

폐지를 찬성하는 고은광순(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운영위원은 “당연히 찬성이다. 씨라는 것은 남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강제적인 법안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안에서의 ‘아버지 성을 따르되’라는 부분이 강제조항이라는 것.

그래서,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부모가 합의하에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다’라고 정해 법의 강제성이 아니라 선택권을 주자고 계속 주장해오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김대인(호주제 폐지반대 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부부가 이름을 각각 쓰는 별성제이기 때문에 원칙을 정해놓지 않으면 자녀를 낳을 때마다 분쟁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현행 법안으로도 충분히 어머니성을 따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서 “아버지 성을 따르자라는 원칙을 정해놓고 약간의 수정 보완은 가능하지만 법 자체를 바꾸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역설했다.

토론은 ‘평등가족 vs 가족붕괴’에서 외국 사례의 공방으로 계속 설전이 이어졌다. 유지나(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영화평론가)교수는 “개별 등록제가 가족 붕괴와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만이 호주제를 가지고 있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고, 많은 학자들이 페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시대 대세론을 거론했다.

김준원(광주대 법대 교수(가족법 전공))교수는 “왜 전통을 깨려하느냐. 호주라는 것은 가족을 대표로 문서상의 정의일 뿐, 별 의미 없고 권한도 없는 것이다.”라며 “폐지되면 근친혼도 가능해지고, 가족의 중심을 잃게 된다”고 폐지를 반대했다.

호주제 폐지의 또 하나의 논란인 ‘재혼가정자녀의 성문제와 친양자’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측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위해 다수가 희생 할 순 없고,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또 엄청난 예산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은광순 운영위원은 “지금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 2위다. 결코 소수가 아니고 앞으로는 더욱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권해효 (탤런트, 호주제 폐지 및 평등가족 만들기 홍보대사)는 “인권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피해를 보고 억압받고 있다면 전체가 그를 위해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제 곧 추석인데 우리가 편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여자들의 희생에서 온 것임을 알고 가족들끼리 진지하게 호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80분간의 혈전은 현재 논란과 공방이 계속되는 것처럼 결론없이 끝나버렸다.

호주제는 우리나라만의 것?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공감대를 얻는 것이 최선

현재 여성계에서는 “일제가 효율적인 식민통치(징병,징세,독립군 색출)를 위해 만든 호주제는 한국의 미풍양속이 아니며 여성의 온전한 주체성을 짓누르는 거대한 걸림돌의 하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호주제를 유독 우리나라만 존속시키고 있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이에 유림쪽에서는 “일제 잔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우리 고유의 전통이고 양식”이라며 반박하고 “외국 사례를 들며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아버지 성을 따르고 있고, 몽골같은 나라는 개인등록제로 인해 뿌리와 전통이 없어져 나라가 망하고 있다”면서 주장한다.

외국의 ‘호주제 법’의 유무는 어제 토론의 사회자의 말처럼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간단한 진리이다. 일각에서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국민투표를 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호주제 폐지가 옳은 건지 그른 건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국민의 공감대를 얻느냐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이나 찬, 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탁상공론과 대다수 국민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의미 없는 토론보다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다각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이의없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번 주 4일경 입법예고와 함께 정기국회에 상정된다. 현재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다음 총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을 주제로 지난번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른 바 ‘끝장토론’이라는 밤샘 토론으로 패널들의 설전을 시도해 TV토론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의미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호주제 폐지 논란’도 밤샘토론으로 결론을 찾을 수 있고, 해결이 된다면 2박 3일이라도 해야한다. 개인별 등록제인가 호주제인가 그 끝나지 않는 논란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회적 문제로 남아질 공산이 크다.

어제 토론에서 100명의 선택은 찬성이 51, 반대가 49로 찬성이 약간 많았다. 이제 국회의 선택에 많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제 폐지, 네티즌 반응
남자보단 여자, 50대보단 20대가 찬성 많아

한편, 이번 법무부의 호주제 폐지 방침에 대해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 사이에서는 근소하게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25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8일 오전 9시 현재 여성들의 85.5%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했으며 남성 응답자 가운데서는 반대(53.5%)가 찬성(45.3%) 의견을 앞섰다.

전체 응답자 1천101명 가운데 남성은 83%, 여성은 16%를 차지해 남녀를 합친 전체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51.9%와 47.1%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59%)의 찬성률이 72.1%로 가장 높았고 30대(59.0%), 20세 미만(42.9%), 40대(40.1%), 50세 이상(30.1%)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엠파스가 지난 달 22일부터 25일까지 네티즌 1만18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6.3%가 호주제 폐지를 지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네티즌 10명 중 7명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에 찬성에 손을 든 것이다.

그리고 연일 각종 포털사이트 토론방에는 ‘호주제 폐지’가 최고의 화제로 열띤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