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현장 영산강을 다녀오다
4대강 사업 현장 영산강을 다녀오다
  • 이상돈 교수
  • 승인 2010.03.08 0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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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하고 황당하다’는 말 밖에 나올 것이 없는 현장

 
   
  ▲ 영산강 도보순례 자료사진  
 

지난주 목요일부터 3일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영산강지키기 시민행동 모임이 공동주최한 ‘생명의 강, 영산강 도보순례’에 참가하고 왔다. 도보순례는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전남-광주 지역에서 벌인 열흘간의 행사였는데, 2월 25일 목포 영산강 하구언에서 출발해서 3월 6일 담양 관방제림(官防堤林)에서 끝이 났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재학 신부와 시민모임의 최지현 국장이 이 행사를 조직했다.

나는 3월 4일에 나주시 노안면 승천보 공사현장에서 합류해서 3일간을 같이 했다. 영산강을 가까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모처럼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의미가 있었다. 상수원 보호와 하천관리에 대해 많은 글을 썼지만 나의 관심 대상은 항상 한강과 낙동강이었다. 영산강은 식수공급 기능을 오래 전에 상실해서 나 같은 사람도 영산강은 자연 그대로 흘러만 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다.

승천보 공사현장도 그 모습은 남한강 현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참혹하고 황당하다’는 말 밖에 나올 것이 없는 현장이었다. 승천보 현장에서 가진 행사에서 현지 스님(광주 무등산 원효사)이 “두 눈으로 보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고 참담한 심정을 피력했다. “공사 때문에 농사를 그만 두게 됐다”는 한 농민의 수위 높은 발언이 있었고, 이어서 강의 생명체들이 악귀들에 의해 죽어 가는 모습을 그린 전통무용 이벤트가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지만 곽정숙 의원(민노당) 등 꽤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했고, 광주 MBC는 그 날 9시 저녁 뉴스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서 이 행사를 소개했다. 행사가 끝난 후 우리는 빗속을 걸어 저녁에 광주시로 들어 왔다.

4일 저녁에는 광주의 신시가지에 자리 잡은 오치동 성당에서 내가 강연을 했다. 50명 정도나 참여할까 생각했는데, 큰 성당의 1층이 거의 차서 그 인원이 300명도 넘을 것 같았다. 운하, 댐과 보, 4대강 사업의 허구성, 심각한 자연파괴와 그 불법성 등을 한 시간에 걸쳐 이야기했는데,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신자들의 열의와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5일은 종일 광주시내의 영산강변을 계속 걸었다. 인근에 위치한 시튼 수녀원의 수녀님들과 예비수녀님들이 참석해서 정예부대의 행군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6일에는 담양군의 하천습지 보전 지역을 관통해서 순례의 종착점인 담양읍 관방제림에 도착했다. 간단한 해산의식을 갖고 4대강 저지의 결의를 다졌다. 내가 보기에도 영산강의 문제는 상류의 축산시설이었다. 하천 주변에 거대한 소똥이 동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흘 동안의 도보순례 기간 동안 베이스 캠프로 삼았던 나주 노안(老安) 성당에서 밤늦도록 김재학 신부, 이영선 신부 등과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했던 일, 각별하게 후의를 베풀어 준 오치동 성당의 허우영 신부 등 순례 중 만났던 성직자들과의 대화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노안 성당은 100년 전에 세워진 건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성당 건물과 정원,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친 나지막한 뒷산은 하나의 예술이었다. 기간 중 전남광주지역에서 운하반대교수모임을 이끌고 있는 전남대 나간채 교수와 영산강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갑 변호사 등 여러 사람을 만났다. 1990년대에 1000년 된 은행나무 살리기 투쟁으로 유명한 ‘북한산 털보’ 차준엽이 나와 동행했는데, 4대강 사업의 현장을 보고 난 그는 “나무 한 그루 살리기 위해 단식까지 했던 지난날의 자신이 우스워진다”고 씁쓸해 했다.

(참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천주교의 정식기구로, 비공식 기구인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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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2010-03-09 12:00:37
이렇게 말하면 뭐 어떨지 모르지만

이교수님. 상식의 기준(?)을 제시하시는 분 같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