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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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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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으로 가득찬 사회

생각해 본다. 나 자신 아직은 수양이 덜 되었다. 아직은 더 익어야 하고, 아직은 더 원숙해져야 한다.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순간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아직은 부족하다. 나이가 더 들면 괜찮아질까? 이 나이에 아직도 나이 탓만 할 수는 없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한편으로 또 생각해 본다. 나는 참 비겁한 사람이다. 작은 일에는 쉽게 화를 낸다. 그건 인격이 덜 성숙해서 그렇다고 변명을 한다. 그러나 정작 화를 내야 할 일에는 좀처럼 표시를 하지 못한다. 아직도 자신의 마음은 다스리지 못하면서, 벌써 세상의 무서움은 잘도 배워버린 것이다.

사람이란 어떻게 그렇게 간사한 존재일까. 살아오면서 실제로 크게 불이익을 당해 본 적도 없다. 한번이라도 호기롭게 바른 말을 하다가, 호되게 혼쭐이 나서 그 때문에 조용하게 침묵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눈치로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수군거리는 속삭임으로 재빨리 배워버린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참 영악하기도 하다.

그래서 억누르고 있던 화를 만만한 이들에게 낸다. 나보다 약한 사람들. 나에게 항의하지 못하는 길거리의 죄 없는 깡통. 그런 것들이 나의 화풀이 대상이 된다. 불쌍한 사람이다. 나라는 존재는. 만만한 것들이 그런 것 들 뿐이란 말인가. 말 못하는 깡통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어느 집 담벼락에 맞거나, 길가는 사람의 주변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기까지 하지 않는가. 초라하기도 하다.

화를 내려면 제대로 내야한다. 불의를 만드는 사람. 큰 죄를 짓고도 떳떳하게 활개를 치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고통 받고 있을 때,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도 단순히 정책상의 실수였노라고 미소 짓는 사람.

뻔히 일어날 재난을 알면서도 굳이 사전에 나서서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는 사람. 그러다가 대란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여론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이들. 그리곤 저희들끼리 돌아않아서 민원관리능력이 이만하면 상당하다고 자축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나는 깡통 하나도 차 보낼 용기가 없다. 그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의사당이니, 정부건물이나 커다란 건물 부근을 우연히 지나가다 보면 왠지 주눅이 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느끼는 모멸감. 그러나 그 뿐이다. 입구에 지키고 있는 전경의 부릅뜬 눈이 왠지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뒷자리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숨어서 술김에야 세상만사를 제단 하며 혼자서 의협심을 다 가지고 있는 듯 생색을 내는 놈.

그런데 세상에는 나 같은 놈들. 비열한 놈들. 목소리만 크지 정작 해야 할 말은 못하는 놈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세상이 이렇게 썩어도 잘도 돌아가고 또 돌아가지 않는가. 세상에 나 정도의 의협심이 넘치는 사람들은 많다.

기껏 안전이 허용된 뒷구멍에서만 목소리 높여 육두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들도 안다. 뒷 견에 숨은 이들의 비겁함을. 그래서 매일같이 뭐라고 비난이 쏟아져도 빙그레 웃는다. 얼마나 자신이 만만하면 그리 웃을 수 있을까.

화려한 말잔치, 저마다의 명분, 단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뻔한 그놈의 빤질빤질한 말들. 그 들의 뻔뻔함마저 이해할 수 있다. 그들 역시 용기가 없는 것이다. 첩첩히 쌓인 위계질서에 어디 쉽게 깡통이나 제대로 찰 수가 있겠는가. 그저 눈치만 볼뿐이다.

내가 그들에게 주눅이 들어 있듯이, 그들도 또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보아야 그 자리에 붙어 있을 수 있는가 보다. 얼마나 좋은 자리면 아래위로 눈치를 보면서도 살만한 자리일까. 그들은 나만큼 깡통도 제대로 차지 못할 것이다. 불쌍한 인간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놓아둘 수만은 없다. 누군가 용기 있는 자가 나서서 똥물을 던져야 한다. ‘예끼 똥이나 먹어라’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용기는 누가 대신 그것을 해줄 것을 바랄 뿐이다. 내가 어떻게 그리 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누군가 용기 있는 사람이 나서서 오랫동안 참고 살던 내 숨은 분노를 풀어주기를 바랄뿐이다. 나쁜 사람들.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뻔히 알면서 방치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을 말려야 할 것이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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