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 뉴스타운^^^ | ||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일련의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강기갑 의원 사건의 경우 공무집행에 대한 무죄 논리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궁색한 측면이 있다. 또한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집행부에 대한 무죄판결도 그 논지가 초중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시국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확장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들 판결에 대한 논쟁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법원은 수동적 기관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법관은 사건을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또 법관은 판결을 거부할 수 없다. 이 세상의 많은 일은 ‘회색’ 이지만 법관은 그것을 ‘백색’ 아니면 ‘흑색’으로 갈라놓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법을 공부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다. 법관이 대단한 특권과 권한을 향유하는 것 같지만 법관은 그런 면에서 고뇌에 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법관은 논리로서 말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기관과는 그 일의 성격이 다르다. 세상은 쉽게 바뀌어도 ‘논리’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법원은 본질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갖게 된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논리’를 어떻게 바꾸는가가 법원이 갖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법원의 판결이 기존의 ‘논라’에서 벗어났다고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에 앞서 왜 이런 사건이 법원 앞에 가게 됐나 하는 점부터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무죄판결, 그리고 이번의 강기갑 의원 사건과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이제는 기소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검찰이 당연히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소권을 국가 공권력인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독점주의’, 그리고 검찰이 기소에 있어서 재량권을 갖는 ‘기소편의주의’는 19세기 말 독일의 국가 우월적 법제에서 유래한 것이다. 민주국가에선 그런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검찰권의 독립이 이루어져서 그 위험성은 이제 크지 않다.
반면 영미법계, 특히 미국에선 기소가 검사의 재량이 아니라 대배심(Grand Jury)의 권한이다. 검사는 24명의 배심원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기소를 결정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검찰이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경우에 대배심의 기소를 얻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배심이란 관문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기소 여부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대륙국가에서 검사는 기소를 하기에 앞서 법관의 예심을 거치게 되어 있다. 기소는 검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부 이탈리아에서 마피아들이 판사를 자주 암살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있으면 일단 기소해 놓고 보는 식의 ‘기소남용’이 성행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번 정권이 끝나면 검찰의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 그리고 검사동일체 원칙 같은 19세기 독일제국에서 유래한 우리의 검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권 독점과 국가경찰제도도 이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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