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성'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미사(美辭)이다. 그러나 이렇게 쓰이는 '기라성'은 글자의 아름다운 뜻과는 달리 바람직한 말이 아닌 듯싶다. 이 말은 일본어의 차용어(借用語)로 사전에 따라서는 등재조차 되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사전에는 '일본어 순화어'라 기록되어 있어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단어이다.
본래 '기라성'은 일본말의 기라보시(きらぼし-綺羅星)에서 나온 말인데 우리나라가 수입해 쓰는 말로 글자를 그대로 옮겨놓고 우리말로 발음한다고 우리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사람 몸 덩이에 한복을 입혔다고 한국 사람이 될 리는 만무하다.
이분의 말을 흠잡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학자의 말로는 좀 숙고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되어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몇 마디 적어본다. 이 자리가 사석이었다면 누구도 탓할 리가 없겠지만 만장한 축하객이 그의 입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뜻밖의 말투가 튀어나와 의아하게 생각된 것이다.
일본말에서 기라기라(きらきら)란 '계속해서 반짝이는 모양=반짝반짝'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도 기라(綺羅)라는 한자를 차자(借字)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기라(綺羅)의 기(綺)는 '무늬 좋은 비단'을 뜻하고 라(羅)는 '버려놓음'을 뜻하니 '아름답고 고운 비단을 늘어놓음'이라는 단어가 될망정 여기에 성(星)이라는 또한 단어를 합성한다고 '아름답고 빛나는 별'이라 부르기는 좀 어색한 말 같다.
일본어는 '기라성'을 설명할 때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이를 '빛나는 별'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기라성의 일본 원어는 '綺羅星きらぼし;夜空よぞらできらきら輝かがやくたくさんの星ほし'라고 표한다. 이가 바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로 번역된다. 또 다른 말로 '현관(顯官)들이 기라성처럼 도열했다'라고 할 때도 종종 인용하는 말이다.
우리말에서도 '기라성'이란 말을 많이 쓴다. 예를 들면 '우리 학원 수료생 중에 일류대학으로 진학한 수험생이 기라성같이 많다'라는 자랑은 흔히 보는 사례이다. 어느 언론에서 '각 분야의 기라성 같은 전문인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다'라고 쓴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밖에도 '기라성 같이 빛나는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영화'. '기라성 같은 국제 학자들의 학술회의' 등의 자랑을 들 수 있다.
이밖에 가수의 예명도 있고 경주마(競走馬)의 애칭도 있으며 단체의 명칭. 각 지역 에는 카페 및 음식점의 이름도 많다.
비록 일본에서 파생된 단어지만 우리말속에 끼어들어 이미 정착을 했고 말의 뜻에 정서적인 감이 숨어있어 멀리할 수도 없다. 이 말을 인용하고 안함은 당사자의 재량에 달려있으나 한번쯤 숙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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